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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하이테크리포트] 한국딜로이트 "디지털 기술, 스포츠 산업 미래 열쇠…경기력·고객경험·수익 강화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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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산업 디지털 전환 현황 분석 보고서 발간

축구, 양궁 등 센서 데이터로 선수 경기력 극대화

AI가 오심 줄이고 선수 컨디션 정밀 측정해 코칭

엔터테인먼트 경쟁서 디지털로 스포츠 저변 확대

안방에서 VIP석 경기 관람, 팬 취향 저격 마케팅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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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비즈니스 혁신과 디지털 전환 흐름이 기존 전통 산업뿐 아니라 현대 엔터테인먼트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스포츠 분야로 번졌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와 협력하는 한국딜로이트그룹은 국내외에서 ICT와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스포츠 분야의 발전 양상을 분석한 보고서 ‘승리의 열쇠 디지털, 스포츠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최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스포츠팀의 경기력 향상, 경영자 관점에서 경기를 즐기는 스포츠 팬의 긍정적 경험을 강화하고 영화·게임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와 경쟁하고 있는 선도 사례를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 데이터로 상대 팀 전력 분석, 선수 경기력 극대화한다

한국은 20세 이하 청소년 선수가 뛰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격년 축구 대회 ‘FIFA U-20 월드컵’에서 2019년 6월 준우승을 달성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최대 쾌거로 상대적인 토양이 척박한 한국 유소년 축구의 ‘기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 기적의 배경은 역대 대회로 누적된 참가국 대표팀의 경기 영상에서 선수 별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상대팀 전력과 경기 상황에 맞춰 우리 팀 포메이션을 바꾸고 최적 선수를 기용하는 빅데이터 활용 전략이었다.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이 2022년 도쿄 올림픽에서 다수 금메달을 획득한 일도 레이저 센서 4개로 화살 위치와 점수, 화살이 과녁에 꽂힌 방향을 측정하는 ‘전자 과녁’과 ‘점수 자동기록 장치’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훈련 성과로 꼽힌다. 이 장치는 선수의 모든 연습 기록을 담은 훈련 동작 영상에서 자세, 얼굴 표정, 심장 박동 수 등 데이터를 수집해 선수의 훈련을 도왔다. 한국딜로이트는 보고서를 통해 “금메달 획득은 분명 선수들의 피나는 훈련 결과지만, 분석 데이터로 선수 습관과 보완 사항을 제안하고 슈팅 순서와 인터벌 타임 조정 등 전술 변화를 꾀한 것도 주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를 포함한 유럽 프로 축구 5대 리그에서 뛰는 선수 98% 이상이 ‘전자 성능 추적 시스템(EPTS)’을 장착하고 훈련과 실전 경기에 참여한다.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도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EPTS를 활용했고 국내 프로 축구 K리그는 2018년부터 EPTS 장비 착용을 허용하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 국가대표팀이 EPTS 사용으로 큰 효과를 본 사실이 알려져 EPTS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독일 소프트웨어 회사 SAP가 만든 EPTS 장비를 독일 대표님이 전면 도입하고 선수 몸에 부착한 센서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구사한 전술이 주효해, 당시 4강전에서 만난 축구 최강국 브라질 대표팀을 7대 1로 압도한 뒤 우승한 것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포르투갈 경기에서 황희찬 선수가 역전 골을 넣고 유니폼 상의를 벗으며 세리머니를 펼치자 EPTS가 장착된 검정 브라톱 형태의 ‘디지털 조끼’가 카메라에 포착돼,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각인되면서 대중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한국딜로이트에 따르면 EPTS는 GPS 기반으로 선수 이동거리, 최고 속도, 활동량, 심박수 등 400여가지 활력 징후 데이터와 경기력 데이터 등을 추적·분석하고 누적 피로도 추정, 부상 예측, 컨디션 관리 처방까지 지원해 선수 건강과 경기력 향상을 직접적으로 돕는다. 이제 선수의 노력과 실력뿐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체 능력을 극대화하는 팀이 승리하는 것이 스포츠계의 기본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심판부터 코칭·스카우팅까지 도맡은 AI 시스템

경기장에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레이더, 카메라 등을 부착해 세밀한 경기 상황 기록이 가능해지면서 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 기반 판정 보조 시스템도 실용화됐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주목받은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이 대표적인 AI 판정 보조 시스템 사례다. 경기장 지붕에 설치된 카메라 12개는 선수 움직임을 29개 데이터 포인트로 구별해 인식하고 어떤 동작을 하고 있는지 초당 50번씩 읽어 분석했다. 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 내부에 탑재된 ‘관성측정센서(IMU)도 공의 움직임을 초당 500번씩 분석해 영상판독(VAR)실로 전송했다. 이 데이터를 통해 월드컵 경기 중 발생한 오프사이드를 포착하고 경기장 내 인간 심판에게 전달했다.

심판의 편향성과 오심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 스포츠 경기에서 아예 인간의 개입을 배제한 판단을 우선하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최종 판단 영역을 아직 사람의 몫으로 남겨 두면서 붙인 ‘반자동’이라는 스포츠 판정 AI 시스템의 이름표가 미래에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테니스 경기에서 여러 대의 초고속 카메라로 공의 위치를 촬영해 영상을 결합해 ‘라인 아웃’을 판독하는 ‘호크아이’ 시스템이나 야구 경기에서 투구 속도·회전수, 타구 방향, 선수 달리기 속도 등을 분석하는 ‘스탯캐스트’ 시스템, 배구에서 센서와 AI 카메라로 선수 점프 높이와 토스한 공 위치를 분석하는 시스템, 농구에서 영상 데이터로 선수 기술을 평가하는 ‘홈코트’ 등이 판정을 지원하고 선수와 코치의 훈련을 돕는 주요 AI 시스템 사례로 꼽힌다.

심판, 코칭, 스카우팅을 넘나드는 AI 시스템은 앞으로도 스포츠 분야에서 가치를 높이며 지속 확산할 전망이다.

◆떠나는 팬 붙잡고 새로운 팬에게 손짓하는 디지털 기술

디지털 기술은 경기장 밖에서 스포츠를 팬들의 경험을 개선하고 발전시켜 더 많은 즐거움을 제공하는 핵심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앞서 언급한 VAR, 스탯캐스트, 호크아이 등 영상 판독 및 AI 시스템이 스포츠 팬을 분노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인 ‘오심’을 줄여 준다면, 스포츠 팬이 경기를 뛰는 선수를 더 가깝게 느끼고 스포츠를 더욱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기술도 다양하게 도입되고 있다.

메타버스의 한 축을 이루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이 국내외 스포츠 중계방송에 다양한 형태로 도입됐다. 예를 들어 골프 중계에서 공이 날아가는 궤적을 추적해 중계 화면에 선으로 그어 주면 보는 사람이 더 쉽게 코스에 집중할 수 있다. 야구 중계에서 타격한 공의 궤적, 주자의 반응 속도, 타자의 달리기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표시하면서 야구 팬의 몰입을 돕는다. 미국 NFL 중계에선 과거 3만5000회에 달하는 패스 플레이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을 탑재한 AI가 팀별 전술, 포메이션 변화, 패스 성공률까지 순식간에 분석·예측해 화면에 띄워 준다.

한편 이제 스포츠는 시청자·사용자의 한정된 관심과 구매력을 놓고 영화·게임·드라마·뉴스를 비롯한 여러 다른 디지털 콘텐츠와 경쟁해야 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 영역이 됐다. 한국딜로이트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 스포츠 산업은 젊은 층의 관심을 붙잡는 것이 최대 고민이고 이들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스포츠 중계는 새로운 시각 효과 도입에 적극적이고 프로 구단은 이전과 다른 마케팅 전략 수립과 신규 수익원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고 여기에 디지털 기술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 ‘라리가(La Liga)’는 인텔 ‘트루뷰(True View)’ 기술을 도입해 경기장을 두르는 4K 해상도 카메라 38대를 설치했다. 이 카메라는 실시간으로 30초 길이 3D 영상을 생성해 모바일 기기로 중계를 보는 사람들이 여러 방향으로 시점을 바꿔 가면서 소비하는 ‘다시보기’ 영상 서비스에 활용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선 스카이스포츠 채널이 현장 못지 않은 생동감을 주기 위해 설계된 VR 중계를 방송한다. 이 방송은 안방에서도 ‘예매 전쟁’ 없이 특등석 경기를 볼 수 있고 중요한 순간에도 자유롭게 자리(시점)를 옮길 수 있게 해 시공간 제약을 없애 주며 1인칭 시점으로 경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스포츠 팬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레알마드리드 구단은 팬들의 욕구를 알아내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데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구단의 웹사이트, 모바일 앱 같은 팬 참여 플랫폼, 팬들이 시청하는 비디오 플랫폼 등을 통해 회원 프로필, 상품 구매 이력, 영상 시청 이력, SNS 활동 분석을 수행하고 이들의 활동 방식과 취향, 특성을 분석해 마케팅을 전개했다. 이로써 소비자의 구매 성향과 상품·콘텐츠 선호도를 분석하고 이들이 원하는 것을 ‘저격’하는 세밀한 마케팅을 집행했다. 한국딜로이트에 따르면 구단은 특히 AI를 활용해 70개 이상 데이터 소스를 확보하는 등 지속적으로 데이터 소스를 늘려 가면서 매년 30% 이상 매출 증가를 꾀하고 있다.

아주경제=임민철 기자 imc@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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