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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선거제 개편 논의 시작 전부터 파열음… 당내 소통 없이 졸속 강행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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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의원 수 늘리기 상정 가치 없어”

주호영 “반대 압도적… 증원 고려 안 해”

‘50명 확대안’ 고수 땐 전원위 불참 피력

“의원정수 확대 빼고 1·2안 합치자” 요구

민주당도 증원에 소극적… 수정안 낼 듯

“논의 일정 맞추려다 지도부와 엇박자”

초당적 모임 ‘정치개혁 2050’ 회견

“3개 案 모두 위성정당 방지책 없다” 지적

소선거구 지역구 축소방안 추가 등 주장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 논의가 시작도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여야가 국회 전원위원회 개최를 위해 의결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을 국민의힘이 사흘 만에 뒤엎으면서다. 국민의힘은 결의안에서 ‘의원정수 50명 확대안’을 빼지 않으면 전원위에 불참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정치권이 충분한 검토와 당내 공론화 없이 선거제 개편을 졸속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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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20일 “국민들은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우리 당은 애초부터 의원정수 늘리는 것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며 “우리 당 의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안을 중심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결의안을 수정)해야 전원위가 열릴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전원위 개최 여부를 다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소위는 지난 17일 전원위에 올릴 선거제 개편안을 세 가지로 압축해 결의안 형식으로 의결했다.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로 이 가운데 첫 번째, 두 번째가 의원정수를 총 350명(지역 253명+비례 97명)으로 증원하는 안이다. 비례의석을 50석 늘려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간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그러자 여권 내에서 당론과 민심에 반하는 개편안이라며 철회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즉각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서 “어떤 경우라도 국회의원 증원은 결단코 반대해야 한다”며 “그럴 리 없지만, 여당에서 만약 그런 합의를 한다면 지도부 퇴진 운동도 불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최다선(5선)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오히려 비례대표 폐지와 선거구 개편을 통해 국회의원 수를 최소 100명 이상 줄여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

“의원 숫자 늘리자는 주장은 국민 무시하는 처사”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오른쪽)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 결의안에 대해 “국회의원 숫자부터 늘리자는 주장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정개특위 소위가 결의안 형식으로 의결한 선거제 개편안 중 2개 안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50명 증원을 골자로 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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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이 악화하자 여당 지도부도 일제히 반대의 뜻을 밝혔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선거제 개편의) 근본 취지는 민주당이 앞장서서 비틀어놓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국적불명, 정체불명 제도를 정상 제도로 바꿔놓자는 데 있다”며 “의원 숫자 늘어나는 안은 아예 안건으로 상정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저는 지금 현재 300명으로 규정된 국회의원 정수조차 헌법위반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여당이 전원위 불참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여야는 정개특위 전체회의가 예정된 22일 전까지 결의안 수정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결의안에서 의원정수 확대 내용을 빼고 1안과 2안을 하나의 안으로 합치자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도 의원정수 확대에 소극적인 입장인 만큼 수정안 마련에 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도 당연히 의원정수 늘리는 데 대해 대단히 신중해야 할 문제이고 국민 또한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여야가 충분한 숙의와 당내 소통 없이 선거제 개편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선거제 개편은 세부 쟁점으로 들어갈수록 정당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같은 당이더라도 지역구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문제라 공론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를 소홀히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개특위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 17일 의총에서 여야의 안이 아닌 제3의 국회의장 자문위 안으로 결의안을 만들자고 양해가 됐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한다면) 국민의힘이 의총에서 애초에 그 안을 올리지 말자고 결의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치르느라, 우리 당은 여러 현안 때문에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했다”며 “김 의장이 내놓은 전원위 일정을 어떻게든 맞추려다 보니 정개특위가 실제 각 당 지도부 생각과 어긋나는 안을 올리게 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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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개혁 논의… 기득권 유지책” 여야 청년 정치인, 수정 의결 촉구

여야 청년 정치인들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소위원회가 국회 전원위원회에 올리기로 한 세 가지 선거제 개편안은 ‘현역 국회의원 기득권 유지책’에 불과하다며 수정 의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야 청년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초당적 모임인 ‘정치개혁 2050’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소위에서 제출한 선거제 개편 3개안 그대로 전원위에서 논의한다면 이는 기득권은 하나도 내려놓지 않고 진행되는 무늬만 개혁 논의가 될 것”이라면서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내용이 빠져있어 심각한 우려를 보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소위가 지난 17일 의결한 세 가지 안 모두에 위성정당 방지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적인 규제든 양당의 정치적 결단이든 위성정당 방지 방안이 함께 논의되지 않으면 다른 제도개혁은 사상누각”이라고 했다.

또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비례대표를 50명 확대하는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소선거구 중심의 현역 국회의원 기득권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는 셈”이라면서 “양당 중심의 무한정쟁을 유발하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비례대표를 확대하면서 동시에 소선거구 지역구를 축소해야 한다. 반드시 지역구 축소 방안이 추가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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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2050은 의원정수를 그대로 둔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 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선거구와 중대선거구의 의석을 각 몇 석으로 하는지 언급이 없으며, 3∼10인이라는 당선자 수는 그 범위가 너무 넓어서 제대로 된 토론 자체가 불가능한 안”이라면서 “양당 동반당선제도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4∼5인 이상의 대선거구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오는 28일 전원위원회 이전에 열리는 22일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반드시 3개안이 수정 의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 제출된 3개안을 중심으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진행된다면 국민의 동의를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정치 양극화 완화에 무한정쟁 중단이라는 정치개혁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다”고 했다.

정치개혁 2050은 2050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청년들이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붙인 이름이다. 모임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탄희·전용기 의원, 이동학 전 청년최고위원, 국민의힘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 여야 청년 정치인 16명이 속해 있다.

김병관·최우석·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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