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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대북 전단 코로나 유입” 北 주장 본뜬 文 정부의 외교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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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북한 조선중앙TV는 1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내각이 지난 10일 전국비상방역총회회의를 개최한 소식을 보도했다. 김여정 당 부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토론을 통해 남한이 '대북전단(삐라)'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유포했다며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2022.8.11/ 조선중앙TV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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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2020년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면서 ‘전단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북한에 유입될 수 있다’는 내용의 설명 자료를 주한 외국 대사관에 보냈다고 한다. 일부 탈북자가 바이러스를 묻힌 물품을 북한에 보내 코로나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북한 측의 황당한 주장을 우리 외교 문서에 공식적으로 담은 것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허겁지겁 만든 설명 자료였다. 미 의회와 국무부는 물론, 유엔과 옛 공산권 국가까지 대북전단 금지법에 우려를 표시했었다.

전단을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된다는 주장은 가짜 뉴스다. 전염병 전문가들은 “전단 표면에 묻은 바이러스가 북한까지 살아서 날아가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바이러스가 묻었다 해도 풍선이 상공으로 올라가면 자외선에 사멸된다”며 비과학적 주장이라고 했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북한 측의 억지 주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김여정 하명법’이다. “법이라도 만들라”는 김여정의 말이 떨어진 지 4시간 만에 통일부가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법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국회 입법조사관들조차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도 압도적 의석으로 강제 종료시켰다. 문 정부는 김여정이 ‘코로나가 북한을 더 북한답게 만들었다’는 당시 외교장관 발언을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비난하자 한 달 뒤 장관을 경질하기도 했다. 김여정은 법 통과 후에도 “남조선 것들의 물건을 코로나 유입 매개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법을 만든 배경부터 비상식적이었고, 그 내용은 위헌적이며, 통과 과정도 비민주적이었다. 권영세 현 통일부 장관은 “절대적 악법”이라고 했다. 헌재는 속히 위헌 여부를 심사하고, 국회는 법을 바꿔야 한다. 김여정 하명법이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상황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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