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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미국서 전경련 주최 행사 또 가야 하나"…탈퇴했던 '4대 그룹'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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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한일 정상회담서 활약
7년 전 국정농단 사태 때 4대 그룹 탈퇴
김병준 회장 대행 앞세워 사실상 복귀 요청
한국일보

일본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17일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도쿄=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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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했던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한일 정상회담 이후 전경련 재가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경련이 윤석열 대통령 측근인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을 앞세워 사실상 복귀를 요청하고 있어서다. 당장 다음 달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도 전경련이 경제 관련 행사를 맡을 것으로 전해지면서 회원사도 아닌 4대 그룹 총수들이 지난주 일본에 이어 또다시 전경련과 함께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계 일부에선 "자연스레 복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4대 그룹은 "정경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 탈퇴했는데 어떻게 복귀하겠느냐"며 일축하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다음 달 윤 대통령 미국 방문 기간에 열릴 경제 관련 행사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일본 도쿄의 한일 경제인 행사에 이은 두 번째 대통령 관련 행사로 지난해 말 윤 대통령의 경제단체장 만찬과 아랍에미리트 순방 경제사절단에서 전경련이 빠진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해외 행사는 사안마다 행사 주최 측 결정에 따르는 게 관례"라며 "전경련이 2회 연속 대통령 행사를 연다는 것은 결국 정권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증명"이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전경련의 위상이 높아진 배경을 윤 대통령 방일 성과에서 찾고 있다. 전경련이 일본 경제단체 게이단렌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구성하고, 양국 기업인들이 경제 협력을 선언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재계 관계자는 "부족한 시간에도 중요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쇄신 차원에서 탈퇴했기에 재가입 어려워"


한국일보

부당 합병, 승계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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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은 전경련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다시 가입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긋는다. 한 4대 그룹 관계자는 "정치 권력과 기업이 분리되기 위해 탈퇴한 것"이라며 가입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다시 스스로 가입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이들 그룹은 한일 경제인 행사 참석조차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배상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정서 때문이다.

이들 그룹은 전경련과 손잡기에는 껄끄러운 관계에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회장이 수감생활을 한 계기가 됐고, 2016년 쇄신을 약속하며 전경련을 떠났기에 이를 뒤집을 명분이 약하다. LG는 1998년 반도체 사업을 정부의 빅딜 정책으로 넘겨줄 당시 이 과정을 정부와 주도했던 단체가 전경련이어서 두고두고 서먹한 사이가 됐다. 고 구본무 회장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전경련 행사에 가지 않았고 구광모 회장도 선대회장의 뜻을 번복하긴 쉽지 않다. SK는 현재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어 전경련에 힘을 실어주기 쉽지 않다.

다른 4대 그룹 관계자는 "전경련 행사는 이전에도 필요에 따라 참여했다"며 "다만 전경련 재가입은 다른 문제라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본 뒤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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