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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최근 집값 하락은 정상화 과정… 文정부 출범 전으로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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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SH공사 사장 인터뷰

동아일보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20일 서울 강남구 SH공사 본사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사장은 “서울이 세계적 도시가 되려면 자랑할 만한 건물이 필요하다”며 “KS(한국산업표준)보다 월등한 서울 스탠더드(SS)를 만들고 고급 자재를 사용해 명품 ‘백년주택’을 짓겠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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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값 하락은 부동산이 정상화되는 과정입니다. 거품이 더 빠져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5억 원이었던 서울 아파트값 평균이 11억 원이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으로 돌아가야죠.”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본사에서 만난 김헌동 사장(68)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연말까지 부동산 매매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사장은 약 20년 동안 건설사에서 일한 후 약 20년 동안 시민단체에서 분양원가 공개 운동 등을 해 온 부동산 전문가다. 김 사장은 2021년 11월 취임 후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건물만 분양해 분양가를 절반으로 낮추는 토지임대부 주택(일명 반값아파트)을 도입하는 등의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동산 전문가로서 현 정부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굉장히 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선 고위당정 협의를 한 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기만 하면 집값이 올랐다. 통계도 엉터리였다. 문재인 정부 3년 차에 집값이 14% 올랐다고 발표했는데 당시 경실련 집계로는 5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 정부에선 특별히 부동산 대책을 내놓지 않았는데도 집값이 잡히고 있다. 과격하게 말하자면 부동산은 그냥 놔두는 게 대책이다.”

―집값 하락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나.

“올 1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2022년 4월 고점 대비 약 37% 하락해 2020년 7월 수준으로 회귀했다. 올 1월 발표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매매가는 소폭 올랐지만 전세가는 여전히 하락세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커지는 상황이라 최소 연말까진 매매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 SH공사가 개입하나.

“집값이 더 떨어져 주택 시장이 정말 회복 불능 상태에 들어가거나 심각한 상황이 되면 공공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가능성에 대비해 SH공사도 미리 주택 매입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가격이 너무 떨어져 매매가 안 되거나, 이사조차도 못 가는 상황이 되면 정부나 서울시가 공공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시기가 오지 않겠나.”

―취임 후 분양원가를 지속적으로 공개했다.


“취임한 지 한 달 만인 2021년 12월 고덕강일4단지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당시 아파트를 4억 원에 분양했는데 원가가 3억 원이었고 공사는 33% 정도 이익을 봤다. 이후 계속 분양원가를 공개했는데 25평(약 82.5㎡)짜리 아파트 건축비는 모두 다 2억 원 미만의 원가가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값아파트’인 고덕강일3단지 경쟁률이 40 대 1이었다.

“예상보다 다소 낮았다. 100 대 1 정도는 될 줄 알았다. (웃음) SH공사의 아파트가 얼마나 좋은지 덜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방식의 토지임대부 주택을 여러 군데 계획하고 있다. 다음은 마곡지구다. 지하철 접근성 등이 괜찮아 고덕강일보다 경쟁률이 더 높을 것으로 본다.”

―고덕강일3단지 59㎡ 분양가 3억5500만 원이 다소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혹자는 건축비가 2억 원이면 된다더니 왜 3억5500만 원을 받느냐고 한다. 그런데 고덕강일3단지는 선분양이 아닌 후분양 주택으로 2026년 본청약을 진행한다. 3억5500만 원은 현시점이 아닌 본청약 시점의 추정 분양가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짓는 아파트는 100년 이상 가는 명품 ‘백년주택’이다. 이를 위해 건설사에 30% 이상 건축비를 더 주고 고급 자재를 쓰려고 한다.”

―토지임대료를 매달 40만 원 내는 게 부담된다는 의견도 있다.

“일시금으로 1억4000만 원의 보증금을 내면 토지임대료를 면제해 주려 한다. 분양가와 합쳐도 5억 원이 안 되는 것이다. 고급자재를 사용해 일대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를 반값에 분양하는 셈이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서울형 건축비’를 만들겠다고 했다.

“오세훈 시장께서도 지난해 싱가포르를 찾아 ‘고품질 임대주택’을 약속했다.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가 되려면 세계에 자랑할 만한 건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KS(한국산업표준)보다 월등한 ‘서울 스탠더드(SS)’를 만들려 한다. 그리고 선진국 수준의 고급 자재를 사용해 후손들이 100년 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짓겠다.”

김헌동 SH공사 사장
△충남 부여 출생 △1981∼2000년 쌍용건설 △1999∼2004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2004∼2015년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본부장 △2019∼2021년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2021년∼현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인터뷰=장원재 사회부장
정리=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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