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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악몽의 3월’ 위기의 한국타이어…노조 갈등에 오너 구속·화재까지 ‘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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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신기록을 기록하는 등 잘나가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에 비상이 걸렸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되며 경영 공백이 생긴 데 이어 대전공장에서는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생산 차질과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노사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잇달아 터진 대형 악재다. 회사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오너 리더십이 중요한 신성장 사업이 전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3월 13일 전날 발생한 대전공장 화재로 결국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재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불은 북쪽 2공장(8만6769㎡)과 타이어 완제품 약 40만개가 있는 물류통을 불태웠다. 이로 인한 피해 금액만 400억원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데도 당장 이를 컨트롤할 수장은 자리에 없다. 앞서 지난 3월 9일 조현범 회장은 200억원대 배임·횡령, 계열사 부당 지원 등 혐의로 구속됐다. 회삿돈을 지인 회사에 빌려주거나 본인 집 수리, 외제차 구매 등에 사용한 혐의 등이다. 당장 화재 관련 상황은 구치소에서 보고받아야 하는 처지다. 조 회장은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조만간 기소돼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오너 리스크가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 5억원 이상 횡령 혐의가 인정되면 집행 종료 후에도 5년간 관련 기업 취업이 제한되는 만큼 조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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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지난 3월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좌).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현장(우). (연합뉴스, 한국타이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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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불 나 생산 중단됐는데

수장은 배임·횡령 혐의로 구치소에

대규모 화재에 회장까지 구속되면서 한국타이어 경영 환경은 안갯속으로 빠졌다. 당장 실적이 가장 큰 문제다.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대전공장이 일부 전소되고 전체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타이어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매출 8조3942억원과 영업이익 705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7.5%, 9.9% 증가한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상반기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물류 대란 등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이었지만 하반기에는 원자재와 선임 비용이 안정화하고 우호적인 환율 상황이 조성되며 실적이 개선됐다. 이런 기세를 살려 올해도 전년 대비 5% 이상 매출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6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미국 테네시 제2공장도 증설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야심 찬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화재가 난 대전공장은 한국타이어 전체 생산량 중 약 20%를 차지하는 주요 공장 중 하나다. 이 중 65%는 수출하고, 35%는 내수용으로 공급한다. 1·2공장을 합쳐 타이어가 하루 평균 4만개에서 4만5000개 생산된다. 연간으로 따지면 약 2000만개 규모다. 업계에서는 정상 가동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해외 업체와의 계약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국내외 다른 공장에서 생산한 타이어로 물량 공급을 돌리는 등 분산해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계획이다. 인근 충남 금산공장은 물론 중국 세 곳과 미국·헝가리·인도네시아 등 해외 생산 거점 생산량을 조절해 최대한 공급 물량을 맞추겠다는 설명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경영진을 포함한 임직원이 사고 수습·복구를 서둘러서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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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추진에도 제동

경영권 분쟁 재점화할지 촉각

신사업 추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조현범 회장은 회장 취임 전부터 신사업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당초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조현식 고문과 조현범 회장 투톱 체제로 운영될 당시에도 조 고문은 “주력 사업인 타이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조 회장은 “손대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취임 후 첫 주주총회에서는 “앞으로 광통신 부품 시장을 포함해 자율주행 차량의 솔루션과 부품으로 사업 확대를 기대한다”며 “미래 신사업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도 이끌었다.

한국타이어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는 2021년 4월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의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에는 주행 데이터 전문 스타트업인 쓰리세컨즈의 자율주행 부문을 인수하며 미래 모빌리티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또 한국타이어는 미래 먹거리가 될 ‘전기차용 타이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던 것과 동시에 미국 테네시 공장 증설을 통해 트럭·버스용 타이어까지 생산라인을 확대해 북미 시장 상용차 사업을 넓히던 중이었다.

하지만 조현범 회장 공백으로 오너 의사 결정이 중요한 신사업 추진이 제 속도를 못 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수일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상 경영 체제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총수의 의사 결정이 필요한 대형 투자 건에 대해서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 한국타이어는 조 회장 구속과 관련해 “회사가 대규모 투자와 M&A를 진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는데 리더십 공백으로 회사의 신성장동력 확보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짧은 입장도 냈다.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와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점도 숙제로 꼽힌다. 지난해 4월 시작한 임금·단체 협상은 아직까지 타결되지 않았다. 여기에 노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습적으로 작업을 중단하는 ‘게릴라 파업’을 벌이고 있어 노사 갈등이 고조된 상황이다.

한편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조 회장은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조만간 기소돼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서 5억원 이상 횡령 혐의가 인정되면 집행 종료 후에도 5년간 관련 기업 취업이 제한돼 조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일단락됐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앞서 조현범 회장은 형인 조현식 고문과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등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2021년 12월 조현범 회장이 원톱 체제를 마련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2020년 조양래 명예회장이 차남 조현범 회장에게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모두 넘긴 것에 대해 조희경 이사장이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조 회장이 구속 기소되면서 이 상황이 크게 요동칠 여지가 생겼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 이사장이 승소하더라도 경영권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조현범 회장에게서 지분을 돌려받으려면 민사소송 등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것만 수년 걸리고, 결과 역시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조현범 회장이 무리 없이 경영권을 지킬 것이라는 시각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1호 (2023.03.22~2023.03.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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