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71] 색의 조화와 대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마가린과 인상주의 회화 사이엔 의외의 공통점이 있다. 둘 다 화학자 미셸 외젠 셰브렐(Michel Eugène Chevreul·1786~1889)의 발견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이다. 셰브렐은 처음으로 지방에서 글리세린과 지방산을 분리했고, 그가 발견한 지방산이 마가린이 됐다.

조선일보

미셸 외젠 셰브렐, 색의 조화와 대비의 원리, 1854년 영어 번역판, 패서디나 헌팅턴 도서관 소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824년 셰브렐은 유서 깊은 섬유 공방인 고블랭의 염색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서 그는 염료의 질이 떨어져 태피스트리 색이 투박하다는 불만을 듣고 염료를 면밀히 검토했으나 이들의 화학적 성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랜 연구 끝에 그는 서로 다른 여러 색의 원사를 조밀하게 직조해 만들어내는 태피스트리의 특성상 색이 같은 원사라 할지라도 주위에 어떤 색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걸 발견했다. 예를 들어, 같은 검은색이라도 노랑 옆에 있으면 선명한데 보라 옆에 두면 흐리터분해지는 것. 이게 바로 오늘날 미술 시간에 배우는 색 대비다. 1839년 셰브렐은 보색대비, 계시대비, 동시대비 등 색의 영향 관계와 그 지각 현상을 정리해 ‘색의 대비와 조화의 원리’라는 책으로 발표했다. 그 첫 번째 도판은 바로 이처럼 한 색면을 오래 보고 나면 나중에 그 색과 반대되는 보색이 보이는 현상을 도해했다.

셰브렐의 책은 많은 화가의 색채 교과서가 됐지만, 그중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게 조르주 쇠라와 빈센트 반 고흐다. 쇠라가 색을 작은 점으로 분할해 화면에 가득 찍고, 반 고흐가 보색들을 화면에 병치해 강렬한 감정을 일으킬 때, 그들의 머릿속에 셰브렐의 색채학이 있었다. 셰브렐은 말년에는 노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다 102세에 세상을 떠났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