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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시진핑 "간단한 해법 없다" 푸틴 "中 기여 환영"…기고문 밀착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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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일자 인민일보 1면에 실린 시진핑 주석의 로시스카야 가제타 기고문. 인민일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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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의 러시아 국빈방문을 시작한 20일 시진핑(習近平·70)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71) 러시아 대통령이 기고문을 교차 게재하는 ‘기고문 외교’로 밀착을 과시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러시아 정부 관영지인 로시스카야 가제타와 통신사 타스에, 푸틴 대통령은 중국공산당(중공) 기관지 인민일보 3면에 기고문을 각각 기고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두 정상은 보조를 맞췄다. 시진핑 주석은 중재자로써 중국을 부각하며 “복잡한 문제에 간단한 해결법은 없다”면서 “대화와 협상을 견지한다면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할 합리적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의 균형 잡힌 입장과 역사적 배경·근본 원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 평가한다”며 “위기를 해결하는 데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려는 중국의 역할을 환영한다”고 중국의 개입을 평가했다.

시 주석은 “얼마 전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 문건을 발표했다”며 “각 측의 합리적 우려를 받아들이고, 우크라이나 위기·문제에서 국제사회의 최대 공약수를 체현하며, 위기의 외부유출을 완화하고 정치적 해결을 추동하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각 측이 공동·종합·협력·지속가능한 안전관을 견지하고, 평등·이성·실질적인 대화와 협상을 견지한다면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할 합리적인 경로를 찾고, 세계의 지속적인 평화와 보편적인 안보를 실현할 밝고 큰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중재를 위한 구체적 해법이나 제안은 담겨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기고문을 통해 중국의 우크라이나 중재를 환영한다며 서구와의 입장차이를 부각했다. 그는 “우리는 안보 불가분성의 원칙을 견지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블록은 해당 원칙을 공공연하게 위반했다”고 적었다. 이른바 ‘안보 불가분성(indivisibility of security)’은 타국의 안보를 희생하면서 자국의 안보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2022년 4월 보아오포럼에서 제안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의 핵심 개념이다.

푸틴 대통령은 “세계 핵 안보를 파괴하는 무책임하고 노골적으로 위험한 행동에 심히 우려한다”며 “즉각 폐기되어야 할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제재를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또 “2022년 4월 평화 담판은 우리(러시아) 때문에 중단되지 않았다. 평화 프로세스의 미래는 현 지정학적 현실을 고려한 의미있는 대화를 진행하는 데 달려있다”면서 “유감스럽게도 러시아에 최후통첩식의 요구만 제시해서는 현 상황의 해결법을 찾는데 흥미가 없음을 보여줄 뿐”이라며 전쟁의 장기화를 서방의 탓으로 돌렸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집단화된 서방’이 어느 때보다 낡은 교주주의와 사라져가는 지배력에 절망적으로 집착하면서 모든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건 도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중국이 주장하는 동양이 뜨고 미국의 서양은 저문다는 동승서강(東昇西降) 논리와 비슷한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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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러시아 로시스카야 가제타 홈페이지에 게재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기고문. 로시스카야 가제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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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2000억 달러 무역액 목표 올해 실현할 것”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비슷한 입장을 밝힌 양국 정상은 경제 협력을 과시했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지난해 중·러 양자 무역액은 1900억 달러를 돌파했다”며 “10년 전에 비해 116% 늘었으며 중국은 연속 13년간 러시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라고 자랑했다. 푸틴 대통령도 “2022년 이미 양자 무역액이 두 배로 증가해 1850억 달러에 도달해 새로운 기록을 경신했다”며 “시진핑 주석과 설정한 무역액 2000억 달러 목표를 2024년이 아닌 올해 실현할 것을 믿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인 우정도 자랑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동지가 2010년 3월 중국 고위급 대표단을 인솔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알게 됐다”며 “첫 만남이 매우 실질적이고 솔직하며 우호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공자의 “멀리서 벗이 오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를 인용하며 진정한 친구는 친형제와 같다며 둘의 ‘브로맨스’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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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자 인민일보 3면에 실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기고문. 인민일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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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집권 암시 ‘중·러 2030년 경제협력 성명’ 서명



한편 이번 모스크바 방문 기간 중·러 두 정상은 공동성명과 함께 ‘2030년 전 중·러 경제 협력에서 핵심 방향의 발전 계획에 관한 성명’에 서명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20일 “중국과 러시아 국내정치를 보면 2030년까지 양국 최고 지도자의 변화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2030년에 주목했다. 즉, 향후 10년간 시진핑 주석이 최고 권좌를 지키는 데 우려할 여지가 없으며, 러시아 역시 내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커다란 사변이 없는 한 푸틴이 계속 승리하면서 임기 6년의 대권을 이어 2030년까지 권좌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2027년 열릴 중공 21차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4연임과 내년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의 승리를 지원하는 경제 협력 문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푸틴과 시진핑은 20일 오후 1대1 양자 회담을 거행하고 만찬을 함께한다”며 “우리는 이 비공개 비공식 회담을 매우 중시하며 이는 국제 무대상에서의 행사를 포함해 양국 상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핵심적이며, 가장 민감한 문제를 다룰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공식 만남인 만큼 20일 두 정상의 행보가 외부에 공개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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