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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 “삼성·SK 중국 공장, 증산 5% 제한 지키면 기술 업그레이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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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법 담당 상무부 고위당국자 간담회

미 상무부는 21일(현지 시각) 오전 자국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10년간 중국 등에 투자를 못 하게 한 소위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의 세부 규정을 발표했다. 한미 양국 정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세부 규정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반도체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상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본지를 포함해 10여개 한국, 대만, 일본 3개국 언론들을 초청해 진행한 간담회에서 “우리는 동맹국 및 파트너국가들과의 조율이 (반도체 과학법)을 추진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보다 탄력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동맹국들과의 협조가 매우 중요한만큼 (한국 등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공통된 국가 안보 이익을 증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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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조지타운대에서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위한 반도체법과 장기 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은 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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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부의 마이클 슈미트 반도체법 프로그램사무국장은 이날 국무부 외신기자클럽(FPC)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은 반도체 생산과 관련해 자급자족(self-sufficient)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도체 과학법을 통해) 사이버 보안 위협, 자연 재해 등 광범위한 위협에 대응해 건전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를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등 동맹국들 사이에서 반도체 과학법 조항들이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관계자는 또 “연방 보조금 수혜자는 또한 외국 관련 기관과 공동 연구에 참여하거나 기술을 허가하는 것이 금지될 것”이라며 “외국 관련 기관은 중국, 러시아, 북한에 기반을 둔 기업에 관한 외국 법인 등을 포함한다”고 했다. 이번 조치가 북·중·러 등 적성 국가를 겨냥한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 상무부 당국자가 간담회 직후 한국 정부와 협의를 위해 바로 한국으로 출발하고 이후 일본, 대만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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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칩을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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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날 간담회 일문일답.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을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으면서 어디까지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지 설명해달라.

“5% 생산(증가) 제한을 넘지 않고 미국 수출통제를 준수하는 한 기술적 업그레이드는 가능하다. 생산능력을 5% 이상 확대하지 않는 한 반도체법이 새로 부과하는 제한은 없다”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 정부의 요구 대로 미국의 반도체 연구개발에 참여하면 민감한 기술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데.

“(법안에 명시돼 있는)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의 목적은 (한국 등) 반도체산업 구성원이 공통 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 포럼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식재산권(IP)이나 기업들이 기밀로 여기는 정보의 공유가 아니다.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이 더 많이 NSTC에 참여할수록 미국과 해외 반도체 산업 모두에 매우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어 반도체법으로 미국만의 이득을 추구해 미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많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국과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들에 속하고 우리는 진심으로 미국 반도체산업에 외국인 투자가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반도체법 규정은 미국 기업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미국이 당국 주도의 중국의 산업정책을 모방하며 자유시장경제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늘 이렇게 우리가 이런 건전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반도체법 프로그램을 완전히 투명한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반도체법 프로그램을 완전히 투명하고 공정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행하고 있으며 이런 접근은 미국에서 사업하는 방식과 본질적으로 매우 일관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발표에서 거래 규모가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이 넘어설 경우 첨단 반도체의 경우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하고, 이전 세대의 범용(legacy) 반도체는 생산능력을 10% 이상 늘리지 못하게 했다. 이 금액이 넘어설 경우 무조건 미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인가?

“매번 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초과이익을 공유할 것이라고 했는데 어느 정도가 될 경우에 초과 이익을 공유한다는 것인지 기준을 알려달라.

“우리는 사업의 예상 이익을 전망하고 그런 경제 분석에 기반해 보조금의 크기를 결정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업의 실제 이익이 예상치와 부합하면 공유할 부분이 없다. 그 사업이 해당 기업에 엄청나게 성공적이고 수익성이 좋다고 해도 그렇다. 이익이 예상치를 상당히 초과하면 특정 기준을 초과한 부분은 미국 정부에 반환하고 정부는 그 돈을 우리 반도체 생태계에 재투자하게 될 것이다. 정확한 기준은 신청하는 기업별로 구체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범용 반도체(legacy chips)의 기준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려달라.

“로직(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이미 법에 28nm(나노미터)로 명시돼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작년 10월 7일 발표한 수출통제와 같다. 디램은 18nm 이상, 낸드는 128단 이하가 범용 반도체다. 그리고 반도체법에 2년마다 범용 반도체의 정의를 다시 검토(revisit)하게 된다.”

-미국이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1년 동안 수입할 수 있도록 허가했는데 올해 다시 심사하는가.

“반도체법의 의도는 중국 등에서 반도체 생산시설 확장이나 새 시설 건설을 막는 것이다. 이미 수출통제를 준수하며 운영 중인 시설을 중단하는 게 아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사업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 수준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반도체과학법 하에서 기업들이 수출통제를 준수하고 수출통제기관의 허가가 있는 한 그런 수준의 업그레이드는 가능하다.”

-지나 레이먼도 상무장관은 보조금 경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한국과 대만도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위한 보조금 정책을 도입하려고 한다.

“우리는 한국, 대만과의 대화에서 국제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다룰 생각이다. 우리는 혁신과 반도체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장려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조율되고 효과적인 노력이 이뤄지도록 하려고 한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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