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신용점수 500점대·무직도 됐다"···'묻지마 카드 발급' 괜찮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커뮤니티 '묻지마 발급' 문의·경험담 多

"빅테크 금융정보 더해 신용 재평가"

모범규준 준수···리스크 관리 우려 여전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신용점수가 500점대이고 지금 일을 하지 않아 다른 카드사에서 발급이 불가했다. 그런데 이번에 OO카드에서 발급됐다” “연체가 있어 거절당하다가 이번에 카드 발급받았다”

A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카드 발급 성공사례 소개 글이다. 이 커뮤니티에는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묻지마 신용카드 발급’에 성공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50여개 올라왔다. 올해 1월부터 ‘묻지마 발급’ 방법을 문의하거나 실제 경험담을 공유한 게시물은 300여개에 이른다.

“씬파일러 금융서비스 확대”

이데일리

기사내용과 사진은 무관. (사진=픽사베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신용카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묻지마 발급’에 성공했다는 사례가 다수 공유되고 있다. 일부 카드사들이 카카오·토스 등 빅테크와 제휴해 내놓은 신용카드의 발급 문턱을 일시적으로 낮추면서 저신용자·금융이력 부족 고객(씬파일러)들도 신용카드 발급이 한층 쉬워졌기 때문이다. 씬파일러의 금융 서비스 이용 확대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선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묻지마 발급이란 카드사들이 신용점수가 상대적으로 낮거나 연체기록이 있는 고객들에게도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신용 조건은 각각 다르지만 대부분 신용카드 발급을 거절당하다가, 특정 카드사에서 복잡한 절차 없이 카드 발급에 성공했을 때 사용하는 단어다.

온라인상에선 ‘빅테크 제휴 카드’가 대표적인 묻지마 발급 카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위 ‘카카오 카드’, ‘토스 카드’ 등으로 불리는 빅테크 제휴 카드들의 경우 은행계좌 평균잔액 정보 등을 가져올 수 있어 추가적인 신용도 평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신용평가에서 정보는 다다익선인 만큼, 이른바 금융거래 이력이 없는 주부·사회초년생 등 씬파일러나 신용점수가 낮은 저신용자들이 카드를 신청하더라도 제휴처에서 긁어온 정보를 통해 신규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묻지마 발급 사례에서 많이 소개되는 토스의 신용카드 발급 조회·추천 서비스도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개별 카드사에 신용카드를 신청했을 때 거절당했지만 토스를 통한 신용카드 조회와 발급은 상대적으로 쉽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발급과 거절 사이 경계에 있는 고객들 중엔 정보가 부족해 거절당하는 사례도 다수”라며 “이런 사례는 정보만 더 있으면 심사가 고객 입장에서 유리하게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카드사들은 신용도 평가시점과 회사의 정책에 따라 신용점수, 등급, 대출잔액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규 카드 발급건에 대해선 동일한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개인 신용도나 회사 내부 정책에 따라 발급 불가에서 발급 가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중저신용자나 씬파일러들의 불이익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금융시장 내에서 대출이나 신용카드와 같은 금융상품을 이용하지 못하는 씬파일러가 전체 국민의 4분의 1에 달한다. 온라인상에서 통용되는 묻지마 발급 역시 ‘신용카드 발급 모범규준’에 따라 발급되고 있는데, 금융·비금융정보만 더 있다면 이 씬파일러들에게도 충분히 카드발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신협회가 발표한 모범규준에서는 신용카드 발급을 위해 필요한 신용점수 상위 누적 구성비가 93% 이하거나, 장기연체가능성이 0.65% 이하일 때로 규정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 리스크 관리를 조였다가 올해 완화하면서, 신용카드 발급 가능·불가능 경계에 있는 고객들이 늘었다”며 “신용평가고도화를 통해 가능으로 넘어간 사례들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건전성악화…리스크관리해야”

반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최근과 같이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신규 고객 확대’보다 ‘건전성·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평가다. 일부 카드사가 발급을 쉽게 내주면 다른 카드사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발급 기준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대외비로 통하는 신용평가에 카드사가 본인들한테 유리한 정보만 가져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의 총채권 연체율은 1.2%로 전년 대비 0.11%포인트(p) 상승했다. 신용판매채권과 카드대출채권을 더한 카드채권 연체율 상승폭은 0.14%포인트로 더 가팔랐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마다 사정이 달라 묻지마 발급에 대한 정의도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일단 신용카드가 후불결제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발행 후 신용카드 사용액을 갚지 못하면 바로 연체가 되고 카드사 부실화, 사용자 신용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발급 기관이 제대로 된 평가를 해서 신용카드를 내 줄수 있다면 좋겠지만 신규 고객, 소비 늘리기 차원에서 행해지는 묻지마 발급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