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UBS, CS 인수에 글로벌 금융위기 일단락… 각국 정부 “신속한 조치 환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위스정부·국립은행 기자회견

“금융 안정성 확보… 경제 보호”

합병 법인 투자 자산 5조弗 추산

대마불사 우려… 정리해고 전망

시그니처은행은 NYCB서 인수

대내외 경제여건 불확실성 지속

특별대손준비금 도입 유도 방침

세계 금융위기의 방아쇠가 될 뻔했던 스위스 대형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CS) 위기가 같은 나라 최대 금융기관 UBS에 인수되면서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됐다.

세계일보

협상 마치고 악수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의 회장 콜름 켈러허(오른쪽)가 19일(현지시간) 스위스 베른에서 악셀 레만 크레디스위스(CS) 회장과 인수 협상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UBS가 이날 CS를 32억5000만달러(약 4조2600억원)에 인수하기로 전격 합의함에 따라 CS의 유동성 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진정될지 주목된다. 베른=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CNN방송,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와 스위스국립은행(SNB)은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UBS가 CS를 인수할 것”이라면서 “이번 인수가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고 스위스 경제를 보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32억5000만달러(약 4조2600억원)로 지난 17일 장 마감 당시 은행의 가치보다 약 60% 낮은 금액이다. CS 주주들은 금요일 장 마감 당시 1.86스위스프랑(약 2600원)의 가치가 있었던 주식 대신 0.76스위스프랑(약 1070원)에 해당하는 UBS 주식을 받게 돼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이번 인수 금액은 UBS가 당초 제시했던 금액에서는 대폭 상향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UBS는 CS 인수 금액으로 10억달러를 제시했고, CS는 이 제안액이 지나치게 낮아 주주와 직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며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협상이 실패할 경우 스위스 정부가 CS를 완전 또는 부분 국유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는 소식까지 흘러나왔지만, 스위스 정부의 적극적 중재로 결국 매각 협상이 타결됐다. 스위스 정부는 이번 인수 지원을 위해 1000억달러의 유동성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SNB는 “인수가 완료될 때까지 추가적 유동성 지원을 통해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린 켈러 서터 스위스 재무장관은 “(이번 인수는) 다른 어떤 시나리오보다 국가와 납세자, 세계 금융 안정성에서 위험이 작다”고 강조했다.

전격적인 매각 성사로 금융 시장이 글로벌 위기 패닉(공포)에서 빠져나오자 각국 정부가 환영했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융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스위스 당국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성명에서 “스위스 당국의 신속한 조치와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는 질서 있는 시장 상황을 회복하고 금융 안정성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

사진=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UBS는 스위스 1위를 넘어 유럽 내 초대형 은행 중 하나로 거듭나게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UBS의 총자산이 1조1000억달러, CS가 5750억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두 은행을 합친 자산 규모가 우리 돈 2197조원에 달하는 것이다.

합병 법인이 전 세계적으로 보유하게 될 투자 자산이 5조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대마불사(규모가 크면 망하지 않는다는 뜻)’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미국 초대형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등에 최근 수백억 달러 규모의 예금이 쏠리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 등이 18일 보도했다.

대규모 정리해고는 합병 은행이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해 말 CS가 이미 9000명가량의 직원 정리해고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이번 합병 탓에 추가 감원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합병으로 두 은행 간 중복 인력이 크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콜름 켈러허 UBS 회장 역시 인수 이후 “CS의 투자은행 사업을 축소해 그룹 위험 가중 자산의 25%를 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VB와 함께 파산해 위기를 가중했던 미국의 시그니처은행은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에 인수됐다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이날 전했다. NYCB 자회사 플래그스타뱅크는 성명에서 FDIC로부터 현금 250억달러와 대출금 130억달러를 포함해 380억달러의 자산을 매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시그니처은행의 기존 40개 지점은 20일부터 새 은행 소속으로 운영된다.

시그니처은행보다 규모가 커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SVB는 분할 매각된다. 블룸버그는 SVB 파산 관재인인 FDIC는 SVB를 최소 두 사업 부문으로 분할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입찰 일정도 연기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통신에 SVB에 대한 분할 매각은 잠재적 인수자의 풀을 넓히기 위한 것으로, 당초 19일이었던 마감일을 오는 24일까지 연장해 인수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다만 FDIC는 아직 SVB의 매각 방법과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으며 이는 변경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잠재적 리스크 점검 강화 나선 금융당국

금융당국은 대내외 경제여건 불확실성 지속에 금융권 감시를 강화하는 추세다. 금융권 특성상 언제, 어디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고, 그 파장도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 업권별로 벌이고 있는 감독업무설명회에서 잠재적 리스크 점검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2023년 중소서민금융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국내 저축은행, 카드사 및 캐피털사, 상호금융은 현재 향후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과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어 최근 대내외 불안 요인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중소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유동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난 17일 은행 대상 업무설명회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례와 같이 해외로부터 발생한 불안 요인이 국내 금융시장의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잠재리스크 요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 상황 악화 시에도 은행이 자금중개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특별대손준비금 도입 및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적립기준 개선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하겠다”고 감독 계획을 설명했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선제적 리스크관리 강화는 국내 은행 자본 적정성에도 불안한 구석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2.26%로 유럽연합(EU·14.74%), 영국(15.65%), 미국(12.37%)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자본 적정성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당국의 사전 점검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금융시장 모니터링 강화를 위해 마련한 ‘금융현안대응반’은 최근 운영 종료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1월 레고랜드 사태 등 부동산PF를 중심으로 자금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경제정책국 내 한시조직을 만들어 대응하다 최근 해체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미국 SVB 파산에 따른 여파가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운영 종료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응반 운영 종료는 (SVB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결정됐던 사안”이라며 “SVB 사태로 인한 영향은 차관보 주관하에 경제정책국에서 철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필웅·이지안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이도형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