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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지하철 범죄]①폭증하는 지하철 범죄…지하철공사 직원이 현행범 잡아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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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불법 촬영·휴대폰 절도 범죄 잇따라 발생

서울 지하철 발생 범죄 작년 3000건 넘어

아시아경제

지난 17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내부 사진=최태원 기자 sk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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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한 남성이 서울 영등포구 대방역에서 여성의 치맛속을 불법 촬영한 후 도주했다. 경찰은 추적 중이지만 아직도 범인을 잡지 못했다. 경찰은 이 남성의 신원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40대 남성 B씨는 올 1월부터 서울 지하철에서 술에 취해 잠든 사람들만 골라 휴대폰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취객들이 이용하는 시간대에는 지하철이 비교적 한하고, 폐쇄회로TV(CCTV)에 걸릴 가능성도 높지 않아 공공장소인 지하철에서 대담한 범행에 나선 것이다.

시민의 발인 지하철에서 불법촬영, 성추행, 절도 등 각종 범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에서 발생한 범죄는 3000건을 돌파해 코로나 이전의 매년 2600~2700건보다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최근 지하철 범죄가 증가세를 보이는 만큼 시민 불안감 해소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하철 이용객들은 "혼잡 시간대나 심야시간대는 더 이상 안전 지대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19일 오후 10시 40분께 시청역에서 1호선을 탄 김세은씨(35)는 "술에 취해 고함을 지르고 휴대폰을 자꾸 위로 드는 남성을 보고 위협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낮 시간대도 탑승객들은 안심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17일 오후 5시께 서울 지하철 2·6호선 신당역에는 2023 연·고 상반기 합동응원전에 참여하려는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하철이 오자 일부 여학생들은 가디건으로 다리 등 신체 부위를 가린 후 수시로 주변을 둘러보는 등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휴대폰을 손에 꽉 쥐고 가방을 앞으로 돌려 매기도 했다.

연세대생 김모씨(21)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몰려 있는 상태에서 성추행을 저지르고 사람들 속에 섞여 하차해버리면 못 잡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지하철 내에 지갑이나 휴대폰을 떨어트린 후 못찾은 경우도 종종 있었다. 김진호씨(45)는 "지하철 1호선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렸지만 찾지 못했다"며 "누군가 주워간 것 같았지만 객차 내부에 CCTV 등이 설치 되지 않아 따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1월에는 김모씨(68)가 지하철에서 신혼부부의 축의금 가방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도 있었다.

시민들은 CCTV 설치율 저조로 열차 내에 휴대폰을 놓고 내리거나 불법촬영 등의 피해를 보더라도 피해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1호선의 경우 노후화 된 열차가 많고 CCTV 설치가 안 되어 있다보니 유독 크고 작은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경제

지난 17일 오후 서울지하철 6호선 내부 사진=최태원 기자 sk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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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내부의 범죄를 대응하는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범인 검거해 처벌하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한다.

경찰 관계자는 "객차내 CCTV가 충분해야 도주범을 추적할 수 있다"면서도 "CCTV마다 사각지대가 있어 이를 모두 연결해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옷차림과 인상 착의에 대한 기억만으로는 특정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지하철경찰대가 1달여 동안 심야 잠복근무를 통해서야 범인을 잡아낸 절도 사건도 있다.

서울지하철공사가 현행범을 잡더라도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잡아 둘 법적 근거가 없다. 공사 관계자는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로 설명하거나 도주하려면 몸으로 도주 경로를 막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공사는 지하철 내에서 범죄가 발생해 신고가 들어오면 112 신고 후 현장 출동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합법적인 업무범위 내에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범죄 대응하는 식이다. 또 다른 공사 관계자도 "용의자에 대한 사진, 증인, 피해자 증언 없이 용의자에 대한 증거확인행위를 지양하고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경찰에 수사의뢰해 지하철 범죄행위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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