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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일주일새 216조원 풀린 美금융권…기준금리 올려도 인플레 못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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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 금융안정 사이 머리 아픈 Fed

긴축 이어가며 은행에 막대한 유동성 지원

美인플레 계속되면 통화정책 불확실성↑

한은도 셈법 복잡…파월 메시지에 촉각

미국의 물가상승세와 통화정책,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는 은행에 막대한 자금을 풀고 있어 앞으로 미국의 물가와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전망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오는 22일(현지시간) 나오는 Fed의 기준금리 결정과 제롬 파월 의장의 메시지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더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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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Fed 금리인상 이어가지만…인플레 우려 여전
22일 금융시장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Fed는 21~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으로 Fed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으나, 여전히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높고, 섣부른 동결은 오히려 시장의 금융위기 우려를 키울 수도 있어 0.25%포인트 인상으로 속도를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에선 Fed의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75.3%로 보고 있다.

하지만 Fed의 긴축 기조에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특히 Fed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막지 못해 파산한 SVB 사태에 놀라,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지난 12일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 Bank Term Funding Program)을 신설하면서 이 같은 분석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BTFP는 Fed가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담보로 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것인데, 이 때 담보 가치를 시장가가 아닌 액면가로 평가하기로 해 사실상 양적완화로의 전환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는 고강도 긴축으로 미 국채가격이 많이 떨어진 것을 고려한 조치이긴 하지만, 액면가로 평가하면 그만큼 은행에 풀리는 돈이 늘어나기 때문에 물가안정에는 부정적이다.

이달 9∼15일 1주일간 미국 은행들이 Fed 재할인창구를 통해 빌려간 돈은 1648억달러(약 216조원)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1110억달러(약 145조원)보다 많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파월 의장이 참고하는 '수퍼 코어 CPI(근원 CPI에서 주거비 제외)'는 1월과 동일하게 전년 대비 4% 오른 것을 감안하면 우려되는 유동성 지원 규모다. 니어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BTFP는 은행의 수용 규모에 따라 양적 완화로 판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돈을 더 많이 찍어낼 경우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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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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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선별적 유동성 지원 불가피…금융안정 우선
다만 Fed 입장에서 유동성 지원은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고, 인플레이션에도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앞서 한은 역시 지난해 말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와중에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자 정부와 함께 수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 대책을 내놔 '엇박자'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 지원을 통해 공급되는 유동성은 통화정책 기조와 상충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금융시장을 안정시켜 긴축 기조를 가져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Fed의 BTFP는 시장 전체로 자금을 푼다는 성격이라기보다는 금융회사가 파산하지 않도록 유동성을 조절하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것이 당장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한국도 지난해 비슷한 유동성 공급 조치를 했는데, 긴축 과정에서 갑자기 부작용이 나타나면 대증치료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위험한 금융회사에 선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되, 시장의 전체적인 유동성 회수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가져가야 할 것 같다"며 "다만 선별적인 지원도 너무 과도하게 하면 긴축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Fed의 유동성 공급 대책의 적절성과 관련 없이 파월 의장에 대한 책임론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는 2021년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다가 물가가 급등하자 뒤늦게 금리인상에 뛰어들었고, 이후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펼쳤음에도 물가는 잡지 못하고 SVB 파산과 같은 금융시장의 혼란만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은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이라는 두가지 임무에 모두 실패했다"며 "Fed 의장 자리를 맡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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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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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혼란에 한은도 고민…파월 입에 촉각
Fed의 통화정책 행보에 변수가 산적한 만큼 한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물가안정이 최우선인 Fed로선 당분간 긴축 행보를 이어가야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은 금융위기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유동성 공급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Fed가 이번에 0.25%포인트를 올리고 다음에 한번 정도 더 0.25%포인트를 올려 최종금리 5.25%에서 금리인상 기조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Fed가 전망대로 이번에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3.5%이기 때문이 한미 금리차는 1.5%포인트로 벌어진다. 최근 미국, 스위스 등 금융권 위기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상황에서 한미 금리차까지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되면 외국인 자금 유출세가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한은으로선 추가 금리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발 금융 불안이 우리 외화 유동성 등에 일부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대규모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며 "시장 모니터링은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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