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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삼성전자란 대마는 정녕 불사일까 [마켓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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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우리는 온 가족이 다 주식을 가지고 있다. 부인, 친척, 자식도 여기 와 있다. 각자 주주다. 삼성전자를 믿고 10만원대 가까이 올라갔을 때 주식을 샀는데, 지금 6만원 턱걸이를 하고 있다." 지난 15일 삼성전자의 제54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주주의 말이다. 삼성전자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 삼성전자의 실적은 개선될 수 있을까.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부문의 전망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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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어닝 쇼크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부문 적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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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13.59% 하락해 20일 오후 현재 6만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실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회사가 발표한 지난해 실적은 어닝 쇼크였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등으로 시황 자체가 좋지 않은 것도 일조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302조2314억원, 영업이익은 43조3766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0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99%나 감소했다. 4분기만 보면 실적 악화는 더 도드라져 보인다. 4분기 영업이익은 4조30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95% 줄었다. 시장전망치보다 30% 가까이 적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실적이 악화한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반도체 부문의 부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과 가전 부문의 실적도 썩 좋진 않았다. 하나씩 살펴보자.

■ 반도체-암울한 전망=20일 증권사들은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적자 규모를 기존 전망치보다 두배 가까이 높게 잡았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올해 8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적자 전망치는 4조5000억원이었다.

대신증권은 8조1000억원 적자, 유진투자증권은 7조원 적자를 예상했다. 증권사들이 적자를 예상한 첫번째 이유는 반도체 재고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거다. 통계청은 지난 8일 올해 1월 반도체 누적 재고율이 265.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한달 만에 28%나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재고자산은 2021년 말 16조4551억원에서 지난해 말 29조576억원으로 무려 76.6% 증가했다.

두번째 이유는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력인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부진이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은 20조700억원이었는데, 영업이익이 2700억원에 불과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위탁생산을 하는 파운드리 부문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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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재용 부회장의 메모리 반도체 투자 전략이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2021년 8월 가석방 후 열흘 만에 24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절대 우위를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움직임의 키워드는 미국과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주문제작하는 기업)였다. 2021년 11월 이재용 부회장은 미국을 방문했다. 향후 5년 동안 미국에 170억 달러를 투자하고,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파운드리 산업의 흐름이 꺾였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20% 이상 성장하던 파운드리가 올해엔 역성장했다. 대만 시장조사회사 트렌드포스는 올해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이 전년보다 4%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경기침체가 예상되면서 파운드리의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업체들이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현재 20여개의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를 통해 반도체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던 삼성전자엔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세번째 이유는 삼성전자의 '감산하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제조업체는 일반적으로 재고가 쌓이면 감산을 통해서 재고량을 줄여 가격을 유지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1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는 "양산 라인 대신 연구개발(R&D) 라인의 생산능력을 늘리면 그만큼 생산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이를 자연적 감산이라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감산 없음'이다.

네번째 이유는 반도체 수요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지난 1월 29일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4.4% 줄고, 내년에는 4.1% 축소된 5565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TS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역성장 규모가 7.5%로 가장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경제안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리스트 최상단에 반도체가 위치한 것도 부담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산업 육성법으로 미국 내 생산되는 반도체에 특혜를 부여하고, 중국과 같은 적대적 국가가 첨단 반도체산업을 육성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중국에 SK하이닉스와 함께 약 50조원 규모의 투자를 했던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 스마트폰과 가전-힘겨운 싸움=스마트폰과 가전 부문도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가전사업 부문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2조7100억원, 1조6400억원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69% 줄어들었다.

이중 가전은 2016년 이후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사업 방향을 재편해 추가로 가치를 더하는 게 쉽지 않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생활가전사업부 직원들이 지난해 받은 초과이익성과급 지급률은 연봉의 7%로, 반도체 50%, 휴대전화 부문 37%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가전 부문에 신규팀을 신설하는 등 전선을 다시 꾸리고 있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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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미래 역시 긍정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경쟁사 애플이 마진이 높은 고가제품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는데다, 20대 이하 세대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애플페이와 같은 서비스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도 삼성전자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단순히 결제 시장의 지각변동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대학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비누랩스'가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이용하는 20대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애플페이가 출시되면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스마트폰을 바꾸겠다는 응답자는 36.0%나 됐다. 안 그래도 높은 미래세대의 '아이폰 선호도'가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방증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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