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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애플페이 국내 도입…반나절 만에 20만명 등록, 파급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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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통일보다는 빨랐다”

한겨레

21일 오전 애플과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이폰과 현대카드를 보유한 이용자는 호환 단말기를 보유한 매장에서 카드 실물 없이 휴대전화로 간편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건물에 부착된 애플페이 홍보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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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전상현(34)씨는 21일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손가락을 바삐 움직였다. 인스타그램 친구들이 올린 애플페이 인증 사진을 보자마자 아이폰 ‘지갑’ 앱을 열어 현대카드 두개를 등록하고, 인증 사진 대열에 합류했다. 전씨는 “3분도 안 돼 등록이 끝났다. 얼마 전 일본 여행에서 처음 이용해 보니 편리해 국내 출시 소식을 듣고 바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애플이 현대카드와 손잡고, ‘애플페이’ 서비스를 국내에도 출시했다. 현대카드가 발행한 비자·마스터 브랜드 신용카드나 국내 전용 신용·체크카드를 가진 아이폰, 애플워치, 아이패드, 맥북 이용자는 이날부터 기기 내 지갑 앱에 카드 번호를 등록하는 절차를 거쳐 애플페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 이외 카드는 아직 등록·이용이 막혀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언더스테이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외에서 애플페이가 처음 나온) 8년 전부터 다음 달, 다음 달 하고 기다린 아이폰 이용자가 많았을텐데, 다행히 남북통일보다는 애플페이 국내 출시가 빨리 이뤄졌다”며 “비접촉식 결제의 국제 표준인 이엠브이(EMV,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 호환 엔에프시(NFC, 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가 국내에도 확산되면, 앞으로는 ‘신용카드 다시 한 번 꽂아주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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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애플페이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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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사용자들은 국외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던 비접촉식 결제를 국내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된 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애플과 현대카드에 따르면, 애플페이 출시 첫날인 이날 오전에만 20만명 넘는 현대카드 회원이 애플 지갑 앱에 카드 정보를 등록했다. 아이폰 이용자 손정민(31)씨는 “삼성페이가 편리하다고 해서 갤럭시로 잠깐 옮겨간 적이 있었다. 국내에서도 애플페이 서비스가 곧 출시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폰으로 되돌아와 현대카드도 미리 만들어뒀는데, 드디어 출시돼 기대된다”고 말했다. 30대 중반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는 “이제 갤럭시 폰을 고수할 마지막 이유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도 애플페이 덕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페이에 올라탈 국내 첫 카드사가 될 거란 소문이 주기적으로 나오면서 지난해 현대카드 신규 가입자 수는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2월 1062만6천명이던 현대카드 회원 수는 지난달 1143만명으로 7.5% 늘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 발급도 늘었지만 체크카드 발급이 최근 크게 늘었다. 고정 소득이 없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이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0만명대 초반에 머무르며 달마다 1∼2천명 단위로 느는 데 그쳤던 이 업체 직불·체크카드 회원 수가 지난해 9월부터는 월 1만여명씩 늘어 지난달에는 17만9천여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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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용자가 애플페이를 이용해 애플워치로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고 있다. 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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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엔에프시 결제 단말기를 갖춘 오프라인 매장이 적어, 애플페이가 단기간에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에 큰 파급력을 가져오긴 어려울 거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현재 애플페이는 주요 편의점과 코스트코, 현대·롯데백화점, 홈플러스, 폴바셋,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배달의민족 등 별도 계약을 맺고 단말기를 설치한 매장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신세계 계열 프랜차이즈 매장에선 이용이 불가능하다. 교통카드 기능 이용도 제한된다. 정 부회장은 이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현재 현대카드 가맹점을 기준으로 50%가 넘는 곳에서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며 “사용처를 빠르게 넓혀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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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용자가 편의점에서 애플페이를 탑재한 아이폰으로 음료수를 사고 있다. 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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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업계는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 뒤 애플페이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전체 가맹점에서 이용 가능한 것도 아니고 단말기 보급 비용 등 문제도 있어 우선은 상반기까지 소비자들의 이용 추세를 살펴보며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앞으로 다른 카드도 탑재된다면 ‘체리슈머’(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 성향이 강한 젊은층이 혜택을 기준으로 갈아탈 것”이라며 “애플페이 도입을 계기로 현대카드 이용자 수가 소폭 늘 수는 있겠지만 시장 점유율을 뒤집을 정도는 아닐 걸로 본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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