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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최씨네 리뷰] 편견과 싸우는 코미디 영화 '웅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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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아주경제

영화 '웅남이'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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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웅남이'는 편견과 싸우고 있다. 코미디언 출신 감독이 만든 영화에 관한 편견과 오해들로부터다. 개봉 전부터 몸살을 앓은 이 작품은 여느 '영화감독'의 작품들처럼 '취향'을 탄다. 대중적이지는 않더라도 B급 감성과 톤앤매너를 바탕으로 사랑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유머 코드'만 맞는다면 걱정 없이 웃고 즐길 만한 작품이다.

어느 날 연구원에서 관리하던 쌍둥이 반달곰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반달곰 형제를 자식처럼 돌보던 과학자(오달수 분)는 직접 아이들을 찾아 나서지만 좀처럼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러던 중 반달곰들의 보금자리에서 갓난아이를 발견하게 되고, 그 아이가 반달곰 중 한 마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학자 내외는 아이를 거두고 '웅남'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무럭무럭 자란 '웅남'(박성웅 분)은 인간을 초월한 능력으로 경찰 시험에 합격한다. 그러나 '웅남'은 곰의 수명이 길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실의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는 일까지 그만두고 한량처럼 지내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낸다.

한편 경찰은 국제 범죄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작전을 짜던 중 테러 조직의 이인자 '정학'과 꼭 닮은 '웅남'과 만난다. 경찰은 '웅남'에게 공조 수사를 부탁하고, '웅남'은 어머니(염혜란 분)의 소원인 경찰 복귀를 목표로 수사에 협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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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웅남이'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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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단군 신화를 모티브로 한다.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쌍둥이 곰을 주인공으로 유쾌하고 따뜻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가족의 사랑을 받고 자란 '웅남'과 범죄 조직에서 자란 '웅북' 형제의 비극적 이야기를 영화의 톤앤매너에 맞게 풀어가는 방식도 인상 깊다. '웅남'과 '웅북' 형제의 비극과 갈등을 통해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통해 영화의 톤앤매너를 상기시킨다.

코미디와 누아르라는 극과 극 성향의 장르를 안정적으로 조율한 점도 매력적이다. 박성광 감독은 인물과 상황, 그리고 호흡으로 코미디를 빚어냈으며 미장센 등으로 누아르의 무게감을 살려냈다. 두 장르의 특성을 잘 이해했고 각각의 성향을 살려 운영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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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웅남이'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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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열연은 영화 '웅남이'의 자랑이다. 해맑고 사랑스러운 '웅남'과 아픈 속내를 품고 있는 '웅북'까지 1인 2역을 소화한 박성웅은 자유자재로 캐릭터를 오가며 장르를 변주한다. '웅남' 친구 '말봉' 역의 이이경, 과학자이자 아버지인 '복천' 역의 오달수는 박성웅과 차진 호흡을 자랑하며 극을 쫀쫀하게 만든다. 국제 범죄 조직 보스 '정식'을 연기한 최민수는 극의 무게감을 더하고, 염혜란은 '웅남'의 엄마 '경숙' 역으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연기 구멍 없는 배우 라인업은 영화의 성긴 부분들을 채워주는 역할을 했다.

영화 '웅남이'는 오는 22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97분이고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이다. 코미디언 출신 영화감독이 만든 영화 '웅남이'에 관한 평가는 이제 관객의 몫이다.

아주경제=최송희 기자 alfie3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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