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전범' 푸틴 껴안은 시진핑…우크라戰 '무늬만 중재' 가능성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러시아 도착한 시진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브누코보-2 공항에 도착해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있다. 2박3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타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첫 해외 순방 국가로 러시아를 선택하면서 대외적으로 '반미'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했다.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려 압박해도 미국에 반대하는 국가끼리 연대해 맞서겠다는 의미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이번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자를 자처해 '러시아 편을 든다'는 비난을 피하고,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신화통신이 보도한 시 주석의 러시아 매체 기고문에서 눈에 띈 단어는 미국을 겨냥한 '패권, 패도, 괴롭힘'이었다. 시 주석은 "패권, 패도, 괴롭힘 행태의 해악이 심각하고 엄중해 세계 경제 회복을 지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나라에 통용되는 통치 모델은 없고, 한 나라가 결정하면 그만인 국제 질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분명히 인식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에 따르지 않겠다는 도전장인 셈이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날 중국 인민일보에 기고한 "미국은 자국 명령에 굴하지 않는 러시아와 중국을 저지하려 한다. 이런 정책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공격적으로 진행된다"는 비난과 맥락을 같이한다.

특히 이번 중·러 정상회담은 푸틴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직후 진행됐다. 중국이 국제사회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방을 챙기는 모습을 본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서 벗어나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시 주석의 방문은 푸틴 대통령이 서방에서 소외된 후에도 (러시아와 중국이) 강력한 우방을 유지한다는 중요하고 상징적인 격려"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푸틴 대통령을 지지함으로써 시 주석은 아프리카나 중동, 아시아, 남미 지도자들에게 '같이 사업할 만한 사람'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해석했다.

중국은 이번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평화주의자' 이미지를 강화할 기회로 보고 있다. 시 주석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중재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워 가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서방국가들의 중재 외교 요청에는 한 번도 응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직접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이번 방문 목적에 대해 "중국이 평화를 촉구하고 대화를 촉진하는 데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 사우디와 이란이 중국 초청으로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린 베이징에서 만나 외교관계 회복을 논의한 것도 중국에 '평화주의자'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윈쑨 미국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NPR에 "중국인은 실제로 진정한 문제 해결사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평화를 중재한다는 프레임만으로도 중국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과 사우디는 이미 수년간 외교관계 회복을 위해 대화해온 가운데 양국의 최대 석유 구매국인 중국이 막판에 개입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는 이보다 더 복잡하다. 시 주석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복잡한 문제에 간단한 해법은 없다"고 언급한 것도 성과에 대한 책임을 피해 가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할 계획이라고 보도됐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역시 "우크라이나 재건에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중국과 시 주석에게 많은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역할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중국이 여전히 러시아에 무기 제공을 고려하고 있으며, 설령 중국이 휴전을 요청하더라도 이는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에 더 이득이 되는 결정이라는 이유에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7일 "(휴전은) 사실상 러시아 정복을 공식적으로 합리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국이 애초에 러시아 편이라 중립적 입장에서 중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2012년 시 주석이 최고 지도자가 된 이후 39번이나 만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에 대해 한 번도 비난할 수 없었다"면서 "중국은 그다지 신뢰할 만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유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