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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안 해로운 담배, 건강한 음주는 없다… 암 원인 정확하게 알고 예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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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이 말하는 암 예방과 조기 진단의 중요성

국민 약 36%는 암 발병 가능성… 주요 원인은 흡연-음식-감염-음주

전자담배, 소량의 술도 유해성 존재… ‘이 정도는 괜찮다’는 인식 사라져야

채소 위주 식습관, 예방접종 등 암 발병률 줄이는 데 크게 도움


동아일보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술은 1급 발암 물질인데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건배사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암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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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인 질환이다. 연간 25만 명의 암 환자가 발생한다. 국가암등록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년 전(10만 명)에 비해 2.5배가량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암의 3분의 1은 예방이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 진단 및 조기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며, 나머지 3분의 1의 암 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했다. 21일 WHO가 지정한 ‘암 예방의 날’을 맞아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으로부터 암 예방과 조기 진단의 중요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일반적으로 암에 걸릴 확률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인 83.5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이다. 남자(기대수명 80.5세)는 5명 중 2명(39.0%), 여자(기대수명 86.5세)는 3명 중 1명(33.9%)이 암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암은 대표적인 노화 질환이므로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암 발생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

―암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먼저 무엇이 암을 일으키는지를 알아야 한다. 암의 원인은 30%가 흡연이고, 음식이 30%이고, 감염이 20%이고, 알코올이 약 5%이다. 이런 주요 원인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이 암의 원인이라면 전자담배 역시 해롭나.

“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일단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 요즘 전자담배,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를 많이 피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기존 담배와 똑같은 담배에 불을 붙이는 대신 배터리를 이용해 약 300도로 가열해 그 에어졸을 흡입한다. 연기가 나지 않으니 전자담배는 유해 여부가 논란이 되는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이 전자담배에도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담배가 100%만큼 해롭다면 전자담배는 약 65% 정도 해롭다. 이를 덜 해롭다고 보는 것은 마치 독약에 물을 좀 타서 마시면서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냐?’ 하고 생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금연운동이 효과를 보이니까 담배 회사가 덜 해로운 담배를 개발해 금연을 해야 할 흡연자를 유혹하는 상술에 불과하다. 끝없이 담배 회사의 상술에 넘어가 전자담배로 건강을 해치며 돈을 벌어줄지, 나와 가족이 원하는 대로 담배를 끊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암 예방을 위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나.


“음식은 암의 30%를 일으킨다. 우선 탄 음식은 피해야 한다. 밥을 태운 누룽지는 괜찮으나 고기를 태우는 것이 문제다. 고기를 태우면 탄 고기에서 벤조피렌이라는 강력한 발암물질이 있어 위암을 일으키니 반드시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짠 음식이 위암을 일으키니 짜지 않게 먹어야 한다. 붉은 고기가 대장암을 일으키기 때문에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은 더 해롭다. 암 예방에는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당연히 좋다.”

―감염으로 인한 암도 예방할 수 있나.


“암의 20%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한다. 첫째 B형 간염 바이러스와 C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암을 일으키는데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예방접종을 통해 막을 수 있다. C형 간염 바이러스 예방접종은 아직 없으나 완치시키는 약이 개발됐으니 치료하면 된다. 인유두종바이러스(HIV)는 자궁암을 일으킨다. 흔히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다. 성 경험이 없는 여학생들에게 예방접종을 통해 자궁암 발생을 예방해야 한다. 또한 위암의 원인이 되는 것이 헬리코박터인데 위내시경을 해서 헬리코박터를 발견하면 항생제를 1, 2주 복용해 제균하면 위암을 예방할 수 있다.”

―소량의 술은 건강에 좋다는 말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 소량의 음주도 해롭다. 술은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식도암, 간암, 대장암, 위암 등의 암을 다 일으킨다. 그래서 술은 가능하면 안 마시는 게 좋다. 예전에는 술은 약간 마셔도 좋다, 이런 말들이 있었는데 의학적으로 낡은 개념이다. 그래서 WHO도 가장 건강한 음주는 한 잔도 마시지 않는 것이라고 공표했다. 술에 관대한 우리 사회에선 술을 아예 안 마시는 사람에 비해 약간의 음주는 건강에 좋다는 심각한 오해가 뿌리 내리고 있다. 과거에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와 알코올 섭취량을 비교 분석했더니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소량의 술을 마시는 사람의 심혈관 질환 발생률은 떨어지더라는 보고에서 비롯된 오해다. 이 때문에 적정한 음주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적정 음주량이라는 개념이 있었는데 이 연구 결과는 약간 과장된 것이다. 술을 한 잔도 안 하는 사람 중에 이미 암에 걸리거나, 간경화에 걸리거나 해서 건강을 이미 망친 사람들이 포함돼 표본의 대표성이 떨어진다. 음주량에 따른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술을 소량 마시는 사람은 다른 질병과 사망률이 높아졌으며 술을 더 많이 마실수록 사망률이 우상향 직선으로 계속 높아졌다. 따라서 WHO도 금주가 가장 건강에 좋다고 선언하게 됐고 적정 음주량이라는 개념은 폐기됐다. ”

―술의 어떤 성분이 발암물질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이 발암물질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 알코올은 우리 몸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변하는데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하이드 둘 다 1군 발암물질이다. 1군 발암물질이라는 것은 우리 몸에서 암을 일으킨다는 것이 확실하게 밝혀진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섭취하는 1군 발암물질은 바로 알코올이다. 우리 음주 문화에서 꼭 없애야 하는 것이 바로 건배사라고 생각한다. 다 같이 술을 따르게 하고 원샷을 외치면서 술을 마시는 이 습관은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발암물질을 권하는 대표적인 잘못된 음주문화이다. 자기가 자기 책임하에 술을 마시는 것도 권하지는 않지만 남에게 발암물질을 강요하는 것은 결코 해선 안 되는 일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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