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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자동차 위기속 질주…수출액 반도체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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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이 흔들리는 ‘수출 한국호’의 버팀목으로 떠올랐다. 지난달엔 자동차와 부품을 합친 수출액이 반도체를 뛰어넘어 1위에 오르면서다. 하이브리드·전기·수소차 등 고부가가치의 친환경차가 고르게 성장하면서 새로운 수출 동력이 되고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자동차 산업은 전년 동기 대비 생산(30.2%)·내수(19.6%)·수출량(34.8%) 모두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2월 수출액은 56억 달러로 1년 전보다 47.1% 급증했다. 지난해 12월(54억2000만 달러)을 넘어 월간 최고치를 찍었다. 최근 4개월 새 기록을 세 차례 갈아치우는 등 상승세가 뚜렷하다. 부품 수출액도 북미·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1년 전보다 13.3% 늘었다.

한국 전체 수출은 지난해 10월(-5.8%) 이후 5개월 연속 감소했고, 무역적자의 늪에선 1년째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만큼은 훈풍이 불고 있다.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던 것과 대비된다.

지난달엔 자동차·부품을 합산한 수출액이 76억2000만 달러로 국내 총 수출액의 15.2%를 차지했다. 자동차 부문이 ‘효자 상품’ 반도체(59억6000만 달러)를 넘어 1위 수출품이 된 셈이다. 1월에도 소폭 앞질렀다.

가속 페달을 밟은 수출 실적 뒤엔 대당 단가가 높은 친환경차 수출 증가, 국산차 상품성 강화에 따른 글로벌 판매 호조 등이 있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친환경차의 성장이 가파르다. 2월 수출 물량은 6만3000대로 1년 전보다 61.6% 늘었다. 신차 출시 효과 등이 겹치며 처음으로 월 6만 대 선을 넘어섰다. 수출액은 같은 기간 83.4% 늘면서 6개월째 증가세를 지켰다. 역대 최고인 20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자동차 총 수출액의 36.1%를 차지했다.

국내 업체들이 친환경차에 빠르게 뛰어든 덕에 해외시장에선 연비와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전기차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아 EV6는 대중 전기차 부문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발표한 ‘올해의 SUV’엔 현대차 아이오닉5가 선정됐다.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거둘 수 있는 SUV와 고급 브랜드 등도 수출 실적을 끌어올렸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SUV를 적극 개발·판매하고, 제네시스 성능 등이 빠르게 좋아지면서다. 미국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미국 내 2월 평균 판매가는 6만2768달러로 렉서스(도요타) 등 경쟁 차종보다 높았다. SUV 라인업인 GV70·GV80 등은 권장소비자가격보다 웃돈이 붙어 판매되고 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미국·유럽 시장 점유율은 각각 10.8%, 9.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 5개월째 감소…자동차는 8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



올 1~2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수출된 승용차도 한국GM의 SUV 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일본 도요타그룹, 독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량 3위에 올랐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자동차 수출이 늘어났다는 건 그만큼 국내 업계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전까진 ‘패스트팔로어’(추격자)였다면 지금은 친환경차 등을 주도하는 ‘퍼스트무버’(선도자)로 진입했다”면서 “올해도 수익률·경쟁력 강화라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분간 자동차 부문이 한국의 무역 전선을 견인할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13일 관세청이 발표한 3월 1~10일 수출입 자료에선 10대 수출 품목 중 승용차(133.7%)만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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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한상공회의소는 일본과 관계 개선이 이뤄지면 2017~2018년 4%에서 지난해 2.2%로 축소된 자동차 부품의 대(對)일본 수출 비중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수출 성장세가 이어지려면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수출의 미국·유럽 의존도가 높아졌는데, 중장기적으로 인도·동남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수출은 국내 생산 능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자동차 기업들의 국내 전기차 생산시설 투자를 활성화할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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