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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서울 시청 상공 800m서 핵폭발땐… 시뮬레이션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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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핵탄두 폭발땐 반경 5㎞ 직접 피해, 53만명 사상

북한이 지난 19일 동해 상공 800m에서 모의 핵탄두 폭파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핵 미사일이 위력 20kt의 핵탄두를 탑재하고 같은 높이의 서울 상공에서 폭발할 경우 11만46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53만46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21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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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공 핵 폭발 시뮬레이션


본지가 핵폭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누크맵(Nukemap)’을 통해 800m 상공에서 최대 살상력을 낼 수 있는 20kt급 핵탄두가 폭발한 상황을 가정한 결과다. 누크맵은 미 스티븐스 공대의 앨릭스 웰러스타인 교수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주요 싱크탱크들이 핵무기 폭발 결과를 추정할 때 사용한다. 핵폭탄은 파괴·살상 범위를 극대화하려 공중에서 터뜨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누크맵에 따르면, 20kt 위력의 핵폭탄이 서울 상공 800m에서 폭발한다면 시청을 중심으로 용산구 대통령실(3.6㎞)이 포함된 반경 5.29㎞(87.8㎢)가 핵폭발의 직접적 피해권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 중심으로 반경 100m, 깊이 30m는 움푹 파인 분화구가 생기고 그 안의 모든 건물이 파괴되는 등 초토화됐다. 이 일대에는 높이 7.21㎞의 거대한 버섯구름이 치솟았다. 서울 정부종합청사·명동 등이 포함되는 반경 1.16㎞ 이내는 피폭 1개월 내에 사망하는 수준의 치명상을 입는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용산구 후암동·남산타워 등이 들어가는 반경 2.12㎞에 있는 사람은 3도 화상과 신체 일부를 절단해야 하는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는 11만4610명, 부상자는 42만여 명으로 추정됐다. 용산 상공 800m에서 20kt 핵폭탄이 터지면 대통령실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가 지도상에서 없어지는 수준의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 내 대학교와 아파트 등을 포함한 반경 1.91㎞ 이내 지역도 건물 붕괴와 핵폭발에 따른 화염 피해에 직접 노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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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탄도미사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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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북한의 5차 핵실험 당시 폭발력은 10kt이었다. 10kt의 최대 살상력 고도는 400m로 추정되는데 이 수치를 누크맵에 넣으면 7만7600여 명이 사망하고, 26만8590명이 부상을 입는다는 결과가 나온다. 폭발에 따른 직접적 피해 반경도 4.26㎞에 달했다. 1945년 히로시마 원폭 때처럼 15kt급이 서울 상공 570m에서 터지면 사망자 11만450명, 부상자 28만350명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북한은 핵실험을 여섯 번 했는데 여섯 번째 수소탄 실험의 경우 폭발력이 100~300kt에 달했던 것으로 예측됐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대남 핵 공격을 가할 경우 남쪽 방향으로 바람이 불 때를 고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으로 핵 낙진이 날아오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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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아산정책연구원 제공


핵폭탄이 폭발하면 나노초 수준의 짧은 순간에 큰 에너지가 방출돼 약 1억8000도의 열 폭풍이 발생한다. 이에 핵 폭풍과 함께 핵분열에 따른 고열의 열 복사선과 낙진이 퍼진다. 낙진은 ‘방사성 물질이 붙은 상태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가루’를 말한다.

하지만 폭발 시 지하에 있는 사람은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 정용훈 카이스트(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점 바로 아래쪽 지표는 녹거나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지만 원점에서 2~3㎞ 정도 떨어진 지점의 지하는 별다른 손상을 입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평균 깊이가 15m 정도인 서울 지하철 1~4호선의 승강장까지 내려간다면 직접적인 폭발 위험에선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15m는 아파트나 일반 건물의 경우 지하 4~5층 정도 깊이다. 방사선 자체는 콘크리트 30㎝, 벽돌 벽 40㎝, 흙 60㎝ 이상이면 차단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히로시마 원폭 당시 현지 주민이었던 노무라 에이조(당시 47세)씨는 폭심지에서 불과 170m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콘크리트 건물 지하에 피신했다가 목숨을 구하고 84세까지 살았다.

현재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은 30~100기 정도로 추정된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연구소가 2021년 발간한 보고서는 2027년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최대 200여 기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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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이 딸 주애와 지난 16일 ICBM 발사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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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한은 지난 19일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전술핵 탄두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1발을 800㎞ 사거리로 발사해 동해 상공 800m에서 모의 핵탄두를 성공적으로 폭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폭발 조종 장치와 기폭 장치의 신뢰성이 다시 한번 검증됐다”고 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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