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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의자에 16시간 묶고 “성경 필사해”…인천 초등생, 사망 직전 CCTV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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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달 5일과 6일 오후 CCTV에 포착된 인천 초등생의 모습. 계모와 친부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받았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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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초등학생이 의붓어머니와 친아버지의 상습 학대로 숨진 가운데, 사망 이틀 전 모습을 담은 CCTV가 공개됐다.

1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달 학대로 숨진 인천 초등생 A(11)군 집 인근과 내부 CCTV를 공개했다. 집 내부 CCTV를 보면, A군의 얼굴은 바지로 가려져 있고 팔다리는 의자에 묶여있다. 계모가 커튼 끈으로 A군을 결박한 뒤 ‘홈캠’으로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계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홈캠 스피커를 통해 욕설과 폭언을 퍼붓고, 새벽 5시에 깨워 성경 필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A군은 지난달 5일 오후 5시부터 6일 오전 9시까지 총 16시간 동안 이 상태로 홀로 결박되어 있었다.

집 인근 편의점 CCTV에도 A군의 모습이 담겼다. ‘풀려난’ A군이 6일 오후 4시쯤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를 사먹는 장면이다. A군은 우두커니 앉아 음료수를 마시다 창가로 가 주변을 살피며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멍한 표정에 얼굴 근육들은 다 처진 상태다. 사망 1년 전과 비교해보면, A군 얼굴은 눈에 띄게 야위고, 표정도 어두워졌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학대로 인해 A군이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크게 받았을 것이라고 봤다. 배기수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영양 결핍이 심했던 상태 같다. 아주 나쁘단 얘기”라며 “그때가 구사일생의 기회인데, 그때만 입원시켰어도 절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호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군은 굶어 죽고 맞아 죽었다. 가장 처참한 죽음”이라며 “더군다나 굶주림과 아픔을 다 인식할 수 있는 나이였다. 그 고통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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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초등학생을 지속해서 학대해 숨지게 한 계모(43)와 아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친부(40)가 지난달 16일 오전 각각 인천 논현경찰서와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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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은 지난 2월 7일 인천의 한 병원 응급실에 심정지 상태로 도착했다. 당시 A군은 성장기 소년임에도 148㎝에 몸무게 29.5㎏ 야윈 모습이었다. 계절에 맞지 않은 얇은 속옷 재질의 더러운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몸에는 발생 시기가 다른 멍들이 가득했다. 허벅지에는 뾰족한 것에 찔린 상처가 수십군데 나 있었다. 아동 학대를 의심한 의료진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계모와 친부의 학대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구미옥)는 지난 7일 계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친부를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 검찰 보완 수사 결과 계모는 A군을 연필로 찌르거나 눈을 가린 채 의자에 묶는 등 40여차례에 걸쳐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부도 지난 1년간 A군을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하고 유기·방임한 혐의를 받는다.

친부와 계모는 초기 경찰 조사에서 “몸에 든 멍은 아들이 자해해서 생긴 상처”라고 부인했지만, 추궁 끝에 일부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끝까지 학대 사실을 축소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계모는 지난달 검찰 송치 당시 “아들이 말을 듣지 않아 지난해 1월부터 때리기 시작했다”면서 “사망 당일 A군을 밀쳤는데, 넘어져 일어나지 않아 남편에게 연락했다”고 했다. 친부는 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올해에는 때리지 않았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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