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더 글로리' 충격에 국회도 '화들짝'…'학폭 근절' 법안 어디까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MT리포트]학폭, 해법은 있다⑤ 여야 학폭근절 공감대 높아졌지만 입법성과는 아쉬워

[편집자주] 학교폭력에 대해 수십년간 다양한 해결책이 나왔지만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나왔던 해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폭력 없는 교실을 만들기 위한 학생과 교사 등 당사자들과 정부, 국회, 일반사회 각계각층의 생각을 들어봤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기홍 위원장이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의결하고 있다. 2023.3.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가 일으킨 학교폭력(학폭) 근절 바람이 여의도까지 불어 닥쳤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자녀 학폭 문제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사태까지 겹치며 국회에서도 학폭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그동안 학폭 근절 및 재발 방지를 위해 발의된 법안들은 국회에서 수 년 째 잠자고 있었다. 학폭 대책을 놓고도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정쟁으로까지 치달은 탓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교육위)를 중심으로 따돌림·성폭행·언어폭력·사이버폭력 등 학교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종류의 학폭을 근절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정 변호사가 국수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자녀가 학폭을 저지른 사실로 강제전학 조치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학폭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교육위는 국회 차원에서 학폭 해법을 도출하겠단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9일 야당인 민주당 주도로 정 변호사 자녀 학폭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상임위 긴급 현안질의를 한 데 이어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31일 이 사건과 관련한 청문회까지 열기로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당국에 학폭 근절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며 교육부가 이달 내 대책을 마련키로 한 만큼, 국회도 적극 나서겠단 것이다. 유기홍 교육위원장(민주당)은 "교육위 의견이 교육부 (학폭 근절)정책수립에 반영될 수 있도록 3월 내 청문회 개최가 좋겠단 의견"이라고 말했다.

학폭 근절과 관련한 입법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학폭 가해자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학생이 법률적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일선 교육감이 법률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문제는 학폭 이슈가 정치권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입법성과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가 한 목소리로 학폭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외치는 것과 달리 학폭근절 정책을 뒷받침할 법안들은 상임위 등에 계류된 발목이 묶인 상황이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및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3.09.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6월부터 이날까지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은 전부 41건이다. 이 중 원안이 가결된 것은 학교폭력사안의 심의과정에서 장애학생의 행동특성, 아동심리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한 법안 한 건에 불과하다. 가결된 법안과 비슷해 폐기되거나 자진 철회한 3건의 법안을 제외하면 37건이 잠들어 있다.

역대 국회 입법성과와 비교해도 저조한 성적이다. 학교폭력예방법 관련 개정안은 18대와 19대에선 4건이 처리됐고, 20대에서도 37건의 법안 중 2건이 통과됐다. 지난해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 숫자가 전년(2021년) 대비 50% 가량 증가한 5만4000명에 이르는 등 학폭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입법 성과는 제자리인 셈이다.

정 변호사 자녀 사태를 계기로 주목받고 있는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강화와 관련한 법안도 상임위 논의 수준에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학교폭력위원회 조치 사항의 생기부 보존 기간을 법률로 규정해 근거를 명확히 하고, 기재 기한도 최장 10년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초·중등 교육법' 개정안이 교육위 법안심사소위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학폭 해결을 위한 여야 접근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법적 처벌 등으로 경각심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처벌 강화 만으로 학폭 예방이 될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열린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조경태 의원이 "학폭과 관련해 현행 제도를 대폭 강화시켜 놓는 것이 제2, 제3의 피해를 막을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학교 안의 문화나 인간관계 성격 이런 것들을 변화시키고 교육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이 제공된다면 학교폭력의 근본적 원인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교육위 소속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학폭 문제에 대해서도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다 보니 법안 처리가 더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전날(20일) 정 변호사 자녀 학폭 관련 기자회견에서 "국회에서도 학폭과 관련해 30개가 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라며 "여야 합의를 도출해 근본적인 학폭 근절 대책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