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난 16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합의 이행과 관련한 언급이 오갔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2015년 당시 외무상 자격으로 위안부 합의를 체결한 당사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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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개선의 또 다른 과제로 급부상한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둘러싼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강제징용 해법과 한·일 정상회담의 후폭풍이 거센 상황에서 위안부 합의를 이행할 수도, 합의 이행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딜레마 상황에 직면했다. 일본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위안부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한·일 양국은 2015년 12월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담은 위안부 합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2018년 11월 문재인 정부에서 합의의 핵심 결과물인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키로 결정하며 4년 넘게 합의 이행이 중단된 상태다. 위안부 합의 당시 기시다 총리는 외무상 자격으로 한국과의 협상을 실무 총괄했다. 기시다 총리가 2021년 10월 취임한 이후 줄곧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앞으로 (한국과는) 어떤 논의를 해도 의미가 없다”며 위안부 합의 이행을 강조한 이유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이 출연한 10억엔(당시 환율 기준 약 109억원)의 집행 주체인 화해치유재단은 현재 법적으로 해산이 완료됐지만, 청산 절차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애매하게 재단의 업무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2018년 11월 해산 발표→2019년 1월 설립 허가 취소→2019년 6월 해산 등기 완료' 등의 순서를 거치며 공중분해된 탓이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위로금 지급과 일본 출연금 중 잔금 56억원 처리 문제로 재단은 지난 4년간 청산 절차를 끝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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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위안부 위로금 지급 종료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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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현재 재단의 잔여 업무 중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위로금 지급 절차는 마무리됐다. 지난해 10월 마지막 위로금 신청자였던 위안부 피해자 유족 A씨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면서다. A씨는 위안부 피해자의 양아들로 가족관계등록부상 친자는 아니었다. 이 때문에 재단 이사회는 심사를 거쳐 위로금 지급 보류를 결정했고, 재단 해산 이후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위로금 지급 지연이 장기화하자 결국 재단 청산인으로 등록된 김영진 변호사가 법적 검토를 거쳐 위로금을 지급했다.
앞서 재단은 해산 직전까지 일본의 출연금을 바탕으로 위안부 피해 생존자 및 유족에게 위로금 44억원을 지급했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 47명 중 35명에게 1인당 1억원이 지급됐고, 위안부 피해자 유족은 1인당 2000만원을 받았다. 또 재단 운영비로 출연금 중 9억원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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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전 마지막 절차는 '56억원 처분'
화해치유재단은 위안부 합의에 따라 2016년 7월 설립됐다. 사진은 화해치유재단 현판 제막식에 참석한 당시 김태현 이사장,(오른쪽 두 번째) 윤병세(왼쪽 두 번째) 외교부 장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 첫째).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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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재단은 일본의 출연금 중 잔금 56억원에 대한 처분 계획서만 작성하면 청산 작업을 끝마칠 수 있게 됐다. 재단 정관 등에 따르면 청산인은 여성가족부의 허가를 얻어 이 재산을 처분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재단의 잔여 재산은 한·일 양국 합의에 따라 일본이 지급한 출연금이라는 상징성과 사안의 중요성 등을 감안해 여가부·외교부 등 관련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처분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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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억 처분 위한 구체 논의 예정
정부가 잔금 56억원을 처분할 수 있는 방법으론 ①재산 집행 주체와 사업 등을 명시한 재산 처분 계획서 제출 ②청산인의 재산 처분 포기에 따른 국고 귀속 ③제2의 화해치유재단을 출범 후 사업 진행 등 세 가지 선택지가 남아 있다. 다만 국고 귀속의 경우 위안부 합의에 따른 출연금이 정부 예산에 편입되는 결과로 이어져 일본의 반발이 예상된다.
2015년 12월 당시 한일 외교장관 회담 후 위안부 합의를 발표하는 윤병세(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당시 기시다 외무상은 일본이 10억엔의 출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며, 이 돈을 한일 협의 하에 집행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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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인이 위안부 기념사업을 구상해 이를 재산 처분 계획서에 담는 것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출연금을 위안부 기념사업에 사용하기 위해선 일본과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 측은 출연금을 위안부 명예·존엄 회복 사업에 사용한다고 발표하며 그 전제 조건으로 “한·일 양국 정부 협력”을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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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화해치유재단이 현실적 대안"
일본의 출연금 중 잔금 56억원을 소진하기 위해선 과거 화해치유재단과 유사한 성격의 새로운 재단 출범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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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일본의 출연금을 사용하기 위해선 화해치유재단과 유사한 성격의 또 다른 재단을 다시 설립해 일본과의 협의를 거친 뒤 위안부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수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면서도 재단을 해산하며 사실상 합의가 무력화된 상황 역시 해소될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일본의 출연금을 사용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제2의 화해치유재단을 출범해 일본의 출연금을 바탕으로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기리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지만, 강제징용 문제의 후폭풍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장 쉽사리 움직이긴 어렵다”며 “또 문재인 정부에서 일본의 출연금을 충당하기 위해 편성한 양성평등기금 103억원을 일본 출연금 56억원과 함께 위안부 관련 사업에 함께 사용하는 문제도 여성가족부·외교부 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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