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은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연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답방 등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지속과 고위급 교류·소통을 활성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외통위에서 여야는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과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극명히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대립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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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의 진정한 시작"
박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 6일 직접 발표했던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 실질적 해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닌 진정한 시작"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관계 부처와 협력해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 방일로 형성된 양국 관계 개선 모멘텀을 외교·경제·문화·인적교류 등 모든 분야로 확대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측면에서도 한·일 관계 개선으로 연간 수출액이 약 3조 5000억 정도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또 외교부가 이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정상화 조치를 마무리한 것을 거론하며 "한·일, 한·미·일 군사정보협력 강화에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화이트리스트(수출 관리 우대 대상국) 조치의 최단기간 복귀도 조속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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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공세에 "누구 말 믿나"
박 장관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출석한 이날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한·일 관계 현안과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 특히 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와 위안부 합의가 거론됐다는 일본 언론 보도와 관련해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정상 간 오간 이야기에 대해 우리 국민이 일본 언론을 통해 들으니까 정부에 대해 더 의심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나 정부가 국민들께 (회담 내용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질의에 박 장관은 "독도 문제나 위안부 문제는 아까 말씀드렸지만,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적 없다"며 "일본 말을 믿나, 한국 정부 말을 믿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독도가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라고 하는 점은 불변의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독도나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기시다 수상이 언급한 건 여러가지가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이날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상대국 정상의 언급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은 외교 관례상 당연한 것이고, 또한 이를 국내 정치적으로 정쟁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최근 일본 언론 등의 왜곡 보도에 대해서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엄중히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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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론자 인용' 논란도
한편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 게이오대 강연에서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 오카쿠라 덴신의 발언을 인용한 것과 관련해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제 침략을 정당화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강연 내용에 넣었냐"고 질의했다. 이에 박 장관은 "(오카쿠라 덴신은) 일본에서 아시아론을 주장한 인물로 알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메시지의 본질"이라고 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당시 강연에서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 오카쿠라 덴신은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고 했다"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 조금 더 용기를 내자"고 말했다.
이날 외통위에선 민주당 측에서 재생한 영상을 두고도 공방도 벌어졌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대만의 한 유튜브 채널을 띄운 뒤 "대만 정치인이 '윤 대통령 자체가 한국의 적이다. 이게 무슨 외교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당 김경협 의원도 역술인 '천공'이 '일본에 대해서 고마워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내용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띄웠다.
이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김 의원이 인용한 유튜브 채널은 대표적인 혐한 채널이며, 천공의 유튜브도 현 정부 정책과 전혀 무관한 무속인의 채널"이라며 "국정과 무관하고 공세와 정쟁을 위한 질의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맞섰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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