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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푸틴 만난 시진핑 ‘평화 중재자’ 자처…“세계 다극화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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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러 정상회담서 우크라 전쟁 등 논의…‘반미 연대’ 과시

시 “전쟁 해결 위한 건설적 역할 원해”…푸틴도 “환영”

경향신문

더 가까워지는 중·러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맨 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 네번째)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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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논의했다. 시 주석은 국가주석 3연임 이후 첫 해외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해 푸틴 대통령과의 ‘오랜 우정’을 과시하며 ‘반미 연대’의 고삐를 죄고 있다.

시 주석은 동시에 이번 방문을 통해 우크라이나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에서 ‘평화 중재자’ 이미지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연내에 중국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차이치(蔡奇)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 왕이(王毅)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판공실 주임, 친강(秦剛)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대표단과 회담했다.

러시아에서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위원회 부주석,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부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이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담은 양국 대표단 회담과 문서 서명식, 공동기자회견에 이은 국빈만찬으로 진행된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은 전했다. 주요 의제는 양국 간 협력 강화와 우크라이나 문제다. 러시아 측은 회담에 앞서 두 정상이 ‘새 시대 포괄적 협력관계 및 전략적 상호작용 심화에 대한 양국 공동 성명’과 2030년까지 양국 경제 협력의 핵심 분야를 발전시킬 계획에 관한 성명 등 2개 중요 문서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 계획을 담은 10여개 문서에 합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과 러시아 양측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논의가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은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발표하고 전쟁 중단과 평화 협상의 중재자로 나설 뜻이 있음을 천명했다. 이날 회담에서 시 주석은 이 정치적 해결 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푸틴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회담 결과는 공동 성명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시 주석은 러시아 방문 첫날인 전날에도 푸틴 대통령과 일대일 비공식 회담을 갖고 관련 논의를 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중·러는 모두 세계 다극화를 지지하며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양국은 유엔 등 다자간 플랫폼에서 세계 평화와 안정의 튼튼한 기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는 중국과 국제사무에 대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며 세계 다극화와 국제관계 민주화 과정을 촉진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세계 다극화와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강조한 것은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를 비판하며 양국 협력으로 새로운 세계 질서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도 “대다수 국가가 긴장 완화를 지지하고 화해와 대화 촉진을 주장하며 불에 기름을 붓는 것에 반대한다”며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해서 건설적 역할을 발휘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 문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고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발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답했다.

경향신문

마크롱과는 테이블 거리 5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2월 초 크렘린궁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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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은 전날 첫 만남에서 식사를 함께하며 4시간30분에 걸친 대화를 하고 우정을 과시하듯 덕담도 주고받았다. 식사 전 두 사람의 대화는 작은 사각형 탁자를 사이에 두고 1m 안 돼 보이는 거리에서 마주 앉아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다른 해외 정상급 인사들이 크렘린궁을 방문했을 때 5m나 되는 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눴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국가주석 3연임을 축하하며 “시 주석의 강력한 영도 아래 중국은 반드시 계속 발전·번영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시 주석도 “러시아는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거행한다”며 “러시아 인민이 반드시 강한 영도를 보여온 당신에게 계속 견고한 지지를 보낼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화답했다. 24년째 장기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과 15년의 장기집권을 시작한 시 주석이 서로에 대한 우정과 신뢰를 과시하고, 시 주석은 반미 연대를 위해 러시아 정권의 안정을 바란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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