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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프랑스 연금개혁 법안 통과…“루이 16세 처단” 시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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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른 총리 불신임안 부결…좌파 의원 “찬반 국민투표로” 요구

확산되는 시위 ‘반자본주의’ 구호도 등장…마크롱 계속 부담

경향신문

항의하는 야당 의원들 프랑스 하원 야당 의원들이 20일(현지시간) 중도성향 자유·무소속·해외영토(LIOT) 그룹과 제1야당 좌파연합 뉘프(NUPES)가 공동으로 제출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부결되자 플래카드를 들고 일어나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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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야당 의원들이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 법안 강행처리를 막기 위해 제출한 내각 불신임안이 20일(현지시간) 의회에서 부결됐다. 연금개혁 법안은 이로써 통과됐으나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 등은 프랑스 정부가 의회 입법 절차를 건너뛰면서까지 연금개혁을 밀어붙이는 데 반발해 야권이 제출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불신임안 두 건이 이날 모두 하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중도 성향 자유·무소속·해외영토(LIOT) 그룹과 제1야당 좌파 연합 뉘프(NUPES)가 공동으로 제출한 불신임안은 찬성 278표를 얻어 부결됐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려면 하원 287석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9표가 모자랐다.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제출한 불신임안도 94표의 찬성표만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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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임안 부결로 연금개혁 법안은 의회를 통과한 효력을 갖게 됐다. 이 법은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이 법은 상원에서 가결됐으나, 하원 통과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한 마크롱 대통령이 표결을 생략하고 총리 책임 아래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헌법 49조3항을 발동했다. 반대 의원들이 내각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면 법안은 취소되지만, 불신임안이 부결됨에 따라 마크롱 정부는 법안을 강행할 수 있게 됐다.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는 이날도 전국에서 밤늦게까지 벌어졌다. 르몽드는 파리, 리옹 등지에서 열린 시위에서 시민들이 마크롱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는 루이 16세의 목을 쳤고,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리옹 시위에서는 ‘반자본주의’ 등의 구호도 등장했다.

연금개혁 반대 시민들 사이에서는 2006년 최초고용계약(CPE) 법안을 저지시킨 예가 거론되고 있다. 청년실업 해결 명목으로 최초 고용 후 2년 동안 고용주의 해고 권한을 대폭 강화한 법이다. 당시 이 법은 상·하원을 통과했지만, 시민과 학생들의 강렬한 저항이 일어나자 정부가 법안 선포를 포기하고 의회는 수정 법안을 입법했다.

로랑 베르거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 위원장은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큰 사회적 위기이자, 지난 30년 동안 가장 큰 정치적 위기가 펼쳐지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며 “대통령이 법안을 공포하지 않고 철회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23일 대규모 파업과 집회를 예고했다. 좌파 성향 의원 250명은 이 법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공동발의 국민투표(RIP)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보른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들은 연금개혁에 대한 반발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경우 유류세 인상에 대한 반발로 2018년 말부터 2019년 봄까지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노란 조끼’ 시위처럼 정부가 다시 한번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개혁에 대한 강경한 의지를 밝히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개혁이 민주적 여정의 끝까지 갈 수 있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불신임안이 가결될 경우 의회를 해산하고 재선거를 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파리 | 박은하 유럽 순회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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