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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신탁사 ‘지각 변동’…한토신, 업계 1위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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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신탁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오랜 기간 업계 1·2위를 다투던 신탁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후발주자들이 수익구조 개선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뤄낸 영향이다.

조선비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람코자산신탁 사옥. /코람코자산신탁 제공



20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해 매출 1972억원, 영업이익 90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1%, 112% 증가한 수준이다. 순이익도 전년 대비 122% 오른 692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람코자산신탁을 제외한 주요 신탁사들의 매출은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전년 대비 8% 줄어든 1882억원을, 한국자산신탁은 1% 축소된 16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나자산신탁(-1%), KB부동산신탁(-9%) 등 다른 신탁사들의 매출도 전년 대비 축소됐다.

코람코자산신탁이 큰 폭의 매출 증가를 이끌어내면서 업계 순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매출 기준 코람코는 처음으로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코람코는 그동안 업계 ‘맏형’들이자 매출 1·2위를 다투던 한국토지산탁과 한국자산신탁에게 밀려 ‘만년 3위’를 차지했었다.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코람코자산신탁은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뤘다. 코람코자산신탁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06억원으로, 금액 자체 만으로는 한국자산신탁(1011억원), 하나자산신탁(1130억원) 등에 밀린다. 그러나 다른 신탁사들의 영업이익이 10~40% 대의 하락률을 보인 것과 달리 코람코자산신탁은 112% 성장했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부동산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신탁사업 비중을 줄이고, 리츠 사업과 부동산 펀드 등의 비중을 시장 분위기에 맞게 조절한 점이 빛을 발한 것 같다”면서 “더불어 지난해에는 그동안 사업장에서 쌓였던 리스크 비용을 해결하는 데 집중해 영업비용을 크게 낮췄다”고 했다.

실제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해 매출의 상당수를 리츠 운용 수익 등이 포함된 집합투자기구운용보수에서 창출했다. 지난해 코람코신탁의 집합투자기구운용보수는 110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6%를 차지했다. 신탁보수는 181억원으로 전체의 9.2%에 불과했다.

다른 신탁사의 경우 신탁사업 의존도가 큰 편이다. 한국토지신탁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40%에 달하는 743억원을 신탁보수를 통해 얻었다. 한국자산신탁도 지난해 신탁보수로 991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전체 매출액 1662억원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무궁화신탁의 성장도 두드러졌다. 무궁화신탁은 지난해 전년보다 19.9% 늘어난 14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보다 58% 증가한 431억원을 달성했다. 영업비용이 재작년 966억원에서 지난해 1055억원으로 9.2% 늘어났지만, 매출증가폭이 더 컸던 덕분이다.

업계에서는 신탁사들이 본업에 치중하는 한 당분간 실적 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사들은 지난 2016년 책임준공형 상품을 출시한 후 공격적으로 해당 사업을 확대해왔는데, 부동산 시장 침체와 자금 경색 등으로 리스크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리츠 사업도 부동산 경기와 떼어낼 수 없지만, 신탁사들이 집중해왔던 신탁사업은 지금처럼 시장 경기 침체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신탁사업의 경우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고금리가 이어져와 최소 1~2년 사업에 차질을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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