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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아직 불안하다"…위험회피에 달러·엔화↑, 원화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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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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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은행발 위기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시장에 위험 회피 심리가 퍼지며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원화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10.1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7.9원 오른 수준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0.2원 내린 130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하락폭을 키워 장중 한때 1299원까지 떨어졌다.

주말 사이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약 32억3000만달러(약 4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금융시장 충격파를 제한한 영향이었다. 이 과정에서 스위스 국립은행(SNB)은 UBS에 1000억 스위스프랑(1080억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동시에 90억 스위스프랑 한도의 잠재적 자산손실 보전도 약속했다.

여기에 미국, 유럽, 일본, 영국, 캐나다, 스위스 등 주요 6개국 중앙은행이 달러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조치를 발표한 것도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들 중앙은행은 19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7일 만기 스와프의 운용 빈도를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늘리는 방안 등을 발표하며 금융여건 경색 우려를 진화하는 데 온힘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 하락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책도 은행발 글로벌 금융 시스템 붕괴 우려를 완전히 잠재우진 못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등 미국 중소 지역은행이 연쇄 파산하며 고조된 금융권 위기감이 대서양을 건너 유럽까지 퍼진 영향이다.

여기에 중국이 오는 27일부터 시중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25%포인트 인하키로 한 것도 원/달러 환율 하락 제한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 중국에 비해 자본 유출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Proxy·대리)'로도 불린다. 시장은 중국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를 경기부양 기대가 아닌 글로벌 긴축 역행으로 해석하면서 위안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이에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가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일 오전 4시쯤(현지시간) 103.9선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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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knotes of Japanese yen and U.S. dollar are seen in this illustration picture taken September 23, 2022. REUTERS/Florence Lo/Illust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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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도 최근 크게 뛰었다. 20일 원/엔 환율은 996.31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16.88원 오른 수준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 1년 간 1000원 아래에서 움직였다. 지난해 3월28일(996.79원) 1000원 밑으로 떨어진 이후 줄곧 90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금융시스템 불안을 종식하기 위한 글로벌 공조에도 위험회피 심리가 아직 종식되진 않았다"며 "이 과정에서 국내 증시의 외인 이탈과 달러 선호 심리가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SVB 파산과 CS 이슈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화는 물론 엔화에도 견조한 지지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신흥국 통화인 원화보다는 안전자산 선호 수혜를 받는 일본 엔화의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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