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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앙겔라 메르켈의 철학이 한국에도 통할까?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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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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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은 2005년부터 2021년까지 독일 총리를 지낸 정치인이자 과학자였다.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동독 출신인 그는 16년이라는 최장기 집권기록을 세운 후 정계 은퇴했다. 자유 세계에서 16년간의 경력은 전례가 없고 역사적으로 독특하며, 이러한 인물은 보기 드문 사례이다.

메르켈 정치적 리더십의 약점은 불확실한 정치적 비전, 의사소통 능력 및 군중을 끌지 못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는 독일의 특별한 문화적 역사적 상황 및 정치적 체제로 보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독일 유권자들은 카리스마와 감정을 호소하는 파토스를 꺼린다. 나치 히틀러 같은 군중을 흥분시키는 연설을 멀리하고 포괄적 의제보다 리더들의 합리적이고 타협적이며 사실에 기반한 정치를 지지한다. 유권자들은 때로는 냉철하고 비판적이며 높은 도덕성과 실력주의를 선호한다. 독일 체제에서는 당대표와 수상 후보는 당원들에 의해 선출되며, 이들의 선택은 종종 여론보다는 당 내부를 고려한 사항에 기반하다. 독일 총리는 직선에서 선출되는 게 아니고 연방의회에서 선출된다.

메르켈은 군중을 휘어잡는 능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정치적으로 장점으로 승화시킨다. 그는 개인적인 관계를 쉽게 구축한다. 개별적으로 대화를 추진하고 전화나 문자를 통해서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상대자에게 이해시키면서,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간다. 정치적 분위기를 감지하는 능력, 당 지도부와의 개인적 연결은 그녀의 도전자들을 능가했다. 그는 정치 게임을 할 줄 안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결정을 내릴 때는 이에 관계된 사람을 참여시켜서 그들의 말을 경청했다. 그러는 동안 상황 판단을 하며, 자신의 정치적 진로를 반영하면서 상황에 맞는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데 탁월했다. 그뿐 아니다. 그의 중요한 정치 기술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유지하는 데 있었고, 경력 초기부터 독일 체제에서 정당 동맹자들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했다.

메르켈은 항상 인기 있는 정치인은 아니었지만 높은 대중의 신뢰를 견지했다. 그의 리더십은 능력, 배려, 신뢰, 청렴에 기반했다. 그는 뇌물을 받거나 부패하지 않았고 겸손하고 검약했다. 메르켈은 기민당의 재정 스캔들과 관계된 헬무트 콜 총리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했지만 결코 자신을 키워준 정치인을 떨어드리기 위함은 아니었다. 2018년에 당 지도부의 재정 스캔들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때 그는 당을 살리기 위한 합리적 논리를 폈다. 이를 통해 그녀는 당의 신뢰를 얻었고, 결국은 총리가 되었다.

메르켈은 국가를 위한 정책이면 반대파 정책도 수용했다. 한국은 새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 그전에 실행된 정책을 거의 무효화한다. 한번은 메르켈에게 기자들이 실업이 줄고 경제가 활성화되는 데 그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담담하게 '제가 새로 한 것은 없습니다. 이전 정부에서 실행했던 정책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메르켈은 수많은 정치인을 오염시킨 물질적 가치, 명예, 권력에 집착한 적이 없다. 부군과 함께 사는 아파트도 월세이며 평범한 공간일 뿐이다. 통일 한국의 꿈이 이뤄지면 북한의 이름 없는 여교수가 집권해 통일 한국을 세계의 높은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언제 올까?
한국일보

김해순 유라시아평화통합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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