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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내추럴 와인에 열광하는 이유는? “와인은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것”[전승훈의 아트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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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 성동구 레이어57 전시장에서 열린 ‘살롱오’에 참가한  와인메이커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등 6개국에서 40여 명이 참가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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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레이어57 전시장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섰다. 손에는 와인잔과 생수병을 든 MZ세대 젊은이들이었다. 3년 만에 열리는 ‘살롱오(Saloln O)’의 와인 페어에서 최신 유행의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생수로 입을 헹구어가며 화이트, 레드, 로제 와인을 번갈아 한모금씩 마시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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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살롱오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등 6개국에서 40여 명의 와인메이커들이 직접 자신들이 양조한 내츄럴 와인을 가져와 와인제조법과 맛, 향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손에 와인잔을 든 젊은 와인 마니아와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책이나 영상에서만 보던 유럽의 스타 와인메이커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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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오 축제에서 만난 젊은이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주인공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와인 에이전시 최영선(55) 비노필 대표. 2017년 국내에 처음으로 내츄럴 와인을 소개하는 살롱오를 개최한 이후 국내 내츄럴 와인시장 저변확대에 큰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살롱오가 3년 만에 다시 열리자 와인 마니아들이 몰려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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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츄럴 와인은 농약이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포도, 비오디나미(Biodynamie)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로 만듭니다. 여기까지는 유기농(Bio) 와인으로 말할 수 있는데, 와인을 만드는 양조과정에서도 어떠한 화학적 첨가제 없이 발효시켜 만든 와인이 내추럴 와인입니다. 유럽에서 최신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혁명적인 와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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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10여년 간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니던 최 씨는 2004년 잘 나가는 직장을 가만두고 36세의 나이에 프랑스로 와인유학을 떠났다. ‘와인을 마실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불현 듯 떠난 것이다. 디종에서 와인 비즈니스 석사(MBA)를 졸업한 그는 2008년 와인 에이전시 비노필을 차렸다. 기자가 파리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시절(2013~2016년) 최 씨는 보르도, 부르고뉴, 론 등 프랑스의 각 지역의 와인의 맛을 열정적인 강의로 풀어내는 명강사였다. 그런데 2014년 초쯤. 그녀가 갑자기 “이제부터 내추럴 와인만 마시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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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그독 루시용 지역의 도멘 마탕 칼므(Domaine Matin Calme)의 안주인이자 공동 양조자였던 베로니크와 저녁을 함께할 자리가 있었어요. 한국인 입양아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 때문에 오랜기간 친구로 지냈는데, 파리에 왔으니 함께 새벽까지 와인을 마셨어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머리가 전혀 아프지 않고 말짱한 거예요. 주량을 훨씬 넘게 마셔 당연히 숙취 공포에 떨었는데 말이예요. 그날 유일하게 달랐던 점은 내츄럴 와인만 마시는 베로니크를 따라서 저도 내추럴 와인만 마셨다는 사실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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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츄럴 와인이 기존의 컨벤셔널 와인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황(SO2)를 아예 넣지 않거나, 거의 넣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산화황은 와인을 병입할 때 산화방지제 역할을 하는 첨가물이다. 이산화황은 와인을 상온에서도 비교적 쉽게 보관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와인을 개봉했을 때 특유의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산소와 쉽게 결합하는 특성 때문에 숙취와 두통을 가져온다. 반면 이산화황을 넣지 않은 내츄럴 와인은 신선하고 활력있는 과일향이 넘쳐난다. 반면 냉장고에 잘 보관하지 않으면 급격한 산화가 일어나 썩은 사과나 마굿간 냄새가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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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내추럴 와인에는 ‘이산화황’ 뿐 아니라 다른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와인들은 지역에서 정한 특유의 와인의 빛깔이나 맛, 향을 맞추기 위해 넣는 천연색소나 감미료 등을 넣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지역의 전통을 무시하고 소규모 경작지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포도를 그대로 발효해서 만드는 내추럴 와인은 지역 특유의 색깔과 맛, 향과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지역의 와인을 입증하는 A.O.C 등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독립영화’처럼 와인계에도 자신의 신념과 방식대로 만들어내는 와인인 셈이다. 그래서 어떤 젊은 내추럴와인메이커는 자신이 만든 와인에 ‘표현의 자유’(Liberte d’expression) ‘반역자’(Rebelle)이라는 라벨을 붙이기도 한다. 파리의 힙스터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생마르탱 운하나 바스티유 광장 주변에는 이러한 신선하고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내추럴 와인바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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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11구에서 내추럴 와인바 ‘랭쥬 뱅’을 운영했던 와인 메이커 장 피에르 호비노 씨는 “다른 와인을 접하지 않고 곧바로 내추럴 와인을 접한 요즘 젊은이들은, 내추럴 와인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기성세대보다 월등히 빠르다”고 말했다. 기성 와인의 맛과 향, 색깔에 익숙한 사람들은 와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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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선 대표는 현지 생산자들과 국내 수입사들을 연결해 2014년 처음 내추럴와인을 한국에 들여왔으며, 2017년부터 매년 내추럴와인 축제 ‘살롱오’를 개최하면서 국내 식음료(F&B) 업계의 풍경을 크게 변화시켜온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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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와인 메이커스

최 대표는 스스로 내추럴와인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1980~90년대부터 어떤 첨가물도 없이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선구적인 와인메이커들을 찾아갔다. 이 인터뷰는 ‘내추럴 와인메이커스1,2’(한스미디어)라는 두 권의 책에 담겼다. 2020년에 나온 첫 책은 내추럴 와인 혁명을 이끈 전설적인 1세대 와인 생산자 15명에 관한 이야기고, 올해 초에 나온 두 번째 책은 현재의 내추럴 와인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보다 젊은 내추럴 와인 생산자 43인을 찾아간 스토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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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쓴 책에서는 국내에 수입되자마자 품절 현상을 빚을 정도로 유명한 내추럴 와인과 생산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두 번째 책은 프랑스의 주요 와인 생산지를 따라 여행하듯 챕터를 구성했다. 아르데슈에서 시작한 책은 오베르뉴, 루아르, 알자스, 보르도, 부르고뉴, 쥐라&사부아, 랑그독 루시용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명 와인 산지를 두루 거치며 끝을 맺는다. 현장감이 넘치면서도 아름다운 사진들, 생산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포도와 와인, 양조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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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내추럴와인 생산자들을 찾아가서 쓴 최영선의 ‘내추럴 와인 메이커스’ 1권


그의 책에 따르면 내추럴 와인의 1세대 개척자로 불리는 쥘 쇼베(1907~1989)는 당대의 저명한 생물학자이자 화학자였다. 양조가였던 그는 처음으로 이산화황을 넣지 않고도 완성도 높은 와인을 제조하는 방법을 과학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1951년 수확한 포도로 두 개의 다른 와인을 만들었다. 하나는 이산화황을 넣은 와인, 다른 하나는 넣지 않은 포도였다. 그리고 시음 후 다음과 같은 간단한 기록을 남겼다.

‘이산화황 미사용 와인 : 섬세하고 은은한 꽃 향이 미묘하고 풍부함.’ ‘이산화황 사용 와인 : 둔탁하며 다양한 향이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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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추럴 와인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생산자들을 인터뷰한 최영선의 ‘내추럴 와인메이커스’ 2권. 


―화학적 첨가물이 포도와 와인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1,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화학무기를 제조하던 사람들이 화학비료와 제초제, 살충제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런 것이 땅과 농업을 망쳤습니다. 와인이 발효할 때 필요한 것이 이스트입니다. 화학 제초제, 살충제를 쓰면 병충해 뿐 아니라 천연이스트까지 다 죽게 됩니다. 이스트가 죽으니까 배양 효모를 넣게 됩니다. 배양 효모를 넣는 순간 발효가 급격하게 일어나겠지만, 그건 더 이상 자연이 아닌 겁니다. 내추럴 와인 장인들은 와인은 건강한 포도를 키우는 농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자각한 사람들입니다.

도미니크 드랭은 30년 전 기라성 같은 유명 와이너리가 빼곡한 프랑스 최고의 와인산지인 부르고뉴에서 내추럴 와인을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어릴 적 할아버지가 가꾸던 포도밭의 상쾌한 환경이 그리웠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쾌적하고 향기롭던 그 분위기. 난 그저 투명하고 솔직하게 와인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어요.

보르도에서 내추럴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샤토 르 퓌(Chateau Le Pyu)의 장 피에르 아모로도 “화학 비료를 사용한 포도밭은 겉보기에는 포도알의 크기는 비슷하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영양분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토양의 90~95%가 회복되는 데는 7~8년이 걸리겠지만, 100퍼센트 회복되는 데는 300년이 걸린다고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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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샤토 르 퓌(Chateau Le Puy)의 13대 주인인  장-피에르 아모로와 인터뷰하고 있는 최영선 대표. 한스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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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방지를 위해 넣는 ‘이산화황(SO2)’은 어떤 것인가요.

“내추럴 와인은 처음엔 ‘상 수프르(Sans Soufre) 와인’이라고 불렸어요. Soufre(황, 유황)를 넣지 않은 와인이라는 뜻입니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와인을 만들 때 황이 사용됐어요. 그런데 그건 화산 주변의 돌에서 추출하는 내추럴 황이었습니다. 로마시대 때도 와인을 만들 때 소독하는 과정에서 황을 썼습니다. 그런데 천연 광석물에서 얻는 황은 너무 비싸니까 화학적으로 만든 이산화황(SO2)을 넣기 시작하면서 몸에 나빠지기 시작한 겁니다. 요즘 내추럴 와인을 만들 때에도 병입할 때나 양조과정에서 ‘아주 조금’ 황을 넣기도 합니다. 그것까지는 ‘톨레랑스(tolerance)’로 인정해주기도 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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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와인은 정해진 레서피가 있는가.

“장 피에르 호비노는 프랑스 루아르 지역에서 내추럴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장인입니다. 그는 ‘내추럴 와인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했어요. 내추럴 와인은 컨벤셔널 와인 양조처럼 정해진 레서피가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죠. 예를 들어 보르도 프리미에 와인같은 경우에는 얼마간 발효하고, 숙성시키고, 언제 병입을 하는지 딱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내추럴 와인은 그 해 효모가 스스로 결정하는 속도를 사람이 그냥 따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효모가 약 1년, 2년 동안 발효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럼 그걸 따라가야죠 어떻게 하겠습니까. 내추럴 와인은 테크닉이 아니라 철학입니다.

쥐라의 살아 있는 전설인 와인 메이커 피에르 오베르누아는 ‘내추럴 와인은 그저 포도주스를 단순히 발효시킨 것이니 할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착각은 금물’이라고 경고합니다. 내추럴 와인은 수정이 가능한 물질을 전혀 넣지 않기 때문에, 단 한가지의 실수가 고스란히 실패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필립 장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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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부 루아르 지방의 도멘에서 내추럴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마티유 코스트 씨와 함께 한 최영선 대표. 루아르=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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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와인에 대해 ‘힙스터의 술’, ‘패션 아이템’으로 폄하하는 사람도 있는데.

“에르미타주 지역의 내추럴 와인 선구자 ‘DARD & RIBO)의 르네-장 다르는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을 예술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웃기는 소리다. 우리는 농부일 뿐이다’라고 말했어요. 저는 이 말이 제일 좋아요. 이게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의 철학입니다.

제가 만난 내추럴 와인 메이커들은 수십년 동안 ’좌파, 히피, 아나키스트, 게으름뱅이(첨가물을 넣지 않는다는 의미)‘ 등으로 비웃음과 핍박을 받아 오면서도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서 스타가 된 멋진 사람들입니다. 결국 와인은 마시는 사람들이 그 가치를 평가해주는거죠. 르네-장 다르는 ’내추럴 와인과 컨벤셔널 와인을 섞어 놓고 마시면, 다들 처음에는 컨벤셔널 와인이 더 맛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끝에 가면 내추럴 와인은 거의 다 마시고 없는데, 컨벤셔널 와인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하죠.

실제로 저도 파리에서 외교관들이 행사를 할 때 시음할 와인 5병이 있으면 그 중에 한 병은 내추럴 와인을 끼워놓습니다. 처음엔 아무 말도 안해도 내추럴 와인이 가장 먼저 없어집니다. 왜냐하면 목넘김이 깨끗하니까 마시면 또 마시고 싶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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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지방의 포도밭에서 내추럴 와인 도멘 운영자 장-피에르 힛취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최영선 대표. 한스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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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와인은 지역별 고급와인에 붙이는 A.O.C(원산지 통제명칭 와인) 등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은 프리미에 크뤼, 그랑 크뤼 클라쎄 등 A.O.C 등급에 연연하지 않아요. 대부분 ’뱅 드 프랑스‘(Vin de France)나 ’뱅 드 따블‘(Vin de Table) 같은 일상와인 등급을 받아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아요. 내추럴 와인이 그 지역 고유의 색깔과 맛, 향과 다르다고 하는데 그것이 원래 맛입니다. A.O.C 제도가 생긴게 얼마 안됐잖아요. 화학적 첨가물이 생기고 난 다음에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다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인위적인 등급조건에 맞추기 위해 생산하는 와인이 아니라 진짜 원래의 테루아(Terroir, 와인을 만드는데 영향을 미치는 기후, 토양, 강수량, 바람, 태양, 포도재배법 등의 총칭)의 맛으로 돌아가고 있는 거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와인을 공부하는 대신 맛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왜 와인을 공부해야 하죠? 이젠 무슨 냄새, 무슨 빛깔로 구분하는 와인 강의도 바뀌어야 합니다. 알자스의 수퍼스타 와인 메이커인 브뤼노 슐레흐는 ‘와인은 마시러고 만드는 것이지, 전시용이 아니다’라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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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선 비노필 대표.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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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와인은 쉽게 상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데.

“내추럴 와인도 적정한 온도에 냉장보관만 잘하면 수십년이 지나도 괜찮습니다. 온도를 맞췄을 때는 오히려 더 맛있게 숙성이 되지요. 자연적으로 살아 있는 음식은 보관 상태가 좋지 않으면 상하게 돼 있습니다. 자연상태에서 상하지 않는 게 이상한 겁니다. 화학적 방부제가 들어간 것이란 뜻이죠. 땅에 살아 있는 미생물을 생각하며 포도 농사를 짓고 와인을 만드는 내추럴와인 생산자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이들은 단순한 양조가가 아니었습니다. 땅을 사랑하는 농부이자, 야생 효모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발효 과학자이자, 다수가 가지 않은 길을 힘겹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철학자였습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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