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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래에셋, 네이버 투자로 쓴 물… 지난해만 5600억 평가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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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증시 불황으로 증권사 영업이익이 급감한 가운데 일부 증권사들의 상장사 평가손실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이 가장 많은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상장사 투자로 57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네이버 투자 하나로만 5658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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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네이버(##NAVER) 주식은 281만5315주로, 이는 네이버 전체 지분 중 1.72%에 해당한다. 회계 장부상 가치는 4997억원으로 지난해 초(1조656억원)보다 5658억원(53%) 감소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17년 6월 네이버 측과 전략적 제휴 등 목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하면서 네이버에 처음 투자했다. 특히 네이버에 필요한 제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어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지분 교환을 통해 일종의 백기사(경영권 분쟁에서 우군 역할)를 확보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해진 GIO는 네이버 주식을 3.73%(612만9725주)만 갖고 있다. 네이버는 이 때문에 미래에셋증권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과도 자사주 맞교환을 통해 우군을 확보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네이버 지분을 0.64% 갖고 있고, 스튜디오드래곤(0.32%)과 이마트(0.24%), 신세계(0.2%)도 네이버 지분을 0.2~0.3%씩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주주 입장에서는 네이버 우군 역할만 해주고 평가손실이 커져 속이 타는 상황이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이 가진 네이버 장부 가치가 1조원이 넘었던 시기에 매각했다면 5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지만, 기회를 놓쳐 버린 셈이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앞으로 네이버 주식을 보유할지 처분할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네이버 역시 미래에셋증권 지분 7.46%를 확보해 1218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래도 손실 규모는 미래에셋보다는 적다.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 외에도 7개 상장사에 투자했지만, 에스비비테크에서 2억5920만원 평가수익을 올린 것 외에는 합산 4685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 중이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 투자로 31억4500만원 손실을 보고 있고, 유비온(-6억1927만원), 제이아이테크(-3억8602원), 저스템(-1억5428만원)도 지분 가치가 하락했다.

10대 증권사 가운데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게시한 5곳 중 3곳이 상장사 투자로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삼성증권이 마이너스(-) 89억3000만원 손실을 보고 있고, 하나증권(-45억3100만원)과 NH투자증권(-40억3200만원)도 손실을 입고 있다. 대신증권만 유일하게 23억6400만원의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다. 대신증권은 애드바이오텍과 POSCO홀딩스, 삼성물산, 네이버에 투자했다.

증권사들의 투자는 어디까지나 평가손실인 만큼 아직 손해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향후 상장사 주가가 오르면 지금의 평가손실을 만회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가 아니라 네이버와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교환”이라며 “시세 차익을 노렸다면 네이버 주가가 높을 때 처분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오귀환 기자(o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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