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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시진핑·푸틴, 쌍방 언론 기고로 '브로맨스' 과시..."미국 억압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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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20일부터 사흘간 러시아 국빈방문
시진핑 "중러관계 70년...지금 더욱 소중"
푸틴 "불법 제재 반대"...미국 패권주의 비난
한국일보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화하고 있다. 사마르칸트=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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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2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방문한다. 두 정상은 첫날부터 '공동의 적'인 미국을 맹비난하며 보조를 맞췄다. 러시아가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고전하고, 중국이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정책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전략적 연대'를 통해 정면돌파하겠단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날 모스크바에 도착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당일 비공식 단독 회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정상회담은 21일 열리며, 두 정상은 '포괄적 동반자 관계 심화'와 '2030년까지 경제 협력 강화'에 관한 공동성명 두 건에 서명할 예정이다.

'쌍방 기고문' 눈길...시진핑-푸틴 브로맨스 과시


두 정상은 20일 상대국 매체에 기고문을 동시에 내는 것으로 밀착을 과시했다. 시 주석은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푸틴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기고문을 각각 실었다. 시 주석이 방문국 언론에 기고문을 내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지만, 손님을 맞는 입장인 푸틴 대통령이 보조를 맞춘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하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의중이 묻어난다"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멀리서 벗이 오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논어의 한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패권, 패도, 괴롭힘 행태의 해악이 심각하고 엄중해 세계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미국의 패권주의를 겨냥했다. 또 "한 나라(미국)가 결정하면 그만인 국제질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제사회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70년의 비바람을 겪은 중러 관계를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을 깊이 느낀다"고 강조했다. 서방의 제재·압박에도 양국 관계는 굳건할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푸틴 대통령 역시 기고문에서 "미국은 러시아, 중국에 대해 '이중 억제' 정책을 채택했다"고 꼬집으며 "미국 지령에 굴복하지 않는 모든 나라를 억제하려는 행태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침략을 명분으로 러시아에 내린) 불법적인 독자 제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국에 밀리지 않고 맞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시진핑 "간단한 해법은 없다"...중재 '한계'도 에둘러 표현


21일 회담에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문제가 중요 현안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고, 시 주석은 무기 등 직접 지원에 선을 그은 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중국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개전 1년에 맞춰 조속한 휴전 협상을 촉구한 일종의 중재안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우크라이나와도 접촉했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대화와 협상을 계속한다면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복잡한 문제에 간단한 해법은 없다"고 해 중재가 쉽지 않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푸틴 대통령은 "위기 해결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자 하는 중국을 환영한다"고 했다. 동시에 "2022년 4월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담판은 우리 때문에 중단되지 않았다"며 전쟁 장기화의 책임을 거듭 우크라이나에 돌렸다.

미국은 중러 정상회담에서 전쟁 관련 성과가 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일종의 휴전 촉구가 나오더라도 (우크라이나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중재안은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이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땅으로 인정하자는 내용으로, 영토의 완전 수복을 종전 조건으로 내건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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