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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11년 만에 재심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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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광주고법 전경.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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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부녀의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첫 심문기일이 21일 광주고법에서 열렸다. 대법원 판결 이후 11년 만으로,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질지 관심이 쏠린다.

광주고법 형사2-2부(재판장 오영상)는 이날 오후 심문기일을 열고 살인, 존속살해 등 혐의로 11년 전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중인 A(73)씨와 딸 B(39)씨의 재심 개시 여부 판단에 나섰다.

A씨는 2009년 7월 6일 순천에서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 최모(당시 59세)씨와 최씨의 동료에게 마시게 해 이들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딸과 함께 기소됐다. 당시 최씨가 사업장에 가져온 막걸리를 함께 나눠 마신 다른 동료 2명도 중태에 빠졌다.

검사는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A씨 부녀가 최씨와 갈등을 겪다 최씨를 살해했다고 봤다.

1심은 피고인들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부녀의 부적절한 관계가 살인 동기가 됐다는 검찰 수사 내용도 믿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자백을 번복했지만 중요한 진술은 서로 일치한다며 A씨에게 무기징역,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범행 현장에서 나온 막걸리 용량이 구입처로 지목된 식당에서 주로 취급하지 않았던 점, 막걸리 공급 장부 사본이 위조된 점, 청산가리 입수 시기·경위와 감정 결과가 명확치 않았던 점, 진술 번복과 자백 강요 의혹 등으로 논란이 일었다. A씨 부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지난해 재심을 청구했다.

A씨 부녀 법률 대리인 박준영 변호사는 이날 기일에서 “검사가 자백을 강요하고, A씨 부녀에게 유리한 증거를 재판에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당시 재판에서 A씨가 오이 재배를 위해 청산가리를 얻어 보관했고, 이를 범행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이날 재심 청구 이유를 밝히면서 “검사가 ‘오이 농사에 청산가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농부 50여 명의 진술을 확보해놓고 의도적으로 법원에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검사가 압수한 플라스틱 스푼에서 청산염이 검출되지 않자 압수 조서와 감정 결과도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이 A씨 부녀의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도로와 버스 방범카메라(CCTV) 영상을 조사해 딸만 막걸리 없이 버스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했음에도, 검사가 ‘CCTV 기록이 없다’고 거짓말하며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수사 기록을 분석한 결과 담당 검사와 수사관이 자백을 강요하며 A씨 부녀의 혐의 부인 과정을 빼고, 하지 않은 진술을 조서와 의견서에 허위 기재했다”고도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검사와 수사관의 직무상 범죄사실(허위공문서작성행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을 밝혀야 한다며 재판부에 증인 신문을 요청했다. 검찰은 추후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A씨 부녀의 재심 절차 관련한 2차 심문기일은 오는 5월 23일 열린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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