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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백약이 무효’…반도체·중국발 수출 부진 3월 들어 더 깊어졌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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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3월1~20일 수출입 현황

잇따른 정부 대책 발표 비웃듯…

車 뺀 모든 주요업종 부진 심화

원유·가스 수입 부담 줄었으나,

올해 무역적자 벌써 241억달러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반도체·중국발 수출 부진이 3월 들어 더 깊어졌다. 정부가 올해 수출목표를 작년 이상으로 잡고 각종 대책을 내놨으나 현재로선 백약이 무효한 모습이다.

3월 들어 원유·가스 등 에너지 국제가격이 하향 안정 흐름을 보이며 수입 부담이 줄었으나 수출 부진 속 무역수지 적자 폭도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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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20일 수출액 17.4% 감소…일 평균으론 -23.1%

관세청은 3월1~20일 수출액이 309억4500만달러(통관기준 잠정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감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수출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 전환 이후 최대 폭 감소다. 이 추세라면 6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도 확실한 상황이다.

실질적 수출 감소율은 이보다 더 크다. 올해(14.5일)가 전년(13.5일)보다 조업일수가 하루 더 많았던 걸 고려한 일 평균 수출액 감소율은 마이너스(-) 23.1%에 이른다.

수출 부진의 핵심 요인은 한국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부진이었다. 이 기간 반도체 수출액은 43억2300만달러로 44.7% 줄었다. 반도체는 통상 국내 전체 수출의 20~25%를 차지하지만 3월 현재 그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한국의 주력 품목인 메모리반도체가 현재 국제 수요 하락으로 단가와 판매량이 큰 폭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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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지난달 20일 세종의 반도체 장비 수출기업 비전세미콘을 찾아 반도체 후공정 장비 생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산업부)


반도체뿐 아니다. 승용차를 뺀 거의 모든 품목이 동반 부진 흐름이다. 석유제품(29억3600만달러·10.6%↓)과 철강제품(26억1900만달러·12.7%↓), 자동차부품(11억9600만달러·4.5%↓) 등 대부분 업종 수출이 줄었다. 특히 무선통신기기(8억4500만달러·40.8%↓), 컴퓨터주변기기(4억300만달러·60.9%↓), 가전제품(3억8700만달러·45.6%↓), 선박(2억9900만달러·57.0%↓) 등은 반도체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부진했다.

이 기간 승용차만이 69.6% 늘어난 34억5300만달러를 수출하며 나 홀로 한국 수출을 떠받쳤다. 지난해 반도체 수급 위기에서 회복해 밀린 수요를 해소하는 모습이다.

국가별로도 최대 수출처인 대(對)중국 수출액이 61억8400만달러로 36.2% 감소하며 지난해 말부터의 부진을 이어갔다. 대중국 수출 경유처인 홍콩 수출액도 7억4400만달러로 45.2% 줄었다. 미국(56억600만달러) 수출은 4.6% 늘었으나, 유럽연합(35억1000만달러·8.9%↓), 베트남(26억7500만달러·28.3%↓), 일본(14억3100만달러·8.7%↓), 인도(9억300만달러·3.1%↓) 등 거의 모든 주요국 대상 수출액이 감소했다.

수출 부진 심화로 작년만큼은 수출하겠다는 정부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주재한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올해 수출목표를 작년보다 0.2% 늘어난 6850억달러로 잡았으나, 3월20일까지의 누적 수출액은 13.4% 줄어든 1274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올 하반기, 이르면 2분기 반등 전망도 나오지만, 현 시점에선 반도체를 비롯한 글로벌 경기가 더 침체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통해 수출 확대를 모색기로 했으나, 주력 수출업종의 국제 경기 부진에는 속수무책인 모습이다. 정부와 주력산업 기업은 경기도 용인에 300조원 이상을 투입한 시스템반도체 거점 조성을 비롯한 첨단산업 중심의 중장기 계획을 내놨으나 아직은 계획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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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4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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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수입부담 완화에도…수출 부진 속 무역적자 심화

같은 기간 수입액은 372억6900만달러로 5.7% 줄었다. 그러나 수출 감소와 맞물려 큰 폭의 무역적자 흐름은 계속 이어졌다. 이 기간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적자는 63억2300만달러였다.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수입 부담은 3월 들어 소폭 완화하는 모습이다. 원유 수입액은 48억9600만달러로 10.3% 줄었고, 가스 수입액 역시 27억1400만달러로 23.1% 감소했다. 3대 에너지원 중 석탄(13억8600만달러) 수입액만 19.4% 늘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은 이미 재작년 말 오르기 시작해 지난해 3월엔 정점에 이르렀었고, 이 가격이 최근 들어 하향 안정 조짐을 보이면서 수치상 감소 흐름으로 이어진 것이다.

다만, 에너지 국제 시세는 재작년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수출 부진까지 겹쳐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 흐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은 지난해 3월 이후 12개월째 무역적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달까지 13개월 연속 적자가 확실시된다. 20일까지의 누적 무역적자도 241억300만달러로 벌써 역대 최대이던 지난해 472억달러의 절반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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