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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박진 “국가신인도 일본보다 높고 1인당 구매력도 앞서···굴종외교 프레임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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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진 외교부 장관이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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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이후 처음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굴욕 외교” “대통령 탄핵 사유”라는 야당 의원들 비판이 쏟아졌다. 박 장관은 “한·일 관계를 복원하는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며 반박했다. 여당 의원들은 전 정부 책임을 문제 삼고 윤 대통령을 김대중 전 대통령에 빗대 정부를 두둔했다.

국회 외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외교부·통일부를 상대로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징용) 배상 해법으로 ‘제3자 변제’를 제안한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박 장관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여야 의원들 모두 회의장에 배치된 노트북에 태극기 인쇄물을 붙여놓고 회의를 진행했다.

국회 과반 의석을 보유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일 정상회담이 “굴욕 외교”였다며 박 장관 사퇴와 탄핵, 국회 차원의 청문회 추진을 거론하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조정식 의원은 “대통령실과 정부가 대승적 결단이라고 자화자찬하는데 정말 소가 웃을 소리”라며 “윤 대통령 방일은 국격을 무너뜨린 친일적 결단이고 외교 대참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굴욕이라는 것은 약자가 강자한테 몸을 굽히는 것인데 지금 대한민국은 약자가 아니다”라며 “국가의 신인도도 한국이 일본보다 높고 1인당 구매력도 일본을 앞서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굴욕 외교, 굴종 외교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반박했다.

김경협 의원은 “대통령과 장관의 행위는 헌법 제65조가 규정한 명백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심각한 인신 공격이고 명예훼손”이라며 “정부 정책 판단은 탄핵사유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역대 내각의 입장 전체를 계승하고 있다”며 명시적인 추가 사과를 표현하지 않은 데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박정 의원은 “뒷세대 아이들에게 사과를 계속할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된다라는 2015년 아베 담화도 포함된 것 아닌가”라며 “기시다 총리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 대해 최소한 읽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적 있나”라고 물었다. 박 장관은 “입장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에 입각했다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뜻을 일본이 포괄적으로 계승한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향후 강제징용 배상 판결금에 대한 구상권을 일본 정부에 청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입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은 “외교부 아태국장이 외통위 보좌진들을 만났을 때 ‘구상권 포기는 심각한 배임 행위이기에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했다”며 “외교부 측이 국회에 거짓말한 건가”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구상권 행사를 상정하고 있지 않다”며 “실무적으로 국회에서 말씀드린 것도 지금 드린 말씀과 같은 맥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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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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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와 독도 문제가 거론됐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논의된 적 없다”며 선을 긋는 정부 입장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독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상 간 무슨 얘기가 있었는지 일본 언론을 통해 들으니 우리 정부를 더 의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조정식 의원의 관련 질의에 “정부에서 드리는 말씀을 믿어달라”고 말했고 “일본 말을 믿으시나, 한국 정부 말을 믿으시나”며 김상희 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 게이오대학 연설에서 일본 메이지 시대 사상가 오카쿠라 덴신의 발언을 인용한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경협 의원은 “조선 침략의 정당성을 주장해왔던 오카쿠라 덴신의 주장까지 인용했다”며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의 첫 영업 작품이 주권을 팔아먹는 것이었나”라고 주장했다. 박정 의원은 “이토 히로부미가 용기와 희망을 얘기했다면 그 사람도 인용하며 앞으로 계승하자고 얘기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여러 가지로 판단할 문제”라며 “중요한 것은 메시지의 본질적 내용”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간 한·일 관계 악화와 관련해 전 정부 책임을 거론하며 박 장관을 적극 옹호했다. 태영호 의원은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 관계를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에 오늘 이런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나름대로 해법은 모색했겠지만 실질적으로 진전된 결과가 아무것도 없었다”며 이번 한·일 회담이 “새로운 역사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호응했다.

한·일 의원연맹 회장인 정진석 의원도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를 문재인 정부에서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배를 열었는데 손도 못 대고 다시 덮어버린 것이고 폭탄 돌리기 한 것 아닌가”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이걸 방치해서는 안되겠다 그래서 결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같은 이른바 피고 기업, 전범 기업들이 기금에 참여하는 문제가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하자 박 장관은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에 두 피고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하태경 의원은 “현 시점에서 평가할 때 그 누가 박정희 대통령이 (1965년) 당시 한·일 국교 정상화한 것을 잘못했다고 돌팔매할 수 있나”라며 “시간이 좀 걸릴 뿐”이라고 정부 입장을 두둔했다. 윤상현 의원은 “결국 김대중 정신을 윤석열 정신으로 만든 것이 우리 대통령”이라고 윤 대통령을 치켜세웠고 이에 박 장관은 “동의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야당 의원들 질의를 듣고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하다”며 “자위대 군홧발이 한반도를 더럽힐 수 있나”라고 물었다. 박 장관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경협 의원은 일본을 두둔한 무속인 천공 발언을 거론해 “윤 대통령은 천공 교시에 따라 움직이는 허수아비인가”라며 “제2의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태영호 의원이 “여기서 천공 얘기가 왜 나오나”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잠시 소란이 빚어졌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도 “우리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이런 발언은 정말 심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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