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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한국 조선사 살린 LNG 선박… 해운사엔 재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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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3년치 일감 확보… 해운업은 해상운임 급락에 이중고

탄소배출 저감 등 해양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조선업과 해운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친환경 선박 전환이 시급한 상황에서 LNG(액화천연가스) 선박 건조에 강점을 가진 조선사들은 선가(船價) 상승과 고부가 가치 선박 싹쓸이 수주에 웃고 있지만, 고금리에 해상 운임 급락으로 어려운 상황인 해운사들은 친환경 선박 투자를 늘려야 하는 삼중고에 놓인 상황이다.

조선일보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해운·조선·금융 상생 국회정책세미나’에선 “한국 해운은 위기,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걱정된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세미나에 참석한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맞춰 탄소 절감을 하겠다고 해도 대체 연료를 무엇으로 선택할지 쉽지 않고 친환경 선박 도입을 위한 자금 조달은 어떻게 해야 할지 문제가 산적해 있다”라고 했다.

◇ 조선업은 3년치 일감 확보… 친환경 선박 30% 넘게 비싸, 최고가 수주 이어져

친환경 선박인 LNG, 메탄올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가지는 조선 업계는 연초 최고가 수주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14일 17만4000㎥ LNG 운반선 1척당 2억5625만달러(약 3355억원) 최고가에 2척을 수주했다. 한국조선해양도 지난 20일 9만1000㎥ LPG 운반선 2척을, 1척당 1억360만달러(약 1356억원) 최고가 수주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월 기준 전 세계 메탄올 추진선 발주량의 55%(54척)를 수주했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디젤 선박 대비 친환경 LNG, 메탄올 선박은 약 30% 더 비싸다. 영국 해운 조사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신조선가지수도 164.3으로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조선 3사가 올해 나란히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조선사의 ‘선별 수주’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조선 업계는 독을 비워두는 것이 손해였기 때문에 낮은 가격에도 일감을 따왔지만, 현재 3~4년 치 물량이 차 있기 때문에 고부가 가치 선박 위주로 수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조선해양은 이달까지 총 49척, 65억1000만달러(약 8조5346억원)어치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 157억4000만달러의 41.4%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목표 달성률은 11.5%, 삼성중공업은 21%로, 두 회사 모두 선별 수주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 해운업은 해상운임 급락에 이중고… 이자비용 수천억원 급증, “금융제도 지원 절실”

반면 해운 업계는 글로벌 불경기와 고금리, 친환경 선박 규제가 겹치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 해운협회 관계자는 “국내 해운 업계가 보유한 1100여 척의 선박 중 환경 규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이 72%에 달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간 400억달러(약 52조원)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글로벌 불경기 탓에 해상 운임은 줄곧 급락하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7일 909.72로 작년 1월 최고치(5109.60)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에선 중소 해운사의 손익 분기점을 1500, 대형 해운사는 1000 수준으로 보는데 지금은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게다가 고금리 탓에 이자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2021년 말 1%였던 기준금리가 2.5%로 오르면 국내 127개 해운 기업의 이자비용은 8287억원(58%) 증가한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5%까지 올라 올해 해운 업계의 이자 부담은 더 커졌다.

2년여 전 호황기에 주문한 컨테이너선 인도가 늘어나는 것도 해운 업계에는 악재다. 글로벌해운리서치 전문기관 MSI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규 컨테이너선 인도량은 71만7900TEU로, 1분기 대비 62% 증가가 예상된다. 해운 업계에서는 “고금리 탓에 선박 인도 관련 비용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져 나온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선박 구입 초기에 민간 투자자들에게 법인세 절감 혜택을 부여해 선박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면서 “영국·프랑스·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관련 제도를 도입했지만, 국내에선 아직 입법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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