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위기를 제어하는 비상조치들도 다각도로 가시화했다. 세계 주요 6개 중앙은행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유럽중앙은행, 캐나다은행, 영란은행, 일본은행, SNB는 달러 유동성 공급 강화 방침을 공동 발표했다. 미 달러 자금을 제공하는 스와프 라인의 효과를 개선하기 위해 만기 운영 빈도를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늘린다는 내용이다. 미국 대형은행들은 별도로 중소은행 지원에 나섰다.
일련의 조치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을 리 없다. 주요 은행 간에 불신과 불안으로 장벽이 쌓여 ‘돈맥경화’ 현상이 빚어지고, 군소은행들부터 줄파산하는 불상사가 없도록 각국이 힘을 모아 비상 안전회로를 가동한 것이다. 미국 지역은행 살리기에는 ‘월가의 황제’로 통하는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나섰다고 한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지역은행을 살리는 ‘소방수’로 나선다는 보도도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다들 힘을 보태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초저금리 정책이 세계적으로 너무 오래 지속됐고, 거품도 너무 커진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미 경제학자들의 분석 결과 파산 위기에 노출된 미국 은행이 186개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UBS와 CS 간 합병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기본자본(Tier1)인 160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이 전액 상각 처리됐다고 전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2017년 스페인 은행인 방코포플라르의 코코본드 전액 손실 사태보다 더 큰 폭탄이 터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국내에도 약한 고리는 널려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가계부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의 회색 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가 함께 움직이면 재앙을 면하기 어렵다. 주요 당국자들부터 국내외 동향을 직시하고 신속히 행동하길 바랄 뿐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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