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지금 골든타임인데…산업계 탄소배출량 늘려준 정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IPCC 제6차 보고서, 향후 10년이 '골든타임' 경고

산업계 탄소감축 책임, 불확실 영역으로 전가

2030년에만 탄소배출 전년비 17% 줄여야

윤 정부 NDC, 실질 탄소감축은 또 다음정부로?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협의체(IPCC)가 기후변화에 대한 살벌한 경고가 담긴 제6차 보고서를 내놓은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이행방안이 발표됐다.

IPCC는 향후 10년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각국의 NDC를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현 정부에서 수립한 NDC 이행방안은 기존 방안보다 사실상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환경부는 2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년) 정부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2018년 대비 2030년 탄소배출량을 40% 줄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NDC를 유지하면서도 부문별 감축 목표는 새로 구성했다.

후퇴한 산업 부문 탄소감축 목표…IPCC 경고와 '온도차'

노컷뉴스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정부안)' 온실가스 감축 목표 조정 내용. 출처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환경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다. 윤 정부는 산업 부문에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억3070만톤(CO2e,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2018년 대비 11.4%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2021년 10월 발표된 NDC에서는 산업 부문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14.5% 줄이기로 한 바 있다. 기존보다 목표치가 3.1%p 낮아진 셈이다.

그간 산업계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너무 과도하며 현실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해온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경기가 침체된 상황 등 현실적인 여건을 재검토 한 결과 산업 부문에서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수소 부문에서 발생할 탄소량도 840만톤으로 기존(760만톤)보다 늘었다. 수소는 전기차 등 친환경제품에 쓰이지만 생산과정에서 탄소가 발행한다. 특히 탄녹위는 블루수소(화석연료를 사용해 생산되지만, CCUS로 이산화탄소가 포집된 수소) 생산 증가 등으로 수소 부문 탄소 배출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 부문에서 늘어난 탄소 810만톤(CO2e, 이산화탄소 환산량)과 수소 부문에서 늘어난 80만톤 등은 다른 부문에서 줄여야 한다.

노컷뉴스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는 화석연료 대신 원전 발전 비중을 2030년 32.4%까지 끌어올려 에너지 전환 부문의 감축 목표치를 44.4%에서 45.9%로 1.5%p 높였다. 이를 통해 400만톤의 탄소를 더 감축하게 된다.

나머지 490만톤은 탄소 흡수·제거량 목표치와 국외 감축량을 느려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부문의 탄소배출량 목표치는 –1030만톤(감축)에서 –1120만톤으로 높였고, 국내 감축의 보조적 수단인 국제 감축 사업의 목표치도 기존 –3350만톤에서 –3750만톤으로 올려 잡았다.

불확실한 CCUS, 타국으로의 탄소 전가가 답인가?

노컷뉴스

2022년 9월 19일 나이지리아에서 큰 홍수가 발생해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810만톤가량 더 확보하고도 NDC를 달성할 수 있으려면 CCUS와 국제감축 사업에서의 감축이 확실시 되어야 한다.

정부는 CCUS 산업·안전·인증기준 등을 포함한 단일법을 제정하고 동해 가스전을 활용한 탄소 포집·저장(CCS) 실증과 추가 저장소 확보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탄소 포집·활용(CCU) 원천 기술 개발부터 실증·사업화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해 2020년 기준 관련 기술 최고국인 미국 대비 80%인 기술 수준을 2025년엔 9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술개발과 시장화가 제대로 진행됐을 때 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미지수의 영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직 비용 문제가 큰 CCUS 기술이 8년 안에 얼마나 상용화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해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처치곤란의 탄소포집, 우리가 얻은 교훈(The carbon capture crux: Lessons learned)'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CCS 기술이 지난 50년간 시도되고 있지만 많이 실패했고 지금도 실패하는 중"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제감축 역시 상대국의 동의가 필요한 영역이어서 불확실성이 크다. 현재 18개 '우선 협력대상국' 중 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베트남 1곳이고 몽골과는 '가협정'을 체결한 것이 전부다. 무엇보다 탄소감축이라는 취지를 놓고 봤을 때 국내 탄소발생량은 유지하면서 돈으로 감축 실적을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정당성 문제가 제기된다.

결국 실제 탄소감축은 다음 정부부터?

노컷뉴스

온실가스 감축 촉구하는 시민단체.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발표에는 2030년까지 부문별·연도별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제시됐는데, 실질적인 탄소 감축은 윤석열 정부 이후 이뤄진다는 점에서 탄소감축 책임을 미래로 미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는 매해 온실가스 감축량이 전년도의 1~2% 수준에 불과한 데 비해, 2028년엔 4.2%, 2029년 5.6%, 2030년 17.5%로 널뛴다.

윤석열 정부 내에선 온실가스 감축량이 미미한 데 비해 2027년 대선 이후 차기 정부에서 감당해야 할 몫은 급속도로 커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2018년에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을 찍고 몇 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아직 준비가 많이 돼 있지 않다"며 "초반 재정 투입과 제도 마련 등을 거쳐 뒤로 갈수록 감축률이 가속화 되도록 했다"고 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차기 정부가 2029년에서 2030년 사이에만 17% 이상 감축을 해내야 하는 데 가능한 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이번 정부에서 새롭게 제시한 탄소감축 내용은 거의 없고 감축 부문은 오히려 불확실한 영역으로 이동했다. 전날 IPCC에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올려야 한다고 제시한 것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