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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아빠 주식 실패, 최근엔 집 내놔” 일가족 5명 참극 전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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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18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소유 차량에 아이가 쓴 것으로 보이는 쪽지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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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전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된 인천 미추홀구의 한 2층 주택 앞. 골목에 주차된 숨진 엄마의 차량 운전석 앞에는 딸이 쓴 그림 편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편지에는 비뚤비뚤한 글씨로 ‘엄마 사랑해’라고 적혀 있었다. 일가족이 살던 주택 1층 마당에는 아이들이 타고 놀던 장난감 자동차와 미끄럼틀, 유모차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집 현관문에는 ‘출입금지’라고 쓴 노란색 폴리스라인이 설치됐다. 이웃 주민들은 “아빠 A씨가 최근 사업과 주식투자에 실패해 고민이 많았다”며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19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10시 37분쯤 이 집 1층에서 40대 A씨 부부와 자녀 3명 등 일가족 5명이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친척 B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A씨는 방 안에 혼자 숨진 채 발견됐고 아내와 자녀 3명은 다른 방에 함께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B씨는 “A씨 가족들과 연락이 안 돼 집에 갔는데 현관문이 열려 있어 들어가 보니 모두 숨져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사업과 주식투자에 실패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주변 진술을 토대로 A씨가 아내와 자녀들을 흉기로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구체적인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날 만난 이웃 주민들은 참담한 소식에 안타까워했다. 한 주민은 “A씨 부부가 아이들을 장난감 자동차와 유모차에 태우고 자주 동네 산책을 했다”며 “주말마다 집도 손수 수리하는 등 성실하고 자상한 아빠였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A씨 부부는 2017년 이 집을 사서 이사했다. 여기서 자녀 셋을 낳고 어린이집도 보냈다고 한다. A씨는 작년 5월부터 인터넷 쇼핑몰 사업(통신판매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주민은 “A씨는 인천의 병원에서 물리치료사 등으로 일했고 아이 셋을 키우기 힘들어 사업과 주식투자를 했다가 크게 실패했다고 들었다”며 “최근에는 살던 집도 팔려고 내놨다고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18일 오전 1시 45분쯤 부부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가장인 A씨에 의한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 등에 대한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석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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