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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오세훈 "주민 원하면 마포 소각장 전면 지하화 않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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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지상 소각장 방문 후 "상암 시설 지하화, 융통성 있게"

서울시, 친환경 명소로 조성…연내 기본 계획 용역 추진

연합뉴스

코펜하겐 자원회수시설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
(코펜하겐=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자원회수 시설 '아마게르 바케'를 찾아 설계업체인 BIG 비야케 잉겔스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3.3.21


(코펜하겐=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마포구 상암동에 들어설 자원회수시설(생활폐기물 소각장)의 100% 지하화 계획을 주민 의사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 출장 중인 오 시장은 현지시간(20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친환경 자원회수시설 아마게르 바케를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상암동 자원회수시설은 100% 지하화하거나 50% 혹은 80% 지하화할 수도 있다"며 "플렉서블(유연)하게, 융통성 있게 열어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암동 소각장을 100% 지하화하겠다는 기존 서울시 계획과는 결이 다른 발언이다.

오 시장은 "100% 지하화가 유일한 해법인지 주민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다 보면 상당히 진전된 방향에서 얘기가 될 수도 있다"며 "아마게르 바케처럼 창의적인 용도, 외관, 펀(fun·재미) 디자인이 나오고 주민이 그게 낫겠다고 생각하면 몇%가 됐든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가능성을 열어놓자는 차원"이라며 지상화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시는 작년 8월 새로운 광역자원회수시설 후보지로 마포구 상암동 현 소각장 부지를 선정했다.

2026년까지 기존 시설 옆 지하에 하루 처리용량 1천t 규모 시설을 새로 지은 뒤 2035년까지 기존 소각장을 철거하겠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그 사이 9년 동안은 두 소각장을 동시에 가동하게 된다.

하루 처리 용량 750t 규모의 기존 소각장 인근에 더 큰 규모의 소각장까지 들어서게 되자 마포구와 상암동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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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새 자원회수시설 입지 후보지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는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주요 시설과 진입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주민 편의시설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벤치마킹 모델 중 하나가 오 시장이 이날 방문한 아마게르 바케다.

2017년 가동을 시작한 아마게르 바케는 오염물질 배출을 유럽연합(EU) 기준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폐기물을 태워 만든 열과 전력을 인근 지역에 제공한다. 소각장 지붕에 조성된 인공 언덕에서는 사계절 내내 스키를 즐길 수 있어 '코펜힐'(Copenhill)로 불리기도 한다.

오 시장은 시설을 둘러본 뒤 "(상암동도) 좀 더 창의적으로 매력 있는 시설로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가 나와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지하화하면 이곳처럼 시설에 매력 포인트를 주는 아이디어에 한계가 생긴다"며 "모양이 두드러지지 않기를 바라는 (상암동 주민들의) 바람이 있어서 지하화하기로 했는데 양해가 된다면 아이디어를 활용할 여지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존 시설 존치 기간 9년은 쓰레기 발생량을 바탕으로 예상한 건데 몇 년이라도 줄일 길이 없는지는 끊임없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할 수 있는 주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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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 자원회수시설 '아마게르 바케'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는 상암동 자원회수시설 건립을 위해 작년 말부터 지난달까지 세 차례 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 설명회를 연 데 이어 이달 7일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 작성, 주민 공람, 한강유역환경청과 협의를 거쳐 5월에 지정 고시를 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상암동 자원회수시설을 주변의 환경적 장점을 살린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게 시의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랜드마크 조성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해 기본 구상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후보지뿐 아니라 인근 월드컵공원 일대를 포함하는 15만㎡ 규모의 마스터플랜도 준비할 계획이다.

주민 반발과 관련해 오 시장은 "우리가 저신뢰 사회다 보니 소각장 배출물질에 유해성이 없다고 말해도 안 믿는 경향이 있다"며 "상암동(기존 소각장)은 연기가 진하게 나오지 않는데 바람이 주거지 쪽으로 잘 안 부는 게 눈에 띄게끔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나 수증기를 보여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설득을 계속 시도할 것"이라며 "서울로 돌아가면 새로운 소통 기회를 가져서 건강상 위해가 없다는 점을 주민께 잘 전달해 불필요한 오해가 줄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아마게르 바케 방문에 앞서 코펜하겐시청에서 소피 안데르센 코펜하겐 시장과 면담하며 두 도시 간 직항 개설 등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시는 아울러 이날 세계 1위 풍력터빈 업체 베스타스(Vestas)사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의 서울 이전을 지원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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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풍력 터빈 업체 베스타스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
(코펜하겐=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세계 1위 풍력터빈 업체 베스타스를 방문해 아태지역본부 서울 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헨릭 앤더슨 베스타스사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3.21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코펜하겐 베스타스 사무실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오세훈 시장과 헨릭 앤더슨 베스타스 회장이 참석했다.

베스타스는 올해 1월 싱가포르에 있는 아태지역본부의 서울 이전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서울에 아태본부를 설립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베스타스 아태본부의 원활한 서울 이전을 위해 행정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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