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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준의 맛과 섬] [132] 통영 개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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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만 실리도 인근 바다에 뱃머리를 노랗게 칠한 어선이 조업 중이다. 그런데 그물도 낚시도 없이 두 사내가 배 위에서 바다에 줄을 넣고, 당겼다 늦췄다 할 뿐이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이어지더니 천천히 줄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10여 분 후 큰 포말이 수면으로 솟구치더니 육중한 투구를 쓰고 우주복 복장을 한 사내가 올라왔다. 봄철이 제철인 개조개를 채취하는 잠수부다. 흔히 ‘머구리’라 부른다.

조선일보

/김준 제공 개조개유곽 구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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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왕우럭조개, 키조개 등도 채취하지만 개조개 채취가 목적이다. 개조개는 수심 40여m 깊이의 갯벌에서 서식한다. 산란 전인 3월과 4월이 제일 맛이 좋을 때다. 일제강점기에는 개조개를 마가패(瑪珂貝)라 불렀다. 당시 황해도 연평도 바다에서 마가패 어린 조개를 채취해 무의도, 영종도, 만도 바다에 뿌려서 양식을 시도하기도 했다. 채취도 쉽지 않고 양도 바지락보다 적은 귀한 조개였다.

명칭에 대한 여러 설이 있지만 바다와 갯벌에서 나는 조개 중에 가장 귀한 조개라서 ‘개조개’라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거제나 통영에서는 물이 빠졌을 때 조개를 채취하는 것을 ‘개발’이라 한다. 개발은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영등사리에 이루어지는데, 욕심내는 것이 개조개다. 여수에서도 영등사리에 개조개를 채취하기 위해 어민의 출입을 막아 놓은 갯밭을 열기도 한다. 영등철이 아니면 좀처럼 얻기 힘든 조개다.

개조개 사랑이 대단한 지역은 통영이다. 조개 육즙이 가득하고 살이 많아 탕을 끓여도 좋고, 구이로도 손색이 없다. 통영을 비롯해 거제와 진주에서는 개조개로 유곽(油墎)을 만들었다. 일명 ‘개조개유곽’이다. 깨끗하게 손질한 조갯살을 다지고, 여기에 두부, 버섯, 당근, 양파, 방풍, 방아잎, 청양고추 등 채소와 된장, 다진마늘과 깨소금 등을 준비한다. 조갯살을 참기름이나 들기름으로 설 볶은 다음 준비한 채소와 양념을 더해 볶는다.

이렇게 준비한 것을 개조개 껍데기에 참기름을 두르고 담아 껍데기를 맞춰 덮는다. 마지막으로 화롯불에 올려 굽는다. ‘음식디미방’에 ‘대합구이’로 소개되어 있다. 통영에서는 통제영 음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명절, 잔치, 제사 등에 내놓기도 했다. 지금은 통영 다찌집에서 내놓기도 한다.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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