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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최대 실적 찍었는데...” 취임 1주년 맞은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이 웃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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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완 대우건설 사장(CEO)이 지난 16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2021년 말, 우여곡절 끝에 대우건설을 품에 안은 중흥그룹 입장에선 조직 안정이 시급했고 내부 신임도가 높은 적임자를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당시 ‘35년 대우맨’이자 ‘정통 건설맨(주택사업본부장)’으로 통하는 백 사장이 내정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업계에선 ‘백정완 카드’ 전략이 인수 후 조직 간 갈등을 잠재우고 화학적 결합을 하는데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백 사장은 증흥그룹으로 매각을 앞두고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던 노조를 설득해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한 당사자다. 결국 창사 이래 처음으로 두 자릿수 임금 인상에 합의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등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만 당장 성과급 지급 문제, 미분양 해소 및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조선비즈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이 지난 11~16일 이라크 알포 항만을 방문한 모습/사진=대우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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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백 사장은 지난 11일 이라크로 출국, 알포(AL Faw) 항만 건설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지난 16일 귀국했다. 16일은 백 사장이 취임한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백 사장은 취임 후, 작년 5월(나이지리아)과 11월(이라크)에 해외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이라크 알포 항만 방문은 이번이 두번째로,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일정과 맞춰 진행됐다.

‘이라크 알포 항만 개발 사업’은 대우건설의 가장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 중동 지역의 최대 항만 건선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다. 알포 항만은 이라크 58km 해안선 중 가장 바깥 부분에 위치한다. “이라크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향해 뚫려 있는 곳”이라는게 대우건설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우건설은 이 사업의 첫 단계인 컨테이너터미널 부지매립, 안벽공사, 준설공사등 항만 기반조성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항만 연결도로와 중동지역 최초의 침매터널(총 길이 2.8㎞) 건설공사도 진행 중이다. 2013년 아카스 원유생산처리시설 공사부터 포함해 대우건설이 이라크에서 수주한 금액은 약 50억달러(한화 6조5455억원)에 달한다.

백 사장이 알포 항만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공사 규모가 크다는 점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주택시장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 주택·주택 사업 의존도가 높은 대우건설은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미분양은 7만 5359가구로 10년 2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올해 실적이 반영되는 내년 초가 되면 대형 건설사들의 영업이익이 고꾸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백 사장이 주택사업본부장을 맡은 이후 대우건설의 주택사업 실적은 급속도로 성장세를 거듭했다. 도시정비 신규수주액은 2019년 8660억원, 2020년 8728억원에 머물다가 2021년 3조8992억 원을 거두며 건설업계 4위를 달성했다. 이듬해인 2022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7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처럼 양호한 실적에도 백 사장의 마음은 편치않은 상황이다. 직원들 ‘성과급 지급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성과급은 통상 개인 고과에 따른 성과급, 본부별 실적에 따른 성과급, 전체 경영실적에 따른 성과급이 있는데 사측에서는 성과급의 지급 시기와 범위를 놓고 조율중이다.

올해 실적이 작년보다 못 할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만약 ‘최대 실적’이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자연히 비교가 된다는 점에서 내년 성과급 지급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반면 예상보다 적은 성과급을 지급한다면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말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지급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내부 불만에 대해 대우건설은 “오히려 작년엔 인수 직후라는 점에서 지급 시기가 평소보다 당겨진 것이고 통상 하반기에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중흥그룹에 인수된 후에 지급되는 첫 성과급이라는 점도 백 사장이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대우건설은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김보현 대우건설 총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처럼 중흥그룹 오너 일가가 ‘직접 경영’을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자칫 성과급 지급 문제는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도 점령군에 대한 내부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조직 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미호 기자(best22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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