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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마시면 참 좋던데 '1군 발암물질'…10명 중 7명이 모르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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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이 16일 오전 경기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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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하루 한두잔의 술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암 예방을 위해서는 소량 음주도 피해야 합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1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규정했다”라며 “그런데도 국민 10명 중 7명은 이러한 사실을 모른다”라고 밝혔다. 서 원장은 20여년간 금연운동가로 활동하며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음식점 완전 금연구역 지정 등 금연 정책에 기여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술로 눈을 돌렸다. 암예방의 날(3월 21일)을 앞두고 서 원장을 만나 암 예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Q : 한국인이 암에 걸릴 확률은 어느 정도인가

A : 국립암센터의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이 기대수명인 83.5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다. 남자(80.5세)는 5명 중 2명(39.0%), 여자(86.5세)는 3명 중 1명(33.9%)꼴로 평생 한 번은 암에 걸릴 수 있다. 암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므로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암 발생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암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 질환이므로 암을 예방하고 암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Q : 우리나라의 암 치료 성적이 뛰어난 이유는

A : 국내 암 환자 5년 생존율은 약 71.5%로 전 세계 최고수준이다. 자궁암 5년 생존율은 약 90%로 세계 1위이고, 위암도 약 78%로 세계 최고다. 20년 만에 40%대에서 크게 향상됐다. 우리나라 암 치료성적이 세계 최고가 된 배경에는 탁월한 암 치료 실력을 갖춘 국내 의료진ㆍ병원과 국가암검진이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설계하고, 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하는 ‘6대 암(위·간·대장·유방·자궁경부·폐암) 검진’이다. 거의 무료로 시행된다. 세계 어디에도 이 정도 수준의 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가 없다. 현재 국가암검진 수검률은 55.1%다. 더 많은 국민이 검진을 받는다면 암 생존율이 더 올라갈 것이라 기대한다.

Q : 예방 가능한 암은 얼마나 되나

A : WHO는 암의 3분의 1은 예방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 진단ㆍ조기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며, 나머지 3분 1의 암 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암의 절반 정도는 건강한 생활로 예방 가능하다고 본다.

Q : 암을 예방하려면 제일 중요한 게 무엇일까요?

A : 암을 예방하려면 먼저 무엇이 암을 일으키는 지를 알아야 한다. 암의 원인은 30%가 흡연이고, 음식이 30%이고, 감염이 20%이고, 알코올이 약 5%로 추정된다. 이런 주요 원인들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Q : 최근 유행하는 전자 담배가 일반 담배만큼 해롭나

A : 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일단 흡연을 하지 말아야 한다. 간접흡연도 피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기존 담배와 똑같은 궐련을 배터리를 이용해 약 300도로 가열하고, 발생하는 에어로졸을 흡입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전자담배에도 발암물질이 들어있다. 일반 담배의 유해성을 100으로 보면 전자담배는 65 정도로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덜 해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마치 독약에 물을 타서 마시면서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냐?’ 하는 것이다.

Q : 암 예방을 위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나.

A : 탄 음식을 피해야 한다. 특히 고기를 태우는 것이 문제다. 탄 고기에는 벤조피렌이라는 강력한 발암물질이 있어 위암을 일으킨다. 또 짠 음식 역시 위암을 유발한다. 붉은 고기, 그러니까 소ㆍ돼지ㆍ양고기는 대장암을 일으키므로 너무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은 더 해롭다. 반대로 채소를 많이 먹으면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입맛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린 시절부터 좋은 식습관을 길러주는 게 좋다.

Q :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암은 어떤 게 있나

A : 감염으로 생기는 대표적인 암은 간암이다. B형ㆍC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암의 주요 원인이다. B형 간염은 예방접종을 통해 막을 수 있고, C형 간염 바이러스는 백신은 아직 없지만, 완치 가능한 약이 있으니 치료하면 된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데,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다.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해야 한다. 또 위암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가 있다. 위내시경 검사에서 헬리코박터를 발견하면 항생제를 1~2주 복용하는 제균 치료를 통해 위암을 예방할 수 있다.

Q : 약간의 음주는 건강에 이롭다는 주장도 있지 않나

A : 술을 아예 안 마시는 사람에 비해 약간의 음주를 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건 오해다. 과거 적정음주량을 두고 논쟁이 있었지만 현재는 적정음주량은 0이라고 결론 내려졌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와 알코올 섭취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 소량 음주의 경우 발생률이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암을 포함한 모든 질환 발생률을 보면 술 한 잔만 마셔도 사망률이 확 올라간다. 이에 WHO는 “안전한 음주는 없다”라고 선언했다. 특히, 술은 암을 일으키는 근거가 뚜렷한 1군 발암물질이다. 술에 든 에탄올은 유전적 다형성(유전 변이)을 촉진하고 DNA 돌연변이를 가져와 암을 유발한다. 암 예방을 위해 음주는 피하는 게 좋다.

Q : 금연 운동을 오래 해왔는데, 이제는 금주 운동인가.

A : 담배에 대한 경각심은 어느 정도 정립됐으나, 우리 사회는 음주에는 유난히 관대하다. 국립암센터가 최근 실시한 ‘대국민 음주 및 흡연 관련 인식도 조사’ 결과를 보면 담배가 1군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은 88.5%에 달하지만 술이 1군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은 33.6%에 그쳤다. 국민 절반가량(46.9%)는 “한두 잔의 음주는 건강에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도 18%나 됐다. 국민 건강을 위해 술의 유해성을 알리고 알코올 규제 정책 강화와 실제 술자리에서의 음주 문화 개선 등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 암을 예방하는 10가지 생활 수칙

1. 담배를 피우지 말고, 남이 피우는 담배연기도 피하기

2.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고, 다채로운 식단으로 균형 잡힌 식사하기

3. 음식을 짜지 않게 먹고, 탄 음식을 먹지 않기

4. 암 예방을 위하여 하루 한 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

5. 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하기

6. 자신의 체격에 맞는 건강 체중 유지하기

7. 예방접종 지침에 따라 B형 간염과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받기

8. 성 매개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안전한 성생활 하기

9. 발암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작업장에서 안전 보건 수칙 지키기

10.암 조기 검진 지침에 따라 검진을 빠짐없이 받기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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