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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시진핑·푸틴 회담, 5m탁자는 없었다…첫날 밀착 대화하며 덕담 ‘우정’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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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친애하는 친구” 견고한 신뢰감 표출

정상회담서 양국 협력 및 우크라 문제 논의

경향신문

러시아를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일대일 비공식 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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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 대 5m’.

상대방에 대한 마음의 거리를 테이블 길이로 표현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1m도 되지 않는 작은 사각 테이블을 옆에 두고 서로의 영도력을 칭찬하며 덕담을 나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다른 해외 정상들과는 5m 길이 테이블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던 것과 대조적이다.

두 정상은 21일 공식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작은 탁자 사이 두고 대화, 마크롱 5m 탁자와 대조…서로 영도력 칭찬하며 덕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20일 비공식 회담에서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비판하며 두 나라가 새로운 세계 질서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시 주석은 “중·러는 모두 세계 다극화를 지지하며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양국은 유엔 등 다자간 플랫폼에서 세계 평화와 안정의 튼튼한 기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는 중국과 실무 협력을 계속 심화하고 국제사무에 대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며 세계 다극화와 국제관계 민주화 과정을 촉진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 대다수 국가가 긴장 완화를 지지하고 화해와 대화 촉진을 주장하며 불에 기름을 붓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해서 건설적 역할을 발휘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 문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고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발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비공식 회담은 만찬 시간까지 포함해 무려 4시간30분에 걸쳐 이뤄졌다. 특히 식사 전 두 사람은 작은 사각형 탁자를 사이에 두고 1m도 안돼 보이는 거리에서 마주앉아 친근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마크롱 대통령이나 안토니우 구체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다른 해외 정상급 인사들이 크렘린궁을 방문했을 때 5m나 되는 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눴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향신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2월 크렘린궁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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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친밀한 관계를 과시하듯 덕담을 주고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시 주석의 탁월한 영도 덕분에 중국 국가제도와 통치체계의 우월함이 증명됐다”면서 “시 주석의 강력한 영도 아래 중국은 반드시 계속 발전·번영할 것”이라고 시 주석의 국가주석 3연임을 축하했다.

이에 시 주석은 “러시아는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거행한다”며 “나는 러시아 인민이 반드시 강한 영도를 보여온 당신에게 계속 견고한 지지를 보낼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푸틴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24년째 장기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과 15년의 장기집권을 시작한 시 주석이 서로에 대한 우정과 신뢰를 과시하고, 시 주석은 반미 연대를 위해 러시아 정권의 안정을 바란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정식 정상회담…우크라이나 문제 주요 논의


시 주석은 러시아 방문 이틀째인 21일 푸틴 대통령과 공식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논의한다. 이날 회담은 양국 대표단 회담과 문서 서명식, 공동기자회견에 이은 국빈만찬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러시아 타스통신은 전했다.

회담의 주요 의제는 양국 간 협력 강화와 우크라이나 문제다. 러시아 측은 회담에 앞서 두 정상이 ‘새 시대 포괄적 협력관계 및 전략적 상호작용 심화에 대한 양국 공동 성명’과 2030년까지 양국 경제 협력의 핵심 분야를 발전시킬 계획에 관한 성명 등 2개 중요 문서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 계획을 담은 10여개 문서에 합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스통신은 이와 관련해 크렘린궁은 에너지·군사 협력과 무역 문제를 주되게 논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과 러시아 양측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논의가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은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발표하고 전쟁 중단과 평화 협상의 중재자로 나설 뜻이 있음을 천명했다. 이날 회담에서 시 주석은 이 정치적 해결 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푸틴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회담 결과는 공동 성명을 통해 공개될 전망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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