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현대·삼성·중국 로봇개 경쟁]삼성도 탐냈다…원천기술로 무장한 로봇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①삼성, 레인보우로보틱스 콜옵션 확보…M&A 가능성도

편집자주1980~90년대 현대와 삼성은 한국 재계 1~2위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두 그룹은 사업은 영역이 확연히 달랐다. 삼성은 빠르고, 가벼운 전자제품이 주력이었다. 이른바 경박단소(輕薄短小)다. 반면 현대는 중후장대(重厚長大)했다. 무겁고, 큰 배나 자동차가 그룹 대표상품이었다. 90년대에 들어서자 이 영역 구분이 깨졌다.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는 반도체를 양산했다. 삼성자동차(현 르노코리아) SM5가 도로 위에서 소나타와 같이 달렸다. 두 회사가 지키고 뺏는 전면전을 펼치기 직전 IMF 사태가 터졌다. 삼성은 자동차를 현대차는 반도체를 내줘야 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두 회사가 다시 미래 주력 사업을 놓고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엔 지키고 뺏는 싸움이 아니다. 이번 전장은 아직 무주공산인 로봇이다. 지금은 인간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이 아니라 개처럼 사족보행을 하는 '로봇개' 개발 전쟁의 서막이 오른 단계다. 과거와 또 다른 점은 해외경쟁자다. 예전엔 기술에선 앞선 일본, 서구 선진국이 경쟁상대였다. 이번엔 중국 기업들이 현대와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은 비슷한 로봇개를 10분의 1 이하 가격에 만들어 팔고 있다. 현대와 삼성, 중국기업들이 치열한 로봇개 시장 주도권 싸움을 시작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로봇'을 꼽은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돌입했다. 기술력 있는 로봇업체 지분을 잇달아 확보하며 인수합병(M&A)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 이 로봇 회사는 국내 최초로 이족보행 로봇을 개발한 데 이어, 현재 현대로템과 군용 사족보행 로봇, 일명 '로봇개'를 제작하고 있다. 연내 첫 로봇 출시를 앞둔 삼성이 이 로봇 회사와 어떤 협업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4.8%를 277억8365만원에 사들였다. 지난 1월3일 총 589억8208만원을 투자해 신주 194만200주를 취득한 이후 3개월 만이다. 이로써 삼성전자가 보유한 이 회사 지분율은 10.3%에서 14.99%로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 전량에 대한 콜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만일 삼성전자가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삼성전자는 지분 59.94%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 사실상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 의지가 담긴 행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카이스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연구원들이 설립한 기업으로, 다족보행 로봇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이족보행 로봇, 사족보행 로봇, 협동로봇 등을 개발하고 공급하며, 2021년 2월에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3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으며, 같은 기간 매출액은 136억1500만원으로 52%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57억7400만원을 기록해 흑자전환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 업체의 기술력과 인적 경쟁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보다 훨씬 큰 로봇 회사들도 많지만,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는 자기 것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핵심 부품을 대부분 직접 만들어 쓰고 소프트웨어도 직접 개발한다.

그렇다 보니 원가도 다른 로봇 회사에 비해 훨씬 싸다. 레인보우로보틱스 관계자는 "자체 부품을 만들 수 있는 내재화율이 80% 이상"이라며 "이에 따른 제조원가율은 타사 대비 50% 미만이다"고 설명했다. 매출이 작은데도 이익을 내는 이유 역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현재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로봇인 '협동 로봇' 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국내 최초 이족보행 '휴보(HUBO)'를 만들었던 부품과 기술 역량 등을 바탕으로 사족보행 로봇 '로봇개' 제작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RBQ 시리즈(가칭)'로 불리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개는 3시간 연속 보행과 외부 충격에 강인한 보행 제어 알고리즘, 한국 지형에 최적화한 설계 등 자체 기술로 무장한 점이 특징이다.

라이다,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를 탑재해 방법순찰, 군용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회사는 현대로템과 2024년까지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로봇을 개발하고 로봇 본체, 임무장비 및 원격조종장치 등 시제품을 육군에 납품하기로 했다. 현대로템은 이 로봇개를 통해 원격 조종, 야지의 험로 및 장애물 구간 투입, 로봇팔·원격무장통제장치·섬광폭음탄 및 최루가스 살포기·체온측정장치 등 장비 탈부착 등에 사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들 대비 로봇 사업에 한발 늦게 뛰어들었지만,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기술력과 삼성만의 노하우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연내 'EX1'이라는 이름의 보조기구 로봇도 직접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노인 운동을 돕는 기능을 갖춘 '시니어 케어' 특화 로봇으로 알려졌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