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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공의 무게 느끼니 볼끝이 쭉, 두산 왼손 선발 최승용일 수밖에 없어[SS 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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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두산 최승용이 1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시범경기에서 마운드에 오르기 전 몸을 풀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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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유려하다. 군더더기 없이 꼬임과 풀림, 밀어주기와 버티기가 이뤄진다. 몸의 회전력에 실려 솟아오른 팔은 순간적으로 공을 튕겨낸다. 손가락으로 강하게 채는 것에 머물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손가락 끝으로 공을 눌러주는 인상마저 풍긴다. ‘밸런스로 던진다’는 의미를 몸으로 보여준 최승용(22·두산) 얘기다.

지표성적만 보면 만족스럽진 않다. 시범경기에서 두 차례 등판해 8.1이닝을 던졌고, 홈런 1개를 포함해 6안타 4실점했다. 삼진 8개를 솎아내는 동안 볼넷 1개를 내준 건 고무적이다. 스테미나 혹은 경기운영 감각의 문제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남겼지만, ‘그림’은 이상적이다. 두산 선발 경쟁의 상수가 될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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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승용이 1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시범경기에서 어필하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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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는 왼손 선발 투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베테랑 장원준이 재기를 노리고 있고, 2년차 이병헌이 안정감을 찾아가는 단계이지만, 믿고 맡기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표면적으로는 최승용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93.1이닝을 소화했는데, 3승5홀드7패 평균자책점 5.30으로 썩 만족스럽진 않았다.

스프링캠프에서도 경쟁 상태였다. 박신지, 김동주 등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부담이 없을 순 없지만, 최승용은 “감독님께서 ‘투수는 선발을 꿈꾼다. 기회가 쉽게 오지 않으니 잘해보자’고 말씀하셔서, 캠프 때부터 체중도 늘리는 등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기회를 잡아 풀타임 선발로 남겠다”고 다짐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엘리트로 전환한 최승용은 불과 4년 만에 프로에 지명(2라운드 전체 20순위)될 만큼 빠른 성장세와 높은 잠재력을 가진 투수다. 습득력이 좋고, 운동선수가 갖춰야 할 유연함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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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승용이 1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시범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릴리스 포인트에서 공을 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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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에서 이 두 가지 강점이 도드라져 눈길을 끌었다. 군더더기 없는 폼도 눈에 띄었지만, 공을 채는 순간 임팩트가 몰라보게 향상됐다. 강하게 챌뿐더러 끝까지 눌러주는 모습은 ‘교과서적’으로 보였다. 스윙이 부드러우면서도 공을 강하게 채려면, 던지는 순간까지 상체에 힘을 빼야 한다. 조금 과장하면, 공이 떨어지지 않을만큼의 악력만 유지한체 회전과 스윙을 해야 한다.

최승용은 “우연히 일본 투수 이마나가 쇼타(30·요코하마)의 인터뷰 기사를 봤다. 힘을 빼고 공의 무게를 느끼라는 문구가 와닿았다. 상체에 힘을 빼고, 임팩트 순간에 힘을 집중하는 방법으로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방식을 오래 쓴 건 아니어서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긴 이르다. 지금까지 느낌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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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승용이 1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시범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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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든 타격이든 야구는 응축한 힘을 순간적으로 뿜어내야 하는 종목이다. 몸의 밸런스, 유연성 등이 담보돼야 하고, 몸의 감각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힘을 강하게 쓰려면 역설적으로 힘을 빼야한다. 고음을 내려면 상체의 모든 근육을 이완시켜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야 한 번에 뻗어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머리로 이해할 수 있지만, 몸으로 실천하는 건 어렵다. 경험해보지 않은데다 힘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 탓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최승용의 올시즌이 기대되는 것은 그 어려운 일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시범경기였지만, 시즌 최고구속인 시속 146㎞까지 뿜어냈다. 빨랫줄처럼 뻗어가는 볼끝이 덤으로 따라왔다. 두산의 왼손 선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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