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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메기 풀린 연못에서 벌어진 '알뜰폰 출혈경쟁'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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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이동통신3사 자회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가 알뜰폰 시장점유율 50%를 넘어선 이통3사 자회사를 규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새로운 메기를 풀어 알뜰폰 시장의 경쟁을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문제는 그 효과가 어떻게 나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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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0%를 넘어선 이동통신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점유율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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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동통신3사 자회사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이통3사가 장악한 알뜰폰 시장의 과점 체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지난 10일 열린 '알뜰폰 경쟁력 강화 간담회'에서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3사 자회사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게 건전한 생태계를 만드는지 의문"이라며 "이통3사 자회사의 시장점유율 제한 관련법을 포함해 경쟁 활성화와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 숙고할 것"이라고 했다. 이통3사 자회사가 독차지하다시피 한 알뜰폰 시장을 손보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 과점의 부메랑 = 이통3사 자회사의 시장 장악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시장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통3사 자회사인 SK텔링크(SK텔레콤),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KT), LG헬로비전·미디어로그(LG유플러스) 등 5개사의 알뜰폰 시장점유율은 2019년 37.1%에서 2020년 42.4%, 2021년 50.8%로 상승했다.

당연히 전체 매출에서 이통3사 자회사가 차지는 비중도 커졌다. 2019년 3596억원이던 이통3사 자회사의 매출액은 2021년 6724억원으로 3128억원 증가했다. 2019년과 2021년 알뜰폰 시장의 전체 매출액은 각각 9287억원, 1조1562억원이었다. 전체 시장에서 이통3사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38.7%에서 58.1%로 더 확대한 셈이다(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통3사 자회사의 과점 체제가 공고해지자 정부가 규제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 이통3사 자회사의 시정점유율을 50% 이하로 규제하는 조항은 2014년 만들어졌다.

당시 정부는 이통3사 자회사의 합산 점유율이 50%를 웃돌면 영업을 제한하는 등록조건을 부과했다. 하지만 정부가 기준으로 삼는 시장점유율이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포함하고 있어 영업제한을 받지 않았다.

IoT 회선을 포함하면 이통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점유율은 30%대로 낮아진다. 이통3사 자회사 시정점유율을 계산할 때 IoT를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시장점유율을 50% 이하로 제안하는 등록조건이 무용지물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시장점유율 50%를 넘어도 제재하거나 페널티를 부과할 수 없다.

더 큰 논란은 정부가 왜 이제야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느냐다. 알뜰폰이 시장에 나온 건 2012년이다. 이후 알뜰폰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통3사 자회사의 과점 논란은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정부는 그때마다 중소 알뜰폰 업체를 키우겠다며 도매대가 인하 유통망 확대 전파사용료 면제 등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전략은 중소 업체의 성장을 견인하지 못했다. 정부의 지원도 이통3사 자회사의 공격적인 마케팅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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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기의 부메랑 = 다른 한편에선 메기를 풀어 알뜰폰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려 했다. 2019년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 것과 최근 사업을 본격화한 토스모바일이 대표적 사례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은 출시 3년여 만에 가입자 수 40만명을 돌파했다. 토스모바일도 사전 예약 신청에만 17만명이 몰리는 등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이런 흐름은 더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금융위원회가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 업무로 허용하는 금산분리 완화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미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알뜰폰 업체와 제휴해 시장에 진출했다. 금산분리 규정이 완화하면 더 많은 금융사가 금융과 통신의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시장에 메기를 푸는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를 통해 "독립·중소 사업자가 저렴한 요금제와 금융·통신 융합서비스 등 차별화한 경쟁력으로 신규 진입하거나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규제환경을 경쟁 친화적으로 개편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가 노리는 메기효과가 중소 알뜰폰 업체에 도움이 되느냐다. 중소 알뜰폰 업체는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리브엠이 론칭한 2019년(38곳)을 기점으로 알뜰폰 사업자(IoT 제외) 수가 올해 1월 52개로 증가하고, 가입자 수는 1300만명(올 1월 기준)을 넘어섰지만 달라진 건 별로 없다.

되레 이통3사 자회사의 시장 지배력만 더 강해졌다. 이통3사 자회사 가입자가 2019년에서 2022년 54.0%(236만9553명→365만404명) 증가할 때 중소 알뜰폰 업체의 가입자는 29.7%(426만4319명→299만4189명) 감소한 게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 정책이 알뜰폰 시장의 해묵은 문제점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중소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당기 순이익은 1억원 안팎에 불과하다"며 "이마저도 5G가 아닌 LTE 요금제가 활성화하면서 생긴 수익"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힘겹게 버티고 있는 중소 사업자는 키우지 않고, 경쟁자만 늘리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알뜰폰 시장에 메기를 푸는 것이 중소 알뜰폰 업체에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중소 알뜰폰 업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다양한 요금제가 출시되고 소비자의 편익도 증대될 것"이라며 "통신망을 이용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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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자회사를 규제하고 새로운 메기를 풀어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시장에 푼 메기가 경쟁을 유발하기는커녕 중소 업체의 붕괴를 부추길지도 모른다.

박상인 서울대(행정학) 교수는 "메기효과를 통해 발생하는 소비자 편익 증대라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비교해봐야 한다"며 "단순히 메기를 풀면 경쟁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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