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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퍼블리싱 실명제로 게임 흥행률 UP···제2 '배그' 만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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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서 출시까지 사업 책임성 강화

"타석에 많이 나서야 홈런도 친다"

출시 게임 늘려 IP 다수 확보 전략

상반기 인도서 서비스 재개 기대

美 '언노운월즈' 고가 인수 지적엔

"북미시장 진입 위한 초석" 강조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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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게임의 개발과 유통·홍보를 본부장이나 실장급이 책임지고 추진·관리하도록 해 사업 책임성을 높이는 ‘퍼블리싱 실명제’ 도입으로 게임의 흥행 확률을 끌어올리겠습니다."

장병규(사진)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은 15일 서울 역삼동 크래프톤 본사 사옥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게임 개발자의 독립성은 존중하되 예산과 인력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긋는 방식의 회사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크래프톤은 산하에 9개의 독립된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지만 2017년 공개 후 지금까지 7500만 장 이상이 판매된 ‘배틀그라운드’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대형 히트작이 없다. 장 의장이 퍼블리싱 실명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게임 개발자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게임 개발에서 출시까지 전 과정에 걸쳐 협업을 강화하면서 책임을 높여 흥행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장 의장은 “게임 제작자들은 흥행보다는 비전 실현과 심미성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 사업부서와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며 “창작은 제약이 주어졌을 때 더욱 멋지게 발현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사업모델이 게임 개발자들의 비전 실현과 심미성 추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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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크래프톤이 2011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테라’를 출시할 당시처럼 게임 개발자의 창의성을 존중하면서도 여타 사업부서의 개입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경영방식이 게임 성공 확률을 끌어올릴 것이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크래프톤 내에서 게임의 홍보·유통 등을 담당하는 퍼블리싱 관련 부서의 역할이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장 의장은 또 향후 경영 참여 폭을 늘리며 2021년 기업공개(IPO) 이후 다소 들떴던 분위기를 다잡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출시 게임을 늘리는 일종의 ‘물량전’으로 흥행게임 지적재산권(IP)을 다수 확보한다는 로드맵을 마련 중이다. 흥행 예측이 어려운 게임산업의 특성상 가능한 많은 게임을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 흥행에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장 의장은 “야구에 비유하자면 ‘타석에 많이 서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게임을 출시해 왔지만 배틀그라운드 성공 이후 흥행게임 한방에 집중하는 이른바 ‘방망이를 길게 잡는 형태’로 전략이 선회한 듯 하다”며 “이전에는 크래프톤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발사의 게임 퍼블리싱에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우리 지분율이 낮은 개발사의 게임이라도 적극 퍼블리싱하는 방식으로 출시 게임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인도 국민게임’이라고 불리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서비스 재개를 통해 정체돼 있는 매출 반등도 노린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중국 기업인 텐센트를 통해 인도 현지에서 서비스되고 있었지만 인도와 중국 간 국경 분쟁 등 정치적 이유로 2020년 인도시장에서 퇴출됐다. 이후 크래프톤은 인도 현지에 법인을 직접 세운 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를 출시해 누적 이용자 1억 명을 확보했지만 지난해 7월 인도 당국이 보안 문제를 이유로 해당 게임 서비스를 중지시켰다.

장 의장은 “인도 시장의 사업적 환경이나 불확실성이 크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 등도 적극 지원 중인 만큼 올 상반기에는 BGMI를 다시 서비스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정 국가의 특정 산업 성장성은 타깃 인구층에 국내총생산(GDP)을 곱한 것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인도는 6%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 중인데다 20세 인구만 봐도 2600만 명으로 중국(1600만 명), 북미(440만 명), 유럽(800만 명), 한국(50만 명)을 압도한다는 점에서 크래프톤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밝혔다.

장 의장의 이같은 비전에도 불구하고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시가총액 등으로 크래프톤의 미래를 불안하게 보는 이들이 상당수다. 2021년 8월 상장 직후 두 달여만에 5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미국 게임 개발사 ‘언노운월즈’에 대해서도 ‘비싼 값에 사들였다’는 시각이 여전하다. 이에 대해 장 의장은 “언노운월즈 인수로 크래프톤은 미국 내 온라인 게임 개발사 사이에서 ‘빅5’ 업체로 분류되기 시작했다"면서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한 일종의 ‘입장료’를 지급했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MMORPG에 특화된 한국 게임사와 달리 미국 개발사들은 다양한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한다”면서 "이들과의 협업 기회가 확대된 크래프톤 입장에서는 언노운월즈 인수가 장기적 관점에서 훨씬 이익”이라고 강조혔다. 특히 최근 미중 무역·안보 갈등으로 미국 업체들이 중국 자본 유치를 꺼리는 만큼 크래프톤의 북미 시장 내 입지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네오위즈’와 ‘첫눈’을 잇따라 창업했던 장 의장은 이후 벤처투자사인 ‘본엔젤스’와 게임업체 ‘블루홀스튜디오’(현 크래프톤)를 설립하며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2017년부터 3년 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장으로 일하며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부처 간 정책 조율역할을 수행했던 장 의장은 당시 활동에 대해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위원장 시절에 ‘타다’ 서비스가 중지된 것과 관련해 저 스스로를 ‘역사적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타다와 같은 신유형의 서비스가 출시됐을 때)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면 기존 세대가 새로운 세대에게 양보를 하는 방식이 결국 나라가 발전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현재 게임업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예전에 비해 투자가 줄어든 탓인지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는 개발자를 구하기 힘들어졌다”며 “허리 역할을 하는 인력이 없으면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워 다양성이 실종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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