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감독님이 믿어주셨는데, 내가 못했다"...'국대 에이스'의 자책, 변명은 없다 [SS시선집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삼성 원태인이 1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시범경기 KT전에 앞서 취재진을 만났다. 사진 | 대구=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힘들었다? 내가 못한 거에요.”

삼성의 에이스에서 국가대표 에이스로 올라선 원태인(23)이 아쉬움에 고개를 숙였다. 이강철(57)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공을 던졌고, 자리도 가리지 않았다. 힘들었을 법도 하다. 정작 원태인은 자신을 탓했다.

원태인은 1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2023 KBO리그 시범경기 KT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힘들다고 해봐야 다 변명이고, 핑계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이강철 감독님이 믿음을 주셨는데 부응하지 못했다. 힘이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는 국가대표팀에 다 쏟고 왔다”고 강조했다.

이번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해 3경기에서 4.1이닝을 던지며 1승, 평균자책점 6.23을 기록했다. 우선 호주전에서 선발 고영표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와 1.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올렸다.

일본전에서 다시 김광현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이틀을 쉬고 중국전에 선발 등판했다. 1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결과가 썩 좋지는 못했다.
스포츠서울

WBC 대표팀 원태인이 13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B조 예선 중국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표면적인 기록 자체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래나 깊이 볼 필요가 있다. 원태인은 대회 전인 7일 일본프로야구 한신과 평가전에도 나섰다. 세 번째 투수로 올라가 2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만들었다. 이를 포함해 원태인은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 동안 4경기에 출전해 총 108구를 뿌렸다.

기본적으로 삼성에서는 선발투수다. 일주일에 많아야 두 번 등판한다. 단기전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으나 확실히 마운드에 오른 횟수가 전과 달랐다. 일부 투수들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관계로 원태인을 비롯한 몇몇 투수들에게 부하가 걸린 감도 있다.

팬들 사이에서 ‘원태인이 너무 많이 던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이강철 감독의 운영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국가대표다. 단기전이기에 가장 좋은 투수를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원태인 입장에서는 힘들 수도 있었다. 실제로 중국전에서는 힘이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원태인은 단호했다. “모든 상황에서 포기는 없다. 믿고 내보내주셨는데 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배우러 간 무대는 아니지만, 실패 속에서 조금은 얻은 것이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스포츠서울

WBC 대표팀 원태인이 9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호주와 경기에서 5회초 등판해 공을 뿌리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강철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 대회 정말 이를 갈면서 준비했다. 도쿄올림픽 부진을 만회하고 싶었다. 그런데 캠프 때 내 공이 정말 좋지 않았다. 50%도 안 되더라. 지켜보시던 감독님이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셨다. 그 이후 밸런스가 좋아졌다”고 짚었다.

이어 “내가 한신과 평가전에 나갔는데, 그날은 상대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투수들이 나간 날이다. 그런데 27개에서 끊으시더라. ‘호주전 되겠냐’고 하셔서 ‘됩니다’고 했다. 믿어주신 것 아닌가. 바닥까지 떨어진 나를 잡아주시고, 기회도 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정말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제 ‘삼성의 원태인’으로 돌아왔다. “WBC를 겪어봤던 선배들이 ‘아마 한국에 돌아가면 힘들 것이다.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간다고 생각하라’고 하더라. 그렇게 할 생각이다. 지금은 페이스가 떨어질 시기이기도 하다. 코치님들도 시즌 초반까지는 투구수를 많이 늘리지 않겠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나는 대표팀에 가서 모든 것을 쏟아냈고, 다 바치고 왔다. 이제 돌아왔으니까 삼성에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 운동 열심히 하고, 쉬기도 잘 쉬면서 올시즌 길게 잘 끌고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