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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담배 피세요?…얼굴에 침좀 뱉어줘요” 女 앞에서 무릎꿇은 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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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군사법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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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원이 흡연하는 민간인 여성에게 다가가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어달라”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한 육군 병사가 벌금을 물게 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방부 제4지역군사법원은 지난달 28일 부산 소재 육군부대 A 병사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벌금 15만 원을 선고했다.

A 병사는 지난해 10월 부산에 있는 한 아파트 근처에서 B 씨(27·여성)와 C 씨(23·여성)에게 각각 성희롱적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피해자들이 느꼈을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고려해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행위로 기소됐다.

제4지역군사법원 재판부는 A 병사에게 벌금을 선고하면서 “만약 해당 병사가 벌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개인의 성적 만족을 위해 피해자들에게 침을 뱉어달라고 말하면서 피해자들의 길을 막고, 피해자들을 따라가 불안감을 준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점, 피고인에게 소년보호처분 외 다른 처벌전력이 없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범행 수단과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 기타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여러 가지 양형 조건들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A 병사는 당시 통화 중이던 B 씨에게 다가가 “여기서 담배 피우시냐, 흡연할 때 침 뱉으시냐”며 “혹시 저한테 침 좀 뱉어주시면 안 돼요? 곤란하시면 담배 다 피시고 담배꽁초를 나한테 줄 수 없냐”고 성희롱적인 발언을 했다. B 씨가 그 자리를 피하자 A 병사는 그의 뒤를 20m 따라갔다.

일주일 후 A 병사는 해당 아파트 근처에서 또 다른 여성 C 씨에게 다가가 휴대전화에 ‘제가 담배가 너무 피고 싶은데, 저한테 가래침을 뱉어 달라’고 작성한 내용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C 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제발 얼굴에 침 좀 뱉어 주세요”라고 말했다. C 씨가 자리를 피하자 A 병사는 그의 뒤를 따라가며 “진짜 안 돼요?”라고 말했다.

성희롱은 성에 관계된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 굴욕감 등을 주거나, 고용상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의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통칭한다. 성희롱은 피해 사실에 초점을 두고 다양한 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반복적인 행위가 없다면, 일반 형법이나 스토킹 처벌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 A 병사의 경우 ‘반복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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